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일 해등로 녹지연결로 공사가 재개되자, 주민 강우진씨가 오후 2시부터 7시까지 제거 예정인 느릅나무 위에 올라가서 농성을 벌였다. 주민 제공
서울 도봉구 ‘해등로 녹지연결로(다리)’ 공사를 놓고 구청·주민 사이 갈등이 격화되고 있다. 지난 10일 구청 쪽이 공사를 재개하자 한 주민이 나무 위로 올라가 5시간가량 농성을 벌여 공사가 중단되는 일까지 벌어졌다.
도봉구청은 예산 31억5천만원을 들여 북한산 끝자락과 쌍문근린공원을 잇는 ‘해등로 녹지연결로’를 만들기로 하고, 지난 2월27일 북한산 끝자락의 참나무, 상수리나무 등 65그루(다 자란 나무 기준)를 베면서 공사를 본격화했다. 하지만
주민들은 “우거져 있는 숲을 파헤치는 것이 생태복원이냐”며 반발해 공사가 중단된 바 있다. 주민들은 비상대책위를 꾸리고 3월5일~5월7일 반대 서명운동을 진행해 3000명가량이 동참했다.
이후 구청은 이동진 구청장 면담(3월19일), 온라인 시민공론장(4월28일), 주민설명회(5월6일) 등을 거쳐 기존 보행로를 2m에서 1.5m로 좁히는 등 설계를 변경해 지난 10일 쌍문근린공원 쪽 나무 45그루(다 자란 나무 기준) 제거하는 공사에 돌입했다. 하지만 또다시 주민반발이 이어졌고, 주민 강우진(59)씨는 오후 2시께 베어질 예정이던 나무 위로 올라가 저녁 7시까지 ‘나무 위 농성’을 벌였다.
지난 10일 해등로 녹지연결로 공사 재개로 뿌리가 뽑힌 나무들. 주민 제공
강씨는 <한겨레>와 통화에서 “아무도 없는 상황에서 (공사를) 막을 방법은 나무에 올라가는 것밖에 없다고 봤다”며 “구청에서 주민설명회 등 형식적인 절차를 거친 뒤 원래 계획했던 공사를 강행하려고 한다. 참나무, 상수리나무 같은 자생종 나무들을 마구 베고서 콘크리트로 다리를 놓는 걸 어떻게 생태복원이라고 할 수 있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결국 구청과 주민대책위는 향후 5차례 ‘끝장 토론’을 열기로 했다. 대책위는 공사중단 뒤 원점 재검토와 새로운 녹지축 연결방안 마련 등을 요구한 상태다. 대책위 강주혜씨는 “구청이 추진 중인 다리를 놓는 방식 대신 중앙분리대에 녹지공간을 마련하는 ‘녹지네트워크 연결’ 방안을 제안했다”며 “다리를 놓는 방식은 큰 예산이 소요될 뿐 교통량 증가 등 사정 변경에 따라 철거될 수도 있다. 지속가능성이 작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이철형 도봉구청 공원녹지과장은 “녹지연결로가 생태복원에 도움이 된다는 것은 여러 전문가의 공통된 의견이다. 불가피하게 110그루의 나무를 베지만 170여그루를 심게 돼 있다”며 공사 재개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서울환경연합은 해등로 녹지연결로 사업을 계기로 서울 지역 녹지연결로 실태를 조사할 계획이다.
김양진 기자
ky0295@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