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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남혐’ 논란에 2013년 그림 철거한 전쟁기념관…누리꾼 “헛웃음 나온다”

등록 2021-06-08 17:48수정 2021-06-09 11:39

‘한국 남성 성기 크기 비하’ 억측에 “반성, 사과”
‘메갈리아’ 등장 2년 전 설치 시설물…앞뒤 안맞아
기념관 쪽 황당한 조처에 게시판 항의글 잇달아
전쟁기념관이 삭제한 포토존 이미지.
전쟁기념관이 삭제한 포토존 이미지.

“전쟁 자체가 문제의 소지가 있으니 기념관을 없애시지 그래요.”

호국보훈의 달인 6월, 서울 용산 전쟁기념관(관장 이상철·육사 38기) 게시판에 항의글이 빗발치고 있다. 한국 남성 성기 크기를 비하하는 ‘집게 손가락 모양’ 이미지를 시설물에 사용했다는 일부의 억측에 전쟁기념관이 “임직원 모두 반성과 사과”를 하며 불과 하루 만에 해당 시설물을 철거했기 때문이다.

앞서 현충일인 6일 전쟁기념관 게시판에 ‘포토존 인쇄물 문의’라는 제목의 글들이 올라오기 시작했다. “전쟁에 목숨 바친 이들 중, 그 대다수를 차지하는 남성을 조롱하는 손모양, 너무너무 화가 난다” “(전쟁기념관은) 숨어있는 메갈리안을 전수조사해서 권고사직 바란다” 등의 글이다.

이들이 문제삼은 것은 전쟁기념관 로비 관람객들이 기념사진을 찍는 포토존 배경에 등장한 손가락 이미지다. 온라인 사이트 ‘메갈리아’에서 한국 남성 성기 크기를 비하하며 사용한 그림과 유사하다는 주장이다.

전쟁기념관 설명을 보면, 이들의 주장은 황당하기 그지 없다. 우선 전쟁기념관 시설물은 2013년에 제작돼 설치됐다고 한다. 손가락 이미지는 무궁화나무에 잎사귀를 다는 동작이라고 한다. 메갈리아 사이트에서 활동하는 이른바 ‘메갈리안’이 목소리를 내기 시작한 시점은 2015년이다. 결국 메갈리아 손가락 그림이 만들어지기 2~3년 전 시설물에 대해 ‘메갈리아의 짓’이라고 트집잡은 것이다.

더욱 황당한 것은 전쟁기념관이다. 이른바 ‘메갈만물설’을 전쟁기념관이 인정한 셈이 됐다. 이런 억측을 담은 항의글에 일일이 “반성과 사과” 댓글을 달고 홈페이지 팝업창(현재는 사라짐)으로 공지까지 했다. “포토월의 제작시기 등을 고려 할 때 걱정하시는 문제를 인지하고 있었다고 하기에는 다소 억측이 있으나, 논란의 여지가 있을 수 있는 게시물 등을 세심하게 관리 하지못한 점은 분명 전쟁기념관 임직원 모두의 책임입니다. 다시 한 번 불편을 드린 점 사과드리며 같은 사안이 재발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그동안 지에스25 등 기업은 물론 국방부, 경찰 등 국가·공공기관까지 ‘한국 남성 성기 크기 비하’ 억측에 굴복해 사과하고 관련 이미지를 수정·삭제했는데, 여기에 전쟁기념관까지 “임직원 모두의 책임”이라며 ‘무조건 항복’을 선언한 것이다.

이런 사실이 알려지자 전쟁기념관 게시판에는 기념관 쪽의 행태를 비판하고 풍자는 게시글이 잇달아 올라왔다.

“2년 뒤 미래를 내다본 예언자분을 뵙고 싶습니다. 그것이 아니라면 지금 제정신인지 묻고 싶습니다. 전쟁의 아픔을 기록하여 우리에게 잊지 말자는 경각심을 줘야 할 전쟁기념관이 철없는 말 하나에 휘둘려서 공정성은커녕 그 말을 들어주고 있다니, 정말 헛웃음이 나옵니다. 솔직히 기념비적이긴 합니다. 말도 안 되는 사과를 한 기관으로 역사에 길이 남을 것 같습니다.”

“멀쩡한 손 이미지 하나 때문에 왜 철거를 해줍니까? 전쟁기념관도 애들이 알면 충격 먹을 전쟁에 대해 다루고 있으니 문제의 소지가 많습니다. 그러니까 기념관도 좀 사라져주세요.”

“일상적인 손 모양이 남혐이라는 몰상식한 주장을 공공기관에서 받아들이시면 어떡합니까? 전쟁기념관은 공공기관이고 기관의 특수성상 인권에 더욱 염두를 두어야 한는 곳입니다. 전쟁기념관 주소가 (용산동) 1가8번지인 걸 두고 18이라며 욕과 비슷한 표현이라고 여론몰이하면 주소를 바꾸실 건가요? 말이 안 되지요? 지금 전시물 철거하겠다는 게 이와 같습니다.”

“민방위도 끝난 육군 출신 중년남성”이라고 소개한 이는 “전쟁기념관 너무 쪽팔립니다. 제가 열심히 복무하고 충성한 대한민국이 실체도 없이 애매한 음모론에 이리저리 휘둘리는 공공기관을 가져야 되겠습니까. 다시 포토존을 설치하지 않으면 이 의사결정 과정이 어떻게 이뤄졌는지 담당자부터 결재권자까지 모든 국민이 알게 될 수도 있다”고 썼다.

김남일 기자 namfic@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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