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생과 영유아 자녀를 둔 워킹맘 가운데 절반(49.3%)은 지난해 코로나19 시기 직장에서 권고사직, 무급휴직 등 고용조정을 직·간접적으로 경험한 것으로 나타났다. 성차별적 고용시장과 여성에게 자녀돌봄이 전가되는 상황이 결합한 결과라는 분석이다.
한국여성정책연구원(원장 문유경)은 코로나19로 인한 경제적 충격이 본격화한 지난해 3~11월 여성 노동자들이 겪은 일·돌봄 변화를 조사한 결과를 22일 공개했다. 지난해 말 여성노동자 3007명을 대상으로 온라인 조사(신뢰 수준 95%, 표본오차 ±1.8%포인트)를 진행한 결과, 전체 응답자의 20.9%는 이 시기 퇴직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퇴직 경험은 실직했거나, 실직 뒤 재취업한 경우를 아우른다. 퇴직을 경험한 여성 비율은 막내 자녀가 어릴수록, 미취학 또는 초등생 자녀 수가 많을수록 높아졌다. 막내 자녀가 중고등생인 경우 퇴직 경험 비율은 18.8%였지만 미취학 자녀인 경우는 22.5%로 나타났다. 초등생 이하 자녀가 1명일 때 퇴직 경험 비율(19.8%)과 3명 이상인 경우 비율(27.5%)도 큰 차이를 보였다.
초등생 이하 자녀를 둔 여성(722명) 중 다니던 직장에서 고용조정을 직·간접적으로 경험했다는 응답자 비율은 47.2%였다. 고용조정은 유급·무급휴직, 부분휴업, 권고사직, 해고, 계약해지, 임금 삭감 혹은 반납, 임금체불 등을 포함한다. 특히 고용조정 경험자 가운데 45.8%는 직장에서 여성, 임산부, 육아휴직자 등을 우선 대상으로 권고사직·해고·계약해지가 있었다고 답했다. 코로나19 시기 성차별적 고용조정이 많이 이뤄졌음을 확인할 수 있는 대목이다.
퇴사 압박은 일터 뿐 아니라 가정에서도 이뤄졌다. 코로나19 시기 퇴직을 경험한 유자녀 여성의 45.5%는 배우자나 가족으로부터 자녀 돌봄을 위해 일을 그만둘 것을 권유받았다고 답했다. 초등생 이하 자녀를 둔 여성의 46%가 배우자나 가족에게 퇴직 권유를 받았고, 초등생 자녀를 둔 경우에는 이 비율이 34.7%로 나타났다. 코로나19로 여성의 돌봄부담은 증가했으나 배우자는 물론, 가족돌봄휴가와 재택근무 같은 일과 돌봄 병행을 지원하는 제도 역시 여성노동자에게 집중되는 부담을 덜어주지 못한 셈이다.
초등생 이하 자녀를 둔 응답자 가운데 80%가 코로나19 시기 자녀돌봄 부담이 증가했다고 답했으나, 배우자의 돌봄 참여에 대해서는 이전과 동일하다(59.4%)는 응답이 가장 많았다. 또 퇴직 경험 응답자 가운데 93.5%가 가족돌봄휴가를 사용하지 않았다고 답했다. 재택근무를 하지 않았다는 응답 비율도 80.5%에 이르렀다. 일과 돌봄 병행을 지원하는 제도를 사용하지 않은 이유로는 사용할 분위기가 안 된다(27.8%), 제도 자체를 몰랐다(26.4%) 등 답변이 많았다.
조사를 진행한 이동선 한국여성정책연구원 부연구위원은 “코로나19로 인한 경기 침체와 이로 인한 여성의 일자리 위기는 일과 돌봄을 병행할 수 없는 열악한 노동 여건, 자녀돌봄을 여성의 일로 여기고 여성에게 전가하는 사회적 압박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라고 분석했다.
최윤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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