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스크 ‘한마디’ 안 놓치려 트윗 알람 설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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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까지 머스크 트윗을 볼 거냐고요? ‘달’(암호화폐 급등을 기대하는 용어)에 갈 때까지요.”도지코인 투자자 장아무개(33)씨는 17일 텔레그램에 있는 ‘일론알리미-달까지(TO THE MOON)’ 방에 들어갔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가 트위터에서 국내외 상장된 코인 종목을 언급하면 알려주는 서비스다. 머스크의 말 한마디에 암호화폐 시장이 출렁이면서, 속이 타는 투자자들이 그의 한마디라도 놓치지 않으려 하다 보니 생긴 서비스다. 18일 오후 기준 5천명 이상이 알림 서비스를 구독하고 있다. 최근 들어 머스크의 트윗 하나에 암호화폐 투자자들이 자다가도 벌떡 일어날 정도로 속을 태우고 있는 풍경 중 하나다. 암호화폐 투자자들이 머스크의 한마디에 촉각을 곤두세울 수밖에 없는 이유는 그의 말이 갖는 파급력 때문이다. 머스크는 올해 초부터 도지코인을 두고 ‘우리 모두의 가상화폐’라고 칭하며 가격을 띄워왔고 그가 올린 트윗에 따라 코인 가격이 급등했다. 장씨는 “도지코인에 직접 투자를 하기 전까지는 ‘머스크의 한마디가 그렇게까지 영향이 있겠나’ 싶었다. 장난으로 만든 코인이라는데 위험하니까 빨리 치고 빨리 빠져야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장씨는 아직도 도지코인에 ‘물려’ 있다. “머스크를 두고 사기꾼이니 뭐니 해도 그의 한마디에 코인 그래프가 빔을 쏘는 것(급등)을 봤기 때문에 빠져나올 수가 없어요.” 직장인 강아무개(29)씨는 “두달 전쯤 처음으로 도지코인을 사서 바로 20% 정도 수익을 보고 나왔다. 이후 머스크가 트윗을 하자 그게 열 배로 뛰더라. 그때부터 머스크의 트위터 계정을 팔로우해놓고 다음 트윗마다 매수했고 그때마다 20~30%의 수익률을 봤다”고 말했다. 자신의 말에 일희일비하는 수많은 투자자들을 외면한 채 머스크는 암호화폐 가격을 떨어트리는 내용의 트윗이나 발언을 수차례 쏟아내고 있기도 하다. 지난 8일 “도지코인은 사기”라고 발언했고 12일에는 “가상화폐 투자는 신중히 해야 한다”고 트윗하기도 했다. 그때마다 암호화폐 그래프는 곤두박질을 거듭했다. 머스크의 한마디가 투자자들의 불안감을 키우고 암호화폐 시장 자체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이아무개(37)씨는 “머스크 트윗 하나에 코인이 폭락하는 것 보고 식은땀이 났다. 이건 안정적인 화폐가 아닌 것 같다. 사라져버린다는 말이 나올까 두렵다”고 했다. 김아무개(33)씨도 “나름대로 차트와 전망을 보고 투자했는데 실상은 머스크의 한마디에 달린 거다. 내 분석은 아무 의미가 없어지는 것”이라고 허탈해했다. 투자를 그만둔 사람도 있다. 조아무개(28)씨는 “5일 만에 두배의 수익률을 봤지만, 이렇게 올랐듯이 같은 식으로 떨어질 수도 있다는 생각에 기쁘지만은 않았다. 투자를 시작한 지 일주일 만에 가지고 있던 코인을 모두 매도했다”고 말했다. 박아무개(29)씨 역시 “도지코인이 내려가니까 머스크가 일부러 도지코인을 올리려는 듯한 트윗을 하는데 치졸해 보였다. 도지코인 때문에 코인 시장에 진입했지만, 그의 말 한마디에 신경 쓰는 내가 싫어 모두 팔아버렸다”고 말했다. 이주빈 장예지 천호성 기자 ye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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