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이 그러더라고요. 두 초이스(선택)가 있는데 경범죄로 하면 이 사람은 한 10만원 벌금 내고 갈 거고, 스토킹 죄목으로 경고 한 번을 주면 다음에 스토킹으로 신고를 제대로 할 수 있는데, 어떤 걸 원하시냐? 그 질문이 되게 놀라웠어요.” - 스토킹 피해자 ㄱ씨
20일 스토킹 처벌법 제정이 꼭 1년을 맞는다. 1999년 첫 발의 22년 만의 제정으로 시행 6개월이 된다. 쓰레기 무단투기와 다름없이 벌금 8만원의 ‘경범죄’로 다뤄지던 스토킹은 최대 5년 이하 징역에 처할 수 있는 범죄로 취급되기 시작했다. 그러나 현장의 변화는 더뎠다. 경찰은 여전히 피해자에게 ‘경범죄 적용’을 하나의 선택지로 내밀었다. 스토킹 처벌법은 스토킹 행위가 지속적, 반복적으로 이어져야만 스토킹 범죄로 본다. ㄱ씨가 만난 경찰은 이 지속·반복성의 요건을 ‘신고 2회’로 자의적으로 해석·적용한 것이다. 이러한 내용은 20일 오전 10시 열리는 ‘스토킹 처벌법 제정 1년 평가와 과제’ 토론회에서 김다슬 한국여성의전화 활동가가 발표한다. 정춘숙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한국여성의전화, 국회여성아동인권포럼이 공동 주최한 토론회다.
김다슬 활동가의 발제문을 19일 미리 확인해보니, 한국여성의전화에 접수된 최근년도 스토킹 상담 건수가 2020년 129건에서 지난해 169건으로 31% 증가했고, 전체 상담통계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11%에서 15.5%로 늘었다.
심층면접에 응한 스토킹 피해자 셋 가운데 스토킹 처벌법 시행 이후 경찰에 신고한 두 사람은 “경찰이 최소한 스토킹이 ‘심각한 문제’ 혹은 ‘도움이 필요한 일’이라고 인지하는 것 같았다”고 했다. 다만, 스토킹 범죄의 구성요건인 ‘지속성’을 입증하는 과정은 여전히 까다롭다고 토로했다.
“스토킹 행위가 반복돼야지 스토킹 범죄라는 거는 바뀌어야 돼요. 스토킹은 반복적이면 운이 좋아서 살아 있다 뿐이지 다음에 반복할 때는 와서 그냥 칼로 찌를 거예요. 반복되면 안 되는 일이 스토킹이에요.” - 피해자 ㄴ씨
김 활동가는 “법 어디에도 신고 횟수로 지속성·반복성을 판단한다는 내용이 없지만, 경찰은 ‘첫 번째 신고에는 경고, 두 번째 신고부터가 제대로’라는 전제를 가지고 피해자에게 절차를 안내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스토킹 범죄로 잠정조치(접근금지 등)에 취해진 가해자에게 잠정조치 기간이 해제됐다는 사실이 고지돼 재범의 빌미가 됐던 사례도 소개했다. 심층면접에 응한 세 사람은 가해자를 피하기 위해 이사·개명·성형·퇴사를 했던 경험, 신상이 노출될까 봐 그 흔한 중고거래도 하지 못한 경험 등을 털어놨다.
주거부터 직장까지 일상이 마비되는 스토킹 피해자를 위해 더 폭넓은 지원제도가 필요하다는 제언도 나왔다. 여성가족부는 지난해 11월 ‘스토킹방지 및 피해자보호 등에 관한 법률’을 입법예고했는데, 정부안보다 더 다양한 피해자 지원이 이뤄져야 한다는 것이다. 김정혜 한국여성정책연구원 부연구위원은 발제문에서 “(정부안에 더해) 법률·주거·생계·취업·의료·삭제 지원 등 구체적 조항을 신설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했다.
이런 요구를 반영해 정춘숙 의원은 정부안과 별도로 ‘스토킹 피해자보호 및 지원에 관한 법률안’을 마련해 19일 발의했다. 이 안은 정부안에 더해 △국가가 피해자에게 법률상담, 의료·주거·생계안정을 지원할 수 있는 법적 근거를 마련하고 △피해자의 신원과 사생활 비밀이 스토킹 가해자에 의해 유포됐을 경우 정보 삭제를 지원하며 △수사·재판 과정에서 피해자의 인적사항이나 사생활을 공개, 누설하면 처벌하는 조항 등이 추가로 담겼다.
최윤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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