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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여성

윤석열 캠프로 간 ‘페미’ 정치인의 자기부정

등록 2021-12-20 17:59수정 2021-12-20 23:10

신지예 여성정치네트워크, 올해 국힘쪽 비판성명만 8차례
깜짝합류에 여성계 “정당성 없고 바다 위 손톱만한 기름될 것”
한편선 여성정치 백래시 조짐도 …2030 정치적 회의 커지나
지난해 서울 서대문갑에 무소속 후보로 출마한 신지예 후보가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김혜윤 기자 unique@hani.co.kr
지난해 서울 서대문갑에 무소속 후보로 출마한 신지예 후보가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김혜윤 기자 unique@hani.co.kr

지난 2018년 신지예 당시 녹색당 후보는 ‘페미니스트 서울시장’을 슬로건으로 세워 8만표 이상을 받았다. 페미니즘 자체를 공약으로 내세운 정치적 시도로 2030대 여성이 중심이 되어 기성정당 대신 ‘제3지대’를 지지한 결과였다. 국민의힘 대선후보 직속기구인 새시대준비위원회에 신지예 한국여성정치네트워크 대표가 합류(수석부위원장)한 소식에 여성계 및 지지자들의 비판이 거칠게 제기되는 이유다.

당장 신지예 부위원장이 전날까지 몸담아 올 한해만 8차례가량 국민의힘 또는 이준석 대표 등을 규탄, 비판했던 한국여성정치네트워크는 “관심과 후원, 지지를 보내주신 모든 분들께 갑작스러운 소식으로 심려와 혼란을 야기한 데 사과”했다.

19일 국민의힘 쪽의 ‘깜짝 영입’ 예고에 이어 20일 신지예 국민의힘 새시대준비위 수석부위원장이 영입인사 환영식을 통해 직접 “후보님께서 여성폭력을 해결하고 기후 위기에 대응하고 좌우를 넘어서 전진하는 대한민국을 만들겠다고 약속해주셔서 함께 하기로 했다. 새 시대를 열기 위해 많이 돕고 함께 돕겠다”고 밝혔다. 신지예 부위원장이 대표로 있는 한국여성정치네트워크는 이날 아침까지만도 예상못 한 것으로 전해진다. 2030 일부 남성, 이들을 세력화하는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 등 이른바 ‘백래시’ 세력에 특히 앞장서 맞서온 이 단체가 ‘사과’ 입장문을 내놓기 바로 전의 성명 제목은 지난 10일치 “‘N번방 방지법’ 시행 1일째, 국민의힘은 여성의 생명권보다 범죄자 통신권이 더 중요한가”였다. 이제 신지예 부위원장이 답해야 하는 형국이 됐다.

여성정치계 비판은 격하다. 정당성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일관되게 나온다. 권수현 젠더정치연구소 여·세·연 대표는 <한겨레>에 “새시대준비위원회가 성평등 가치를 지향한다고 내세우지도, 국민의힘 내부에서 변화의 기미가 보이지도 않는 상황에서의 합류는 신 전 대표가 그동안 주장했던 것들과 완전히 반대되는 행보”라며 “정당성이 보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지난 4월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신지예 당시 무소속 후보가 이끄는 ‘팀서울’ 후원위원으로 참여했던 손희정 경희대 비교문화연구소 학술연구교수는 에스엔에스(SNS)에 “당신이 꿈꾸는 평등한 세계가 남성 청년의 표심을 노리고 ‘여자가 우연히 더 많이 죽었다’고 말하는 정치인들과 어깨를 걸고 함께 올리 없다”고 꼬집었다.

그의 선택이 3지대에 대한 신뢰를 손상시키며 가뜩이나 부유하던 ‘2030 여성’의 정치적 회의를 심화시킬 수 있다는 우려는 더 오래갈 수밖에 없어 보인다. 지난 2018년 서울시장 선거 때 신 전 대표를 지지했던 30대 여성 박아무개(32)씨는 “그 당시 내 표가 사표가 될 걸 알면서도 신 전 대표를 뽑았다. 여성 인권을 주요 의제로 내세운 그의 진정성을 믿었기 때문”이라면서 ”지금까지 그가 다져왔던 정치인으로서의 입지가 이번 선택으로 전부 무너졌다고 생각한다. ‘정권 교체를 위해서’라는 명분을 들었는데 자신을 합리화하는 변명일 뿐이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강민진 청년정의당 대표는 <한겨레>에 “안티페미니즘이라는 국민의힘의 일관된 행보가 있는데, 여기에 청년 여성으로서의 상징성, 페미니스트의 대표성을 갖고 있는 신 전 대표가 합류한 것은 여성 유권자에게 양당정치 혹은 국민의힘에 의해 (페미니즘이) 무화되고, 패배한듯한 느낌을 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여성학자와 여성운동가가 제도권 정치로 ‘전장’을 옮겨 활동하던 관행은 그동안 적잖이 있었다. 하지만 이번 사안은 동일선상에서 보기 어렵다는 지적이 많다. 배복주 정의당 부대표는 <한겨레>에 “신 전 대표는 페미니스트 정체성을 전면에 내세웠던 정치인이다. 학자·운동가 정체성을 기반으로 입법·정책 ‘자문’ 역할을 하기 위해 합류하는 분들과는 다른 측면이 분명히 있다”고 했다.

신지예 부위원장이 당장 지난달 “페미니스트들의 대안이 될 수 없”(지난 11월24일 트위터)다고 꼬집었던 국민의힘을 직접 변화시킬지 낙관하기 어렵다. 20대 여성유권자 임지은(23)씨는 “그가 2030 여성들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정치인이라 여겼는데 안티 페미니즘을 외치는 당에서 과연 여성을 대변하는 목소리를 낼 수 있을지 의문”이라며 “실망스럽다”고 말했다. 손희정 교수는 <한겨레>에 “김한길 위원장도 목소리를 못 내는데, 신 전 대표가 목소리를 낼 수 있을 가능성은 희박하다고 본다. (신 전 대표의 주장은) 거대한 바다 위에 손톱만 한 기름일 것”이라고 했다. 강민진 대표도 “이른바 ‘영입 인재’는 선거 때 반짝 주목받는 장식품일 뿐, 실제 정치를 함께 해나갈 동료를 맞이하는 방식은 아니다. 영입 인재가 권한을 갖고 의사결정을 하기 어려운 게 현재 정당의 구조”라고 말했다.

실제 이준석 국민의힘 당대표는 이날 신 전 대표 영입에 대해 “(신 전 대표가) 우리 당에 참여해서 후보 당선 위해 일조하겠다면 저는 선의는 의심할 생각 없지만 당의 방침과 크게 어긋나지 않는 선에서 역할 해줬으면 (한다)”고 했다.

이제 여성계는 신 부위원장의 국민의힘 합류로 ‘백래시’가 강화되는 상황을 우려한다. 이른바 ‘여성정치에 대한 백래시’다. 합류 발표 당일인 20일만 해도 국민의힘 서울시당의 한 당직자가 에스엔에스에 “페미 진영의 대표 인사라는 사람들도 자리만 좋은데 준다면 언제든 국힘 쪽으로 투항할 준비가 됐다 (…) 페미 소멸이 얼마 남지 않았다”고 썼다. 권수현 여·세·연 대표는 “신지예 전 대표가 아무 활약도 못 하면, 페미니스트 정치인은 아무것도 못 하는 존재로 치부될 수 있고, 더 나아가 페미니스트 정치가 형해화되는 결과로 이어질까 우려스럽다”며 “신 전 대표는 하나의 케이스일 뿐, 모든 페미니즘의 실패로 환원하는 일은 경계해야 한다”고 했다.

백래시 우려는 일반 유권자 사이에서도 나온다. 30대 유권자 전아무개씨는 “신지예 전 대표의 행보는 개인적인 선택 정도로 여겨졌으면 한다. 신지예가 청년 여성을 대표하는 사람은 아니다. 이 일로 내 주변의 페미니스트들이 너무 당황스러워하거나 좌절스러워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했다.

최윤아 박고은 기자 a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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