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적 6·15공동선언이 발표된 지 21년이 됐습니다. 지난해 코로나19로 제대로 전개하지 못한 한반도의 평화와 공존을 위한 캠페인을 다시 시작합니다.”
지난 16일 오전 11시 전북 전주시 전북대 옛정문 앞에서 전북겨레하나 회원들을 대표해 방용승(57) 상임이사가 전북지역 한반도 종전·평화 서명 캠페인의 출발을 알렸다. 그는 “지난해 4·27판문점선언 2돌을 기념해 추진했던 한반도 평화대장정이 코로나로 인해 성과를 제대로 거두지 못했다. 이에 올해 6월15일부터 8월15일까지 두 달 동안 집중적으로 캠페인을 전개할 것”이라고 말했다.
전북평화회의 상임대표, 6·15공동선언실천남측위원회 상임대표 등으로 활동해온 그는 지난 14일 ‘2021년 민간통일운동 유공자 정부 포상’ 전수식에서 국민포장을 받았다. 통일부는 10년 이상 통일기반 조성과 남북교류협력 등 민간통일운동에 기여한 인물을 유공자로 정한다.
‘6·15’ 21돌 전북 ‘평화 공존’ 캠페인
5천여 회원들과 ‘종전’ 서명운동 시작
대학때 ‘광주 진실’ 충격에 운동 나서
2000년 계기 대중적 평화통일운동 ‘절감’
최근 민간통일운동 유공자로 ‘국민포장’
“국난 맞선 의병·관군처럼 민·관 함께”
그는 1980년대 초반 대학시절 5·18광주민중항쟁의 진실을 알게 되면서 민주화와 통일 운동에 뛰어들었다. 2000년 6·15선언을 계기로 달라진 남북관계와 한반도 정세에 맞춰 합법적·대중적인 평화통일운동의 필요성을 절감한 그는 2005년 9월 사단법인 ‘우리겨레하나되기 전북운동본부’를 출범시켜 운영위원장을 맡았다. 2013년에는 지역 특수성을 고려한 통일운동의 마중물이 되고자 사단법인 전북겨레하나로 독립해 상임이사를 맡았다.
“낮은 곳에서 지역의 어른들을 받들면서 일하자고 다짐했어요. 그런데 정작 제가 국민포장을 받아버렸네요. 쑥스럽고 민망한 일입니다. 개인이 받은 상이라기보다는 응원해준 전북겨레하나 5천여 회원 등 지역 통일운동 활동가를 대표해 받았다고 생각해요. 더욱 낮은 자세로 정진하겠습니다.”
‘대중보다 반 발자국만 앞서 가자’, ‘앞장서 선언하며 이끌기보다 시민과 함께 실천하는 통일운동을 해보자’. 그는 무엇보다 평화통일과 6·15선언에 동의하는 사람이라면 이념과 정치적 견해를 따지지 말고 모두 함께할 수 있는 장을 마련하고자 노력했다. “흡수통일도 적화통일이 아닌 ‘평화통일’을 추구하는 것은 서로의 다름을 인정하고 차이를 존중하며 하나됨을 이루자는 뜻이기 때문입니다.”
전북겨레하나는 청소년의 평화통일 의식을 높이기 위해 해마다 2천~3천명이 참여하는 통일염원 마라톤대회를 20년 넘게 이어오고 있다. 처음에는 참가자 모집에 어려움이 많았다. 통일이라는 무거운 주제에 재미있고 유쾌하게 접근하도록 가족캠프, 노래자랑대회, 통일문화제 등에 신경 썼다. 전북통일연대 시절인 2004년 대중의 참여를 높이기 위해 시작한 ‘하루백원 통일운동’(1일 100원씩 통일기금 모으기)을 기반으로 5천명이 넘는 회원을 확보할 수 있었다.
그가 특히 중점을 둔 것은 통일조국의 주역이 될 미래세대를 길러내는 일이다. 해마다 뽑는 ‘청소년 평화통일기자단’의 활동은 이제 13기를 맞았다. 그 덕분에 대학생겨레하나도 결성됐다. 찾아가는 청소년 평화통일 교육을 통해 코로나 사태 이전까지 해마다 청소년 2만여명을 만났다.
“국민들 다수는 어느날 갑자기 독일의 베를린 장벽이 무너지듯 휴전선이 없어지는 통일을 상상합니다. 통일하면 가난한 북한 주민을 우리가 지원해줘야 한다고 생각해요. 통일에 부정적으로 보는 사람들이 늘어나는 이유입니다. 하지만 이런 통일은 가능하지도 않고, 해서도 안 되는 재앙과 같지요. 이미 6·15선언문에서 남과 북이 합의한 통일방안(남측의 연합제안과 북측의 낮은 단계의 연방제안이 서로 공통성이 있다고 인정하고 앞으로 이 방향에서 통일을 지향시켜 나가자는 것)이 있다는 것을 알리면 우려는 말끔히 사라질 것입니다.”
그는 지난해 전북지역 197개 단체와 기관 등이 참여하는 ‘전북평화회의’ 상임대표도 맡았다. 이 단체는 2019년 3·1운동 100돌을 맞아 조직한 ‘1천인 평화원탁회의’와 전북에서만 3천여명이 참여한 ‘비무장지대(DMZ) 평화 손잡기 운동’의 성과를 모아 만들어진 연대체다.
그는 “민간에서 아무리 노력한다고 통일이 되겠는가”라는 질문을 현장에서 가장 많이 받는다. 그럴 때면 이렇게 답한다. “민간 통일운동의 역량이 높아지면 지자체와 정부도 영향을 받게 됩니다. 정부가 잘할 때는 밀어주고, 잘못하면 비판하면서 민간 통일운동의 몫을 해야죠. 가능하면 지자체 등 관과도 협력하려고 합니다. 과거 국란 때 의병과 관군이 협력하듯이 말입니다. 한반도의 평화와 통일은 바라는 사람들의 힘이 이를 막아서는 세력보다 커질 때 가능해질 것입니다. 포기하지만 않는다면 그날은 반드시 올 것입니다.”
박임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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