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 당선자와 안철수 인수위원장,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 인수위원들이 지난 18일 오전 서울 종로구 금융감독원 연수원에 마련된 인수위원회에서 제20대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현판식을 하고 있다. 윤석열 인수위 인수위원 24명 가운데 여성은 4명에 불과하다. 연합뉴스
윤석열 당선자의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에 합류해 여성가족부 폐지 공약 이행에 관여할 법한 전체 여성 인수위원들 가운데 과반은 여가부 권한 강화를 주장하거나, 관련 법안까지 발의했던 ‘친여가부’ 활동을 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22일 <한겨레> 취재를 종합하면, 전체 인수위원 24명 가운데 여성위원은 △박순애 정무사법행정 분과 위원(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 △김현숙 정책특보(숭실대 경제학과 교수)△임이자 사회복지문화 분과 간사(국민의힘 의원) △백경란 사회복지문화 분과 위원(성균관대 의과대학 교수) 등 4명이다. 여기에 김정재 국민의힘 의원이 특별보좌역으로, 신용현 전 국민의힘 의원이 대변인으로 합류했다. 이들 6인의 경력을 감안할 때 의료전문가인 백 교수와 신 대변인을 제외한 4명이 여성가족부 폐지 논의에 실질적으로 참여할 것으로 보인다.
윤 당선자의 정책특보를 맡은 김현숙 교수는 새누리당(현 국민의힘) 비례대표로 19대 국회에 입성했다. 이후 여성가족위 등에서 활동하며 대표발의한 67건의 법안을 살펴보니, 여가부 장관의 자료제출 요구권을 강화하는 성별영향분석평가법 개정안, 지역구 선거 여성 30% 공천 의무화를 골자로 하는 공직선거법 개정안, 여가부 장관이 정부위원회 성별 참여현황을 공표하고 개선 권고하도록 하는 여성발전기본법 개정안 등이 눈에 띄였다. 성별영향평가란 정부부처가 추진하는 정책이 ‘성평등’한 지 여가부가 평가하는 제도로, 김현숙 정책특보는 발의 당시 이 제도의 “내실 있는 운영을 위해” 여가부 권한이 강화되어야 한다고 봤다. 김 정책특보는 또 세계경제포럼의 ‘성 격차 연례보고서’를 인용하면서, 정부위원회의 여성 참여 비율을 높이기 위해 여가부 장관이 각 정부위원회 여성 참여현황을 공표하고, 낮을 경우 개선 권고도 하도록 앞장섰다. 모두 여가부의 권한 강화로 연결된다.
당선자 특별보좌역을 맡은 김정재 의원도 여가부 기능 강화를 요구하는 발언을 해왔다. 21대 국회 전반기 여성가족위 국민의힘 간사로 활동한 김 의원은 여가부 폐지 논란이 불거지던 지난해 4월 <이투데이>와의 인터뷰에서 “(여가부는) 유교 국가로 오랜 기간 남존여비, 남성우월주의, 남성중심사회가 이어져 왔기 때문에 여성 인권 신장을 위해서 특별히 애를 쓰라는 의미로 존재하는 것”이라며 “이 같은 이유로 폐지보단 제대로 기능을 해주기를 바라는 것인데, 제 역할을 못 하니 국민, 특히 20~30대가 폭발한 것”이라고 했다. 폐지보다 기능 강화에 힘을 실은 발언이다. 김 의원은 지난 2020년 7월 민주당이 국회 효율화를 이유로 겸임 상임위인 여성가족위를 통폐합하려 하자 “시대정신은 오히려 여가위에 더 많은 것을 요구하고 있다. 겸임 상임위가 문제라면 오히려 더 힘을 실어줘서 단독 상임위로 갈 일이지, 문체위와 통합해서 젠더 문제를 더 잘 해결할 수 있다는 건 무슨 논리냐”(<오마이뉴스> 인터뷰)고 했다. 지난 10월 열린 여가부 국정감사에서는 여가부가 만든 여성폭력 2차피해 방지 표준안을 두고 “여가부가 (성폭력 발생기관 외부의) 2차 가해자에 대해 주의, 경고 또는 법적 대응을 하겠다는 내용을 추가하는 것을 검토해 달라”고 주문하기도 했다. 지난해 12월 <불교방송>에 출연해선 이재명 후보의 여가부 명칭 변경안에 대한 질문에 “여성뿐만 아니라 남성도 함께 고려하는 그런 정책으로 나가야 되지 않나라는 생각에 지금 그래서 어느 정도는 찬성은 하고 있다”고 말했다. 대선 석달 전까지만 해도 부처 개명·개편 등의 취지는 보였을망정, ‘여가부 폐지’가 고려대상은 아니었던 셈이다.
새 정부의 조직개편 전반에 참여해 여가부 폐지 과정에도 관여할 것으로 거론된 박순애 정무사법행정분과 위원은 ‘첫 여성 행정학회장’으로 세간의 주목을 받은 바 있다. 그간 경력을 보면, 여성보다는 환경 쪽이 더 두드러진다. 다만 박 위원은 지난해 11월19일 한국행정학회와 여가부가 공동주최한 ‘여성 청소년 가족정책의 중장기 정책과제 및 발전방안 모색을 위한 공개 토론회’에서의 개회사를 통해 “선진국에 진입한 국가들의 가장 우선적인 정책은 가족이다. …여성들이 가정과 일을 병행할 수 있도록 현대사회가 구조화되지 않으면 불가능하다(안 된다). 오늘 발제문에는 여성이 당하고 있는 아직까지 시정되지 못한 많은 부분, 가족정책 발전 전략이 담겨 있다”고 했다. 윤석열 당선자는 ‘구조화된 성차별은 없다’는 전제로 여가부의 폐지도 추진하고 있다. 이날 한국행정학회가 발표한 최종 보고서(여가부 용역)에는 “(여가부가 해온) 범정부 성평등 정책을 총괄하고 조정하는 기능, 여성대표성 제고 및 근로환경 조성, 노동시장 성별격차 해소, 가족친화적 사회환경 조성과 관련한 기능은 더 강화되어야 한다”고 적혀있다.
여가부 폐지 공약을 실무적으로 구체화할 인사로 사회복지분과 간사를 맡은 임이자 의원이 꼽힌다. 20대 국회에서 1년간 여성가족위 위원을 지냈다. 20대 때 105건의 법안을 발의했는데, 여성 권익 관련 법안으로 직장 내 성희롱 처벌 강화 등 남녀고용평등법 개정안 4건이 확인된다. 임 의원은 21대 국회에서는 노사협의회 구성시 일정 비율 이상을 여성노동자 몫으로 할당하는 ‘근로자참여법’ 개정안을 낸 바 있다. 여가부 권한 강화 혹은 개편과 직접 관련된 법안 발의는 없었다.
최윤아 기자
ah@hani.co.kr 임재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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