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 변희수 하사가 지난해 3월 서울 마포구 노고산동 군인권센터에서 <한겨레>와 인터뷰하며 밝게 웃고 있다. 강재훈 선임기자 khan@hani.co.kr
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가 성전환 수술 이후 군에서 강제 전역당한 변희수 전 하사에 대한 강제 전역처분 취소 권고 등을 육군과 국방부가 수용하지 않은 것으로 판단했다.
11일 인권위 설명을 종합하면 육군은 지난달 22일 인권위에 “변 전 하사에 대한 전역처분은 적법한 행정절차를 따른 것이며 전역처분 취소소송이 진행 중이다”는 취지로 권고 미이행 사유를 인권위에 제출했다. 같은날 국방부는 “인권위의 권고 취지를 존중한다”며 “군의 특수성과 국민적 공감대를 고려해 다양한 의견 수렴 및 정책연구를 통해 제도개선 여지가 있는지 검토할 예정”이라는 입장을 인권위에 밝혔다.
이에 인권위는 전날인 10일 전원위원회를 열고 육군이 인권위 권고를 불수용했다고 판단했다. 국방부 회신에 대해서도 “구체적인 이행 계획을 포함하지 않은 점 등을 고려해 인권위 권고를 수용한 것으로 보기 어렵다”고 결론 내렸다.
앞서 지난해 12월 인권위는 성전환 수술을 한 변 전 하사에게 심신장애 기준을 적용한 뒤 전역처분을 내린 육군의 결정이 인권침해라고 판단했다. 인권위는 육군참모총장에게 변 전 하사의 전역처분 취소 및 권리 회복을 권고했고 국방부 장관에겐 군 복무 중 성전환 수술을 한 장병을 복무에서 배제하는 피해사례가 발생하지 않도록 관련 제도 정비를 권고했다.
인권위는 이날 국방부 등의 입장을 공개하는 이유에 대해 “우리 사회가 관련 문제에 대해 적극적으로 고민하고 국방부에 제도개선을 촉구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국가인권위원회법은 인권위 권고를 받은 관계기관의 장이 권고를 이행하지 않는 경우 그 이유를 인권위에 통지해야 한다고 규정한다. 인권위는 필요한 경우 관련 내용을 공개할 수 있다.
2019년 11월 성전환 수술을 받은 변 전 하사는 군에서 계속 복무하길 희망했으나 육군은 심신장애 3급 판정을 내리고 지난해 1월 강제 전역 처분을 내렸다. 변 전 하사는 지난해 8월부터 전역 취소 소송을 이어갔으나 지난 3월 자택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변 전 하사의 유족은 지난달 원고 자격을 받은 뒤 소송을 이어가고 있다.
강재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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