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팬데믹 아래 가정폭력이 늘고 있다는 우려가 커지는 가운데, 지난해 가정폭력 가해자의 임시조치 위반 건수가 역대 가장 많았던 것으로 나타났다.
8일 국회입법조사처 허민숙 조사관이 발표한 ‘가정폭력 접근금지명령 이행 강화 방안: 가해자 지피에스(GPS·위성항법장치) 추적제도 도입을 위한 시론’을 보면, 2021년 임시조치 위반 건수는 526건으로, 전년(370건)보다 42.1% 증가했다. △2019년 404건 △2018년 331건 △2017년 342건 등에 비해서도 두드러지게 많았다. 2021년 긴급 임시조치 신청 건수는 3864건으로 전년(2567건)보다 50.5% 증가했다.
임시조치란 범죄 재발 우려가 커 공권력의 대처가 긴급히 필요하다고 판단될 때 경찰이 현장에서 발동하는 조치다. ①피해자로부터 가해자 격리 ②100m 이내 접근금지 ③전기통신을 이용한 접근금지 등 6개 조항 가운데 필요한 조치를 중복해 내릴 수 있다. 일반적으로 검사가 법원에 임시조치를 청구하는데, 상황에 따라 현장에서 경찰이 먼저 발동한 뒤 검사를 통해 법원에 임시조치 청구서를 제출하는 방식으로도 운영한다. 현행법 가운데 유일하게 가정폭력처벌법에 규정되어 있다. 주로 재범 위험이 큰 가정폭력 가해자가 피해자에게 접근하는 것을 막기 위해 사용한다.
하지만 지난해 임시조치 위반 건수도 크게 증가했다는 사실이 가정폭력 통제의 한계를 보여준다. 코로나 팬데믹 국면이다. 2021년 1월21일부터 가정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개정안이 시행되면서 임시조치 위반에 따른 처벌이 과태료 처분에서 1년 이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의 벌금 또는 구류로 강화됐다. 그런데도 긴급 임시조치 위반 건수가 증가한 셈이다. 허 조사관은 “처벌 강화에도 위반 건수가 되레 증가한 것은 임시조치에 대한 가해자의 경각심이 커지지 않았음을 시사한다”고 했다. 법 개정 이전인 2020년까지 임시조치를 위반해도 대부분 과태료 처분이었으나, 개정 이후인 2021년 유치장에 입감되는 처분을 받은 건수는 111건으로, 전년(24건)보다 4배 이상 늘었다. 다만 유치 이후 기소의견 송치 비율 등은 관련 통계가 구축되어 있지 않아 확인이 어려운 상태다.
임시조치에 한계가 있는 만큼, 보다 확실한 피해자 보호를 위해 가해자 지피에스 추적 감시제도 도입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이 나온다. 현재는 피해자에게 지피에스 기반 스마트워치를 지급해 응급상황 시 경찰이 출동하도록 하고 있는데, 이와 병행해 가해자에게도 추적 장치를 달자는 것이다. 허 조사관은 “가해자에게 지피에스 추적 장치를 부착해 가해자와 피해자 거리가 일정 수준 이상으로 가까워졌을 때 경찰과 피해자에게 실시간 경보가 울리도록 하면 강력범죄를 예방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했다.
실제 미국·스페인·프랑스는 가정폭력 등 친밀한 관계에서의 폭력을 사유로 한 접근금지명령 위반자의 위치추적 감시제도를 도입했다. 영국과 오스트레일리아도 시범 운영 중이다. 미국은 23개 주에서 재판 전에 석방된 가정폭력 가해자나 접근금지 명령 위반 가해자에게 지피에스 감시 장치 부착을 명령하고 있다. 다만 허 조사관은 가해자의 사생활권 보호를 위해 앞서 한 차례 접근금지 명령을 위반했을 때 제재 방식의 하나로 해당 규정을 신설하는 방식이 적합하다고 했다.
최윤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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