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7월31일 서울시청 앞에서 서울시 지역아동센터 자치구협의회 주최로 열린 아동권리대회에서 지역아동센터 어린이들이 아동에 대한 차별 금지를 촉구하는 팻말을 들고 있다. 연합뉴스.
서울 관악구에서 지역아동센터를 운영하는 정아무개(50)씨는 6월 초 관악구로부터 사회복지시설 종사자들의 백신 휴가 관련 공문을 받았다. 지역아동센터 종사자들이 백신을 맞을 경우 유급 휴가를 제공하겠다는 내용이었다. 하지만 당시 방역당국은 유치원이나 초등학교 1·2학년 교사 등 돌봄 인력의 백신 접종 계획을 마련하면서도 아동복지시설 종사자들의 접종 계획은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잔여 백신 예약도 어려운 상황임을 고려하면 이들에겐 사실상 해당사항이 없는 안내였다. 정 센터장은 9일 <한겨레>와의 통화에서 “지역아동센터 종사자들은 접종 대상에서 빠진 상황에서 백신 유급 휴가 공문을 받으니 헛웃음이 나왔다. 하루 10시간 가까이 아이들과 부대끼며 생활하는데 아이들을 위해서라도 백신 접종이 필요한 것 아니냐”고 말했다.
방역당국이 유치원·어린이집, 초등학교 1·2학년 교사 등 돌봄인력을 대상으로 백신 접종계획을 밝힌 가운데 접종 대상에서 제외된 아동복지시설 종사자들 사이에서 백신 접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앞서 방역당국은 지난 4일 30살 이상 유치원과 어린이집, 초등학교 1·2학년 교사 등 돌봄 인력의 접종 계획을 수정해 오는 7~8월부터 접종을 실시할 계획이라 밝혔다. 이런 돌봄 인력 중 30살 미만은 9일 사전예약이 마감돼 이달 15일부터 화이자 백신 접종이 시작된다.
문제는 지역아동센터나 학대피해아동쉼터 등 소외계층 아동의 돌봄을 전담하는 아동복지시설 종사자들이 이번 접종 계획에서 제외됐다는 점이다. 맞벌이 가정이나 한부모, 조손 가정 등의 아이들의 학교 밖 돌봄을 담당하는 지역아동센터는 지난달 말 기준 전국에 4354곳이 있는데, 이용 아동수가 11만1214명이다. 학대와 방임에 놓인 아이들을 보호하는 아동 그룹홈과 학대피해 아동쉼터는 2019년 말 기준 전국 507개소에서 2645명의 아동을 보호한다. 이들 기관의 종사자는 1만1천명에 달한다.
시설 종사자들은 코로나로 비대면 수업이 늘어나면서 아동복지시설의 돌봄 역할이 커졌다고 말한다. 경기도 안산의 한 지역아동센터 교사로 일하는 신아무개(30)씨는 “지난해 초 코로나가 심해졌을 때 긴급 돌봄 인원을 제외하곤 휴원을 하라는 공문이 내려왔는데 80%가량의 아이들은 그대로 등원할 정도로 센터 의존도가 높은 상황이다”며 “학교를 가지 않는 날은 오전 8시부터 밤 9시까지 센터에 머무르는 아동도 있다”고 말했다.
이들은 돌봄 공백이 발생하지 않기 위해서라도 시설 종사자들의 백신 접종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성태숙 구로파랑새지역아동센터 시설장은 “시설 종사자가 코로나 검사만 받아도 센터를 휴원해야 하는지 고민하는데 (확진자가 발생하면) 돌봄 공백을 막을 방법이 없다”고 말했다. 신 교사도 “가림막을 설치하고 마스크를 써도 온종일 아이들과 함께 생활하는데 방역에 취약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전국지역아동센터협의회와 전국학대피해아동쉼터협의회 등은 이날 성명문을 내어 “코로나 상황에서 아동 돌봄을 위해 종사자들이 최선을 다하고 있음에도 늘 지원의 우선순위가 밀리는 상황이 좌절스럽다”며 “아동복지시설 등 모든 사회복지사들이 적절한 시기에 백신 접종을 완료해 차질없이 돌봄을 제공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코로나19예방접종대응추진단은 이에 대해 “아동센터 종사자 등의 접종 계획은 전문가 자문과 예방접종위 심의 등을 거쳐 결정할 예정”이라 밝혔다.
강재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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