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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여성

성적 행위 전 ‘동의’, 무엇을 어떻게 얻어야 하냐고요?

등록 2022-04-25 18:20수정 2022-04-25 19:42

한국성폭력상담소 가이드라인 펴내
명확한 동의는 ‘적극적 합의’ 거쳐야
연인·부부라도 ‘모든 과정에서, 항상’
“성적 동의, 언제든 취소·철회·번복 가능해”
클립아트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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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인·부부 관계를 포함한 어떤 관계에서도 성적 행위를 하기 전에 상대방의 ‘동의’를 얻어야 한다는 말에 대다수가 동의한다. 하지만 정확히 어떻게, 어느 수준으로 ‘동의’를 얻어야 정말 “동의했다”고 볼 수 있을까.

한국성폭력상담소가 지난 21일 ‘적극적 합의를 시작할 때’라는 제목의 ‘성적 동의’ 가이드라인을 발표했다. 78쪽 분량의 가이드라인은 가장 명확한 성적 동의는 ‘적극적 합의’를 거친 동의라고 설명하며, 이때 따져봐야 할 다섯 가지 원칙을 제시했다.

가이드라인은 성적 행위 과정에서 ①명시적으로 ②의식이 있을 때 ③충분한 정보와 이해를 바탕으로 ④평등하게 ⑤모든 과정에서, 항상 ‘적극적 합의’가 이뤄져야 한다고 봤다. “내 느낌과 생각만으로 상대의 의사를 섣불리 추측”해서는 안 되고(①), “잠들었거나 술·약물에 취한 상태”에서 성적 동의를 구해서는 안 된다(②). 성적 동의를 구하는 과정이 ‘그루밍(성착취를 목적으로 특정인에게 접근해 신뢰관계를 형성하는 행위)’이 되지 않도록 “모든 당사자가 자신이 동의한 성적 행위에 대한 충분한 정보”를 알고 있어야 하며(③), 권력 차이가 명백한 관계라면 애초부터 성적 동의를 구하지 않는 게 상대의 의사를 존중하는 것(④)이다.

합의했더라도, 그만하길 원하면 즉시 멈춰야

무엇보다 성적 행위에 대한 적극적 합의가 ‘모든 과정에서, 항상’(⑤) 이뤄져야 한다고 가이드라인에 강조되어 있다. 연인이나 부부도 섣불리 합의 과정을 건너뛰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가이드라인은 “상대가 어제는 성적 행위를 하고 싶었지만 오늘은 하고 싶지 않을 수 있다”며 “모든 당사자는 언제든지 성적 동의를 취소·철회하고 번복할 수 있다. 합의로 시작했더라도 누군가 도중에 그만하길 원하면 즉시 중단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한국성폭력상담소가 펴낸 ‘적극적 합의를 시작할 때’ 가이드라인 갈무리. 한국성폭력상담소 제공 ※ 이미지를 누르면 크게 볼 수 있습니다.

가이드라인은 한국성폭력상담소가 진행한 두 가지 설문조사 결과도 담았다. 온라인 기반 설문업체가 2021년 6월 16∼17일 진행한 첫번째 조사는 ‘스킨십 또는 성관계 경험’이 있는 10∼40대 600명에게 성적 동의에 대한 인식 및 경험을 물었다. 두번째 조사는 같은 해 6월8일부터 8월2일까지 한국성폭력상담소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을 통해 428명의 참가자를 모집해 첫 조사와 같은 문항을 물었다. 가이드라인은 “두번째 조사 응답자는 홍보물을 보고 자발적으로 참여했기 때문에 첫번째 조사 응답자보다 페미니즘이나 성차별·성폭력 문제에 더 관심이 있을 것”이라고 봤다.
“동의 없으면 성폭력” 대부분 ‘그렇다’ 답했지만

‘동의 없이 이뤄진 성관계가 성폭력인지’ 묻는 말에 두 조사 모두 95%가 넘는 사람들이 ‘그렇다’거나 ‘매우 그렇다’고 답했다. 성적 행위에 앞서 ‘동의’가 필요하다는 점은 일반적인 인식으로 자리 잡은 셈이다. 하지만 구체적인 상황으로 들어가면 결과가 엇갈렸다. ‘성관계 중 상대방에게 여러 번 동의를 묻는 것은 분위기를 깬다’라는 질문에 두 번째 조사는 18.7%만 ‘그렇다’고 했으나, 첫 번째 조사는 절반 가까운 49.3%가 ‘그렇다’고 답했다. ‘성폭력을 동의 여부로 판단하게 되면 성폭력인지 아닌지 판단하기 모호해진다’라는 문항에도 두 번째 조사는 32.5%만 동의의 뜻을 밝힌 반면, 첫 번째 조사는 60.5%가 ‘그렇다’고 답했다. 동의한 성적 행위라도 성폭력이 발생할 수 있다는 사실에 대한 인식 수준이 달랐다.

가이드라인은 “일반 원칙에 대해서는 긍정적 응답이 높았지만, 실제 성적 행위 상황을 떠올리게 하는 질문들에서는 ‘동의’에 대한 편견과 통념이 드러난다”며 “(비동의 강간죄 개정 논의 등에서) 원칙만큼이나 구체적 상황이나 관계에서 (성적 동의를) 어떻게 실천할 수 있는지 제시해야 한다”고 짚었다.

임재우 기자 abbad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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