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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여성

“물밑 백래시 끌어올린, 여성 향한 조롱 가득한 선거였다”

등록 2022-04-05 17:20수정 2022-04-05 17:33

여성정치연구소, 대선 평가 토론회
정치권이 ‘약자 조롱 문화’ 강화
“해결책 제시의 길 걷는 정치 필요”
지난 5일 열린 3·8 세계여성의날 기념 37회 한국여성대회. 사진 한국여성단체연합
지난 5일 열린 3·8 세계여성의날 기념 37회 한국여성대회. 사진 한국여성단체연합

2030 청년 활동가와 전문가들이 지난 대선 등장한 선택적 공정 담론, 젠더 갈라치기 선거전략, 실질적인 청년정책 실종 등의 문제 등을 되짚기 위해 한 자리에 모였다. “이번 대선은 여가부 폐지 공약 등 상징적 폭력과 여성을 향한 조롱이 가득한 선거였다”는 게 토론회 참석자들의 주된 인식이었다.

한국여성정치연구소는 5일 오전 10시 ‘2022년 대선 평가: 비겁한 선거, 혐오정치를 퇴출하라’는 주제로 2030 청년 토론회를 온라인으로 개최했다. 김주희 여성혐오대선규탄시위 해일팀 대표, 이가현 페미니즘당 창당모임 공동대표, 김연웅 행동하는 보통남자들 활동가, 임명묵 작가, 박다해 <한겨레21> 기자 등이 참여한 토론회에선 혐오를 선거전략으로 이용했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컸다.

김연웅 활동가는 “최근 온라인에서는 약자와 소수자, 경쟁의 패배자를 조롱하는 문화가 형성돼 있다. 그런데 이번 선거에서 정치권이 여기에 올라탔다. 이준석 국민의힘 당대표 등은 ‘본인이 가장 조롱을 잘하는 플레이어’란 걸 강조하면서 해로운 정치를 이어가고 있다”며 “오늘날 청년을 불안하게 하는 문제가 많은데도 정치인들은 해결책 제시라는 어려운 길을 가지 않고 갈라치기와 같은 쉬운 길만 택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가현 공동대표는 “이번 선거를 거치면서 물밑에 있던 백래시(여성을 향한 반발성 공격)를 정치권이 수면 위로 끌어올린 게 문제다. 이로써 엔(n)번방 방지법 등 갈등이 크지 않았던 의제도 (해결을) 추진하는 데 많은 어려움이 뒤따르게 됐다”고 짚었다. 온라인 커뮤니티 이용자 등의 백래시 정서를 정치권이 마치 여론인 것처럼 받아들이면서 젠더와 청년 문제에 대한 논의가 오히려 후퇴했다는 것이다.

이들은 정치권이 내세운 공정 담론도 ‘선택적 공정’에 불과하다고 봤다. 김연웅 활동가는 “정치권이 규정한 이대남(20대 남성 유권자)은 중산층 이상의 가정에서 자란 수도권 4년제 대학을 다니는 남성”이라며 “정치권은 이들의 질문에만 대답할 게 아니라 왜 임금노동자로 살면 내 집 마련이 힘든지, 왜 모든 것은 수도권에 집중되고 지방은 소멸하는지, 왜 고졸 청년은 차별받고 있는지 등 다양한 청년들의 목소리에 집중해야 한다”고 했다.

일부 대선 캠프들은 선거 막판에서야 청년 여성의 목소리에 집중하는 태도를 취했다. 토론자들은 짧은 관심에 그치지 않고 선거 이후에도 여성의 목소리가 결집할 수 있어야 한다고 했다. 이가현 공동대표는 “박지현 민주당 공동비대위원장의 역할을 대부분 긍정적으로 평가하지만 우려되는 부분도 있다. 그건 박 위원장이 여성 정치, 페미니즘 정치의 아이콘이 되는 것”이라며 “보다 많은 여성이 정치의 주체가 될 수 있는 방향을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연웅 활동가도 “2030 여성·남성들은 여전히 스윙보터라고 생각한다. 언제든지 2030 여성들은 민주당을, 남성들은 국민의힘을 떠날 수 있다. 앞으로는 실질적인 해결책을 제시하는 어려운 길을 가는 정치가 필요하다”고 했다.

박고은 기자 eun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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