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사회 사회일반

“정부 검찰개혁 4년…검찰은 ‘내전’ 벌이고 언론·정치가 확대 재생산”

등록 2021-06-09 16:18수정 2021-06-09 16:40

참여연대, 문재인 정부 4년 검찰보고서 발표
“공수처 설치는 성과, 검찰개혁은 ‘미완성’”
서울중앙지검 로비에 검사선서가 적힌 액자가 걸려 있다. <한겨레> 자료사진
서울중앙지검 로비에 검사선서가 적힌 액자가 걸려 있다. <한겨레> 자료사진

“검찰은 ‘살아있는 권력 수사’를 강조하면서 진짜 살아있는 권력인 검찰 내부 범죄를 제대로 수사하지 않았다.”

오병두 홍익대 법대 교수(참여연대 사법감시센터 소장)가 9일 서울 종로구 참여연대에서 열린 ‘문재인 정부 4년 검찰보고서’ 발간 기자브리핑에서 멈춤 없는 검찰개혁을 강조하며 한 말이다. 오 교수는 현 정부 들어서 논란이 된 라임 술접대 검사, 검·언 유착 사건 등을 언급하며 검사가 검사를 수사하는 셀프수사의 ‘제식구 감싸기’식 부실수사의 난맥상을 보였다고 지적했다.

검찰개혁과 법무-검찰 갈등의 여파로 검사들이 적군과 아군으로 대치하며 검사가 검사를 셀프 수사하는 이른바 ‘검찰 내전’으로 번지는 양상을 보였다는 평가도 나왔다. 오 교수는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 출국금지 사건을 예로 들며 “김 전 차관 별장 성범죄 의혹 자체 수사 문제는 사라지고, 몰래 출국하려던 출금 결정 과정에 관여된 담당 검사와 지휘라인에 대한 수사로 치환됐다”고 설명했다.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과 윤석열 전 검찰총장 갈등 이후로 윤 전 총장 측근인 한동훈 검사장이 연루된 검·언 유착 사건과 친정부 성향으로 분류된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의 수사외압 의혹, 윤 전 총장 장모 사건 등 특정 라인 검사에 의한 다른 쪽 검사의 공격과 방어의 양상도 비슷한 사례다. 이에 대해 오 교수는 “내전 상황에서 검찰이 언론과 정치권을 적극적으로 활용해 전투 양상을 재생산했다”며 “정치적 중립성 요청이 검찰 스스로 자정노력으로 지켜지기 어렵다는 점을 증명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9일 서울 종로구 참여연대 아름드리홀에서 ‘문재인 정부 4년 검찰보고서’ 발간 기자브리핑이 열리고 있다. 연합뉴스
9일 서울 종로구 참여연대 아름드리홀에서 ‘문재인 정부 4년 검찰보고서’ 발간 기자브리핑이 열리고 있다. 연합뉴스

법학자들은 문재인 정부의 검찰개혁이 “아직 미완성”이라고 입을 모았다. 한상희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법무부 장관과 검찰총장 갈등으로 진영논리에 기반을 둔 정치적 대립이 극에 달해 검찰개혁의 방향성이나 실천 과제 설정 등의 논의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며 “법무부 장관의 검찰조직개편 및 인사 조처가 특별한 성과를 거두지 못했고, 검찰 과거사위원회의 적폐 청산과 인적 쇄신 작업 또한 무위로 끝났다”고 지적했다.

한상훈 연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설치를 검찰개혁의 큰 성과라고 평가하면서도 “출범 초기 논란에 휩싸인 공수처가 신뢰를 회복하는 길은 공정하고 중립적 수사·기소로 자신의 존재 이유를 보여줄 때 가능하다. 사건의 수사를 검찰에 이첩하고 기소만 결정하겠다고 하는 것은 공수처의 본분을 망각한 태도”라고 말했다.

법학자들은 장기적으로 수사권과 기소권을 분리해야 하지만, 현 단계에서 경찰 수사력 확대와 공수처의 안착이 우선이라고 강조했다. 하태훈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검사가 수사해야 법치가 실현되고 민주주의가 실현된다는 (윤 전 총장의) 생각은 착각이고 오만일 뿐”이라며 “수사와 기소가 하나라는 것이 하나의 조직이 관장해야 한다는 필연성을 말하는 게 아니고 과잉(과소)수사같이 검찰 수사권이 바르게 행사되지 않았다는 경험론에 바탕을 둔 개혁방향”이라고 했다. 여당이 추진 중인 중대범죄수사청 같은 독립수사기구 신설은 “장기적 과제”라며 “지금은 경찰의 국가수사본부와 공수처 안착이 우선이고 경찰 비대화 우려를 불식하기 위한 경찰개혁도 추진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한편, 참여연대가 이날 발간한 ‘문재인 정부 4년 검찰보고서’에는 현 정부의 검찰개혁에 대한 평가와 과제, 검사와 정치인·재벌 등이 연루된 검찰 주요 수사 22건 진행 상황 등이 담겼다. 이는 2003년 김대중 정부 5년 검찰에 대한 종합 평가를 담은 ‘검찰백서’ 발간 뒤 13번째 발표된 보고서다.

옥기원 기자 ok@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사회 많이 보는 기사

전광훈 ‘지갑’ 6개 벌리고 극우집회…“연금 100만원 줍니다” 1.

전광훈 ‘지갑’ 6개 벌리고 극우집회…“연금 100만원 줍니다”

하늘이 영정 쓰다듬으며 “보고 싶어”…아빠는 부탁이 있습니다 2.

하늘이 영정 쓰다듬으며 “보고 싶어”…아빠는 부탁이 있습니다

‘윤석열 복귀’에 100만원 건 석동현…“이기든 지든 내겠다” 3.

‘윤석열 복귀’에 100만원 건 석동현…“이기든 지든 내겠다”

검찰, 김정숙 여사 ‘외유성 출장’ 허위 유포 배현진 불기소 4.

검찰, 김정숙 여사 ‘외유성 출장’ 허위 유포 배현진 불기소

‘장원영’이 꿈이던 하늘양 빈소에 아이브 근조화환 5.

‘장원영’이 꿈이던 하늘양 빈소에 아이브 근조화환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