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만 받으면 되는 거 아니에요?” 10대 여성 청소년 ㄱ씨가 담당 경찰에게서 들은 말이다. ㄱ씨는 지난해 에스엔에스(SNS)를 통해 조건만남에 발을 들였다가 성매매 알선자 ㄴ씨를 만났다. ㄴ씨는 미성년인 ㄱ씨를 성폭행하고, ㄱ씨가 번 돈 일부를 편취했다. ㄱ씨는 경찰에 피해사실을 알렸으나 담당 경찰은 ㄱ씨를 ‘피해자’로 바라보지 않는 듯했다. 경찰은 둘을 ‘금전 관계’로 규정하고, ‘돈을 주겠다’는 ㄴ씨의 각서만 받아준 채 ㄱ씨를 귀가 조처했다.
ㄱ씨가 만난 담당 경찰의 대응은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청소년성보호법) 제38조에 위반된다. 지난해 5월 개정된 이 법에 따르면 성매매 아동·청소년은 처벌 대상이 아니라 보호와 지원의 대상이다. 이들의 성매매가 자발적인 것인지, 강요에 의한 것인지를 따지지 않고, 일단 성매매에 노출된 아동 청소년은 국가가 보호해야 한다. 수사기관은 성매매 아동·청소년을 발견할 경우 신속하게 사건을 수사한 뒤 지체 없이 여성가족부 장관 및 성매매 피해 아동·청소년 지원센터를 관할하는 시·도지사에게 통지해야 한다.
그러나 성매매 아동·청소년을 보호조치해야 할 의무가 있는 수사기관이 여전히 이들을 ‘성매매에 가담한 범법자’로 보고 있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는다. 성매매 피해 아동·청소년을 지원하는 십대여성인권센터 권주리 사무국장은 <한겨레>와의 통화에서 “경찰이 아청법 개정에 대해 아예 모르고 있거나, 알고도 관행적으로 성매매 아동·청소년을 범법자 취급하는 사례가 곳곳에서 발생하고 있다”고 했다. 실제 지난 6월에는 경찰이 성매매 업소에 위장잠입했다가 발견한 성매매 청소년을 피해자가 아닌 피의자로 조사하는 일까지 발생했다. 십대여성인권센터는 경찰이 성매매 피해 청소년을 범죄자 취급해 인권을 침해했다며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을 넣은 상태다.
청소년성보호법 개정안은 지난해 5월 개정돼 같은 해 11월20일부터 시행됐다. 기존 아청법은 성매매의 대상이 된 아동·청소년이 강제적으로 성매매에 응했다는 사실을 입증하지 못하면 ‘피해 아동·청소년’으로 인정하지 않았다. 대신 ‘대상 아동·청소년’이라는 용어로 구분했다. ‘대상 아동·청소년’은 소년법에 따른 보호처분이 가능하다. 보호처분 중 일부는 ‘구금’도 가능하다. 이런 처벌의 두려움 때문에 아동·청소년이 피해 사실을 신고하지 못하거나, 성매수자·알선자가 이를 협박 수단으로 활용하는 일이 부지기수였다. 이 법은 엔(N)번방 사건을 계기로 ‘성착취를 당한 모든 아동·청소년은 보호 대상’이란 인식이 퍼지면서 개정되기 이르렀으나, 막상 법 시행 1년이 지나도록 현장의 인식은 바뀌지 않고 있는 셈이다.
법의 공백도 존재한다. 가령 성매매처벌법 제20조는 성매매 광고 행위를 한 자를 처벌한다. 그러나 청소년성보호법에는 성매매 광고에 관한 별도 규정이 없다. 이 때문에 성매매 광고글을 게시한 아동·청소년은 어떤 수사 담당자를 만나느냐에 따라 처벌을 받을 수도 있고 받지 않을 수도 있다. 실제 채팅앱에 성매수자를 구하는 글을 게시했다가 지난 8월 입건된 ㄷ(18)씨는 성매매처벌법상 성매매 광고 혐의로 검찰에 송치됐다. 담당 검사는 ㄷ씨를 피해 아동·청소년으로 보고 “처벌할 필요성이 없다”면서도, 성매매처벌법 위반에는 해당하기에 기소유예 처분을 내렸다. 이 사건을 맡은 법무법인 천지인 배수진 변호사는 “수사 담당자에 따라 다른 해석과 법 적용을 할 수 있는 여지가 있다”며 “‘청소년성보호법의 적용 대상인 아동·청소년의 경우 성매매처벌법을 적용하지 않는다’는 점을 명시하는 개정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현장 수사기관 대상 ‘교육’의 필요성을 강조한다. 권 사무국장은 “피해자가 성착취를 당한 뒤 가장 먼저 가게 되는 곳이 수사기관”이라며 “성매매 피해 아동·청소년이 보호 대상이란 점을 적극적으로 홍보하고 교육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이와 관련 경찰청 이광열 성폭력대책계장은 <한겨레>와의 통화에서 “교육은 수시로 하고 있고, 내부적으로 홍보도 하고 있다. 조직이 크다 보니 일선까지 전달되지 못하는 부분이 있는 것 같다. 다시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지속적으로 교육하겠다”고 말했다.
박고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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