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일 한 네이버 직원이 최근 업무 압박을 호소하며 사망한 동료를 추모하기 위해 국화꽃을 들고 출근하고 있다. 김경호 선임기자 jijae@hani.co.kr
“국회 환경노동위원회(환노위) 소속 의원으로서 네이버 직원의 사망사건을 무겁게 받아들여주십시오.”
최근 네이버 직원이 업무 스트레스 호소하며 극단적 선택을 한 가운데 네이버 노동자들이 동료의 죽음을 헛되게 하지 않으려는 활동을 벌이고 있다. 동료의 죽음이 고발한 정보기술(IT)업계의 현실을 계속 공론화해 개선하겠다는 것이다.
3일 <한겨레> 취재 내용을 종합하면, 네이버 직원들은 지난달 31일부터 국회의원 등 정치인 20여명에게 단체로 전자우편 청원서를 보내고 있다. 청원을 보낸 대상에는 국회 환노위 소속 의원 16명과 네이버 본사가 있는 경기 성남시 분당의 지역구 의원 2명을 비롯해, 네이버 부사장을 지낸 윤영찬 더불어민주당 의원, 정보기술(IT) 업계 출신의 류호정 정의당 의원, 이재명 경기지사 등이 포함됐다. 청원에는 △가해자에 대한 철저한 조사와 사법처벌, 징계 △격무에 시달리는 IT 노동자들의 격무 구조 개선 △정신적 괴롭힘에 따른 사망사건을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의 처벌 대상에 포함하는 내용의 법 개정 등의 요구가 담겼다.
전자우편에서 네이버 직원들은 “4차 산업혁명이 강조되며 한국의 산업 구조에서 IT의 중요성이 커지는 상황에 맞추어, IT 노동자들 또한 근로기준법의 보호를 받을 수 있도록 입법 활동이 일어나기를 희망한다”고 당부했다. 이에 윤영찬 의원, 김웅 국민의힘 의원 등이 답변서를 보내 '지속적으로 들여다보고 개선 방안을 고민하겠다'고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직장인 커뮤니티에서는 “광고비를 모금해, 네이버 등 포털사이트에 이번 사건의 심각성을 알리는 광고를 내자”는 아이디어도 나오고 있다. 동료의 죽음을 ‘한때의 추모’만으로 잊히게 하지 말자는 의도에서다.
전자우편 청원을 주도한 네이버 직원은 <한겨레>와의 통화에서 “고인이 세상을 떠난 것은 사내 인사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던 탓이기에, 회사의 진상조사 결과만을 기다렸다가는 아무것도 개선되지 않을 것이라고 우려하는 목소리가 크다”고 회사 분위기를 전했다. 이어 “최근 회사가 가해자로 지목된 임원들을 직무정지 했지만 조사기간이 지나면 이들이 다시 돌아올 가능성도 있어, 사회의 지속적인 관심을 환기하고 싶었다”고 청원 취지를 설명했다. 천호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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