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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홈리스, 백신 접종 30%에 그쳐…“별도 대책 마련해야”

등록 2021-06-16 14:47수정 2021-06-17 02:47

정부, 노숙인 포함 취약시설 대상 백신 접종 진행
취약시설 백신 접종율 86.3%, 노숙인들은 29.7%뿐
시설 이용할 때마다 코로나19 검사받아야…“코가 너덜너덜”
홈리스행동이 16일 오전 서울역 앞에서 ‘거리홈리스 코로나19 예방접종 실태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채윤태 기자
홈리스행동이 16일 오전 서울역 앞에서 ‘거리홈리스 코로나19 예방접종 실태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채윤태 기자

지난 1월 서울역 노숙인 시설에서 코로나19 집단감염이 발생한 뒤, 정부와 서울시가 노숙인들에 대한 백신 접종 계획을 내놨지만, 실제로 백신 접종을 받은 거리 노숙인은 30%가 되지 않는다는 조사결과가 나왔다.

홈리스행동은 16일 서울역 광장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같은 내용을 담은 ‘거리홈리스 코로나19 예방접종 관련 실태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홈리스행동은 지난달 13∼26일 서울 시내 거리 노숙인 밀집지역인 서울역, 용산역 등 주요 공공역사에 머무는 거리 노숙인 101명을 대상으로 대면 설문조사를 진행했다.

거리 노숙인도 백신 접종 계획 대상에 포함돼 있지만 조사결과 실제 접종률은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질병관리청은 지난 4월부터 시작한 ‘코로나19 취약시설 대상 예방접종 계획’에 ‘노숙인 거주 및 이용시설 입소·이용자’를 백신 접종 대상자로 포함했다. 시설입소 노숙인뿐만 아니라, 시설을 이용하는 거리 노숙인까지 접종 대상이다. 서울시도 지난 4월21일부터 거리 노숙인 대상 백신접종을 시작했다.

그러나 지난달 27일 기준 코로나19 취약시설 전체 대상자의 1차 백신 접종률은 86.3%였지만, 홈리스행동 조사에서 거리노숙인은 29.7%만이 백신을 접종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거리 노숙인 백신 접종에 대한 구체적인 지침이 없는 것과, 노숙인들이 백신 접종을 기피하는 경향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빚어진 일로 분석된다.

홈리스행동이 노숙인 밀집 지역을 관할하는 서울 ㄱ자치구 보건소에 문의하니 “거리 노숙인에 관해 구체적 접종 일자나 계획 나온 것이 전혀 없다”고 응답했고, ㄴ자치구 보건소는 “주민등록말소된 분들 어떻게 대상자 명단에 등록해야 하는지 지침이 없어서 시작을 못 하고 있다”, ㄷ자치구 보건소는 “거리홈리스에 대한 별도 (백신 접종)계획은 없다”고 답했다고 한다.

거리 노숙인들이 접종 뒤 이상 반응이 나타났을 때 충분한 휴식과 치료를 받을수 없다는 우려 때문에 백신 접종을 기피하는 경향도 나타났다. 백신 미접종 응답자 가운데 43.7%는 백신접종을 하지 않거나 못한 이유로 “접종 후 이상 반응 관리가 어려울 것 같아서”라고 응답했다. 또 향후 백신접종 시 가장 큰 우려사항이 무엇인지를 묻는 질문에 조사대상자의 29.7%는 “이상반응이 발생했을 때 적절히 대응할 방법이 없는 것”이라고 답했고, 27.7%는 “접종 후 휴식을 취할 장소가 없는 것”이라고 답했다.

보건당국은 백신 접종 후 이상 반응이 나타나면 “가급적 접종 후 바로 귀가”하라거나 “통증 부위를 냉찜질하거나 수분을 충분히 섭취”하라고 홍보하는데 거리 노숙인들에겐 쉽지 않은 일이다. 홈리스행동의 기자회견 나온 노숙인 ㄱ씨는 “백신 접종 후 혼자 안전하게 쉴 수 있는 곳을 마련해줬으면 좋겠다”고 요구했다.

거리 노숙인들이 개별적으로 백신 접종을 신청하거나 정보를 얻기도 어려운 점도 낮은 백신 접종률의 원인으로 꼽힌다. 백신 접종 예약과 정보 습득은 주로 온라인으로 이뤄지는데 거리 노숙인들은 연락처도, 휴대전화도 없어서 접종 예약은 물론 안내를 받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신분증을 소지하고 있는 경우가 응답자의 67.3%에 불과했고, 본인 명의 스마트폰을 소지한 경우가 10.9%, 스마트폰이 아닌 자신 명의의 휴대전화를 소지한 경우가 8.9%에 그쳤다. 공동인증서 및 아이핀 인증이 가능한 경우는 단 한 명밖에 없었다.

거리 노숙인들은 코로나19 확산 뒤 식사를 하는 급식소 등 시설을 이용하는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토로한다. 응답자 가운데 72.3%가 지난 3개월 동안 서울시 노숙인 지원기관을 이용하는 데 어려움 겪었다고 답했는데, 이들 가운데 83.6%는 ‘정기적인 코로나 검사를 요구받아서’라고 그 이유를 밝혔다. 서울시의 조처에 따라 노숙인들은 시설을 이용할 때마다 ‘7일 이내 받은 코로나 검사 결과’를 갖고 있어야 한다. 매일 먹는 급식을 위해 매주 코로나19 검사를 받아야 하는 것이다. 한 노숙인이 “코가 너덜너덜해진 것 같다”고 표현했다고 홈리스행동은 전했다.

홈리스행동은 “미국은 질병통제예방센터(CDC) 차원에서 홈리스에 대한 별도의 접종 지침을 두고 있다”며 “정부와 서울시는 거리 홈리스의 현실과 특성 고려한 백신접종계획을 당장 수립하라”고 요구했다.

채윤태 기자 cha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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