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부겸 국무총리가 2일 오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부동산 투기 조사 및 수사 중간결과 관련 관계부처 합동 브리핑을 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정부가 부동산 투기를 뿌리 뽑겠다며 수사에 돌입한 지 3개월이 지나 중간결과를 발표했지만 성과가 기대에 못 미친다는 평가가 나온다. 고위공직자가 한명도 구속되지 않았고, 수사의 시작점이 됐던 한국토지주택공사(LH·엘에이치) 임직원은 단 두 명 밖에 신병처리를 하지 못해서다. 정부 합동특별수사본부(특수본)은 수사대상자들의 내부 정보 이용 투기 혐의를 입증하는데 애를 먹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 특수본이 지난 2일 발표한 내용을 보면, 지난 3월 수사를 시작한 뒤 43명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지만 21명을 구속하는데 그쳤다. 영장이 발부되지 않은 22명 가운데 13명은 법원단계에서 기각됐고, 나머지 9명은 검찰의 요청을 받고 경찰이 보완수사를 진행하고 있다. 특히, 국민들의 관심이 집중됐던 엘에이치 임직원과 관련해선 전·현직 직원 77명, 친인척·지인 74명 등 151명을 적발해 수사에 착수했으나 엘에이치 직원 2명과 지인 2명 등 4명만을 구속했다.
신병처리 결과만 놓고 보면 특수본은 수사에 상당히 애를 먹고 있는 상황이다. 지난 3월 22일 김창룡 경찰청장은 “공직자의 내부정보 부정이용 등 지위를 이용한 부동산 투기는 구속수사를 추진하겠다”는 입장을 밝혔지만 특수본은 수사중인 공직자 399명 중 9명만을 구속하는데 그쳤고, 고위공직자 8명 중에선 단 한명도 구속하지 못했다.
이는 경찰이 수사 대상자들을 대상으로 부패방지법 위반 혐의를 적용하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기 때문이다. 부패방지법 제7조의2는 ‘공직자는 업무처리 중 알게 된 비밀을 이용해 재물 또는 재산상의 이익을 취득해서는 안 된다’고 명시하고 있다. 그런데 “수사대상자가 ‘공직자’인지 ‘업무처리 중 알게 된 비밀’을 이용했는지를 확인하는 과정이 쉽지 않다”는 목소리가 경찰 내부에서 나온다.
우선 공직자로 볼 수 있는지를 놓고 검경의 입장이 갈리는 사례는 구속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전망됐던 전직 고위공직자 이아무개 전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청장(행복청장·차관급) 사건이다. 이 전 청장은 2017년 11월 말께 세종시 연서면 봉암리에 토지 622㎡(건물 246.4㎡ 포함)를 9억8천만원에 매입했는데 해당 토지 인근이 스마트 국가산업단지 후보지로 지정되면서 내부정보를 이용한 투기 혐의를 받는다.
하지만 이 전 청장이 2017년 7월 공직에서 퇴임하고 네달 뒤에 땅을 사들여 토지매입 당시 신분이 현직 공직자가 아니었다는 이유로 ‘부패방지법’ 위반 혐의를 적용할 수 있는지를 놓고 검경이 이견을 보이고 있다. 국민권익위원회에 유권해석을 받은 경찰은 퇴임 후 땅을 사들였더라도 재임 중에 정보를 취득했으면 처벌할 수 있다고 판단했지만 검찰은 퇴직자여서 법 적용이 어렵다는 입장이다. 특수본 경찰 관계자는 “검찰은 이를 ‘입법미비’로 보고 있는데, 유사한 판례를 찾아보고 검찰과 협의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업무처리 중 알게 된 비밀을 이용했는지 여부를 수사하는 과정도 쉽지 않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이 최초에 고발했던 엘에이치 직원 강아무개씨에 대해 경찰은 3월 초부터 ‘내부정보 이용 증거’를 찾기 위해 수사에 온 힘을 기울였다. 강씨는 경기도 광명·시흥 3기 새도시에 다수의 토지를 보유해 수사 초기 엘에이치 직원들의 땅 투기 의혹 핵심 인사로 꼽혀왔다. 경찰은 두달이 넘는 수사 끝에 지난달 중순께 구속영장을 신청했으나 검찰이 보완수사를 요구했다. 증거를 보완한 경찰은 지난달 말 구속영장을 재신청하고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 경찰 내부에서는 수사 초기 적급 협조하겠다는 검찰이 영장 신청 등 수사 과정에서 자주 보완수사를 요구하는 것에 불편해 하는 기류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재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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