김현숙 여성가족부 장관 후보자가 19대 국회의원을 지낼 당시 ‘국제가톨릭의원네트워크(ICLN)’ 회원 및 임원으로 활동한 사실이 4일 확인됐다. 이 단체는 2010년 출범한 세계 전·현직 가톨릭 신자 국회의원의 비공식 모임으로, 임신중지·동성애는 물론 피임·이혼·인공수정까지 반대 의사를 내비친 단체다. 김 후보자의 이러한 이력과 가치관이 비혼 출산·한부모 가정 등 다양한 형태의 가족을 포용하고 정책적으로 지원해야 하는 여성가족부 장관직을 수행하는데 걸맞지 않는다는 비판이 나온다.
국회 여성가족위원장 송옥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김 후보자에게 제출받은 ‘국제가톨릭국회의원 네트워크 회의 참석 결과보고서’를 보면, 김 후보자는 2012년·2014년에는 단독으로, 2013년에는 홍일표·김재윤 의원과 함께 총 3차례 이탈리아를 방문했다. 국회사무처는 3차례 해외순방에 총 3728만3000원이 지원됐다고 밝혔다. 김 후보자 한 명에게 지원된 예산은 약 2000여만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
김 후보자는 2014년 결과보고서 ‘방문목적’란에 “법제도를 개선해 가톨릭 교회가 추구하는 가치와 이념을 보다 효율적으로 실현하기 위해 연례회의에 참석했다”고 밝혔다. 이 단체는 홈페이지에는 김 후보자가 보고서에 적은 ‘가치와 이념’이 무엇인지 추정할 수 있는 단서가 적혀 있다. 이 단체는 홈페이지 상단 ‘주요 주제에 대한 자료’(Resources on Key Topics)에 “모든 종류의 낙태는 도덕적으로 악하다” “월경 주기 피임법을 제외한 피임은 본질적으로는 악하다” “비준된 결혼은 죽음 외 어떤 이유로도 해소될 수 없다” “부부의 ‘분리’를 수반하는 기술(정자·난자 기증, 대리모 등)은 대단히 부도덕하다. 결혼한 부부 사이의 인공 수정은 덜 비난받겠지만 여전히 도덕적으로 용납될 수 없다”는 등의 가톨릭 교리에서 발췌한 문장을 소개했다.
김 후보자는 2013년 이 단체 회의 참석 뒤 국회사무처에 제출한 결과보고서에 “이 단체의 임원진으로 추천됐다”고 썼다. 3년간 연속으로 회의에 참여하고, 2013년에는 한국 가톨릭에 대해 발표자로 나서기도 했다. 송옥주 의원은 “여성가족부 장관은 비혼 출산, 한부모 가정 등 다양한 형태의 가족을 포용하고 통합해야 하는 직”이라며 “만약 후보자가 해당 단체와 비슷한 인식을 공유한다면 이 자리에 적합하다고 보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다만 김 후보자는 2013년 회의 때 세계 20개국 37인 전·현직 국회의원으로부터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문제 해결을 위한 청원서’에 서명을 받고, 국내 가톨릭 신자 의원 53명의 서명을 받아 교황청에 제출했다.
이와 관련해 김현숙 후보자는 “(해당 단체의) 모든 의제에 동의한 것은 아니”라며 “가톨릭 신자로 의원 외교 활동의 일환으로 참여했다”고 해명했다. 해당 단체 임원을 역임했느냐는 질문에는 “운영위원회 위원을 지내며 소말리아·시리아 난민 등을 위한 구호 활동 의제를 논의한 바 있다”고 답했다.
최윤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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