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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증세 안한다더니…결국 월급쟁이만 ‘봉’?

등록 2006-02-02 13:58수정 2006-02-02 14:11

“증세를 통한 재원 확보는 없다더니, 결국 월급쟁이 지갑만 털겠다는 것이냐?”

노무현 대통령의 신년연설 이후 우려됐던 ‘증세 논란’이 정부가 잇달아 세부담을 늘리는 대책을 마련·검토하면서 현실화되고 있다. 노 대통령은 신년연설 후 불거진 증세논란에 대해 “재원확보를 위해 ‘세목신설·세율인상’ 등의 증세는 없다”고 약속했지만, 정부가 이를 어기고 월급쟁이를 상대로 사실상 ‘증세나 다름없는 정책’들을 추진하고 있기 때문이다.

구체적으로 보면, 재정경부가 올해 월급인상율을 7.2%로 잡고 갑근세 부가계획을 세워 세부담이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는데다 1,2인 가구에 대한 추가 소득공제 혜택 폐지를 추진 중이다. 현재는 1인 가구에는 본인 공제 이외에 100만원, 2인 가구에는 본인, 배우자 공제 외에 50만원의 소득공제를 추가로 해주고 있다. 또 올해부터 신용카드 소득공제율을 현행 20%에서 15%로 축소하기로 했으며, 의료비를 신용카드로 결재할 경우에는 중복공제를 받을 수 없도록 했다.

여기에 대부분의 근로자들이 가입해 있는 18개 비과세, 저율 과세 금융상품을 단계적으로 없애거나 가입조건을 강화하는 방안과 근로소득공제를 낮추는 방안도 추진돼 봉급생활자들의 과세 부담이 커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현행 세법에서는 과표 500만원 미만은 전액 근로소득공제를 받도록 돼 있고 500만~1500만원 50%, 1500만~3000만원 15%, 3000만~4500만원 10%, 4,500만원 초과 5%를 각각 공제하도록 돼 있다.

주택대출 상환액 소득공제도 1주택자·공시가격 2억원 이하 집에만 적용되도록 대상을 축소하는 등 근로자에 대한 각종 공제를 줄여나가고 있다. 해외근무자 근로소득 비과세도 종전 월 1백50만원에서 올해부터는 1백만원으로 줄었다.

정부는 이를 통해 마련되는 재원을 저출산·사회안전망 개혁 등 양극화 재원으로 활용하겠다고 밝혔지만 문제는 봉급생활자들의 지갑만 터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는 지적을 피할 수 없다. 정부쪽에서 보면 1,2인 가구에 대한 추가 소득공제시 7천억~1조원, 신용카드 공제 축소시 1800여억원, 비과세·저율과세 금융상품 폐지시 1조원 등의 재정 증가가 예상되는데, 이는 결국 국민의 부담이 그만큼 늘어나는 것을 뜻한다.

◇ 세제개혁 핵심 방안 잇따라 후퇴 조짐


그럼에도 정부가 잇달아 내놓고 있는 조세 개혁 안에는 고소득 자영업자 과세 부과방안이나 세금 인상 후 서민에게 돌아가는 혜택은 구체적으로 나와 있지 않아 증세를 둘러싼 서민들의 불만이 높아지고 있다.

실제 정부의 증세안은 자영업자 소득과 부유층의 자본소득에 대한 과세 강화대책이 구체적으로 제시되지 않은 채 근로자들의 세부담만 늘리겠다는 모양새로 나타나고 있다. 정부는 공평과세에 필요한 주식양도차익 과세와 소득세 포괄주의 도입에 대해 검토하지 않는다고 했지만, 주식투자를 통해 이익을 챙기는 사람들의 대부분은 여유자금이 풍부한 부유층이라는 점에서 주식 양토차익에 과세를 하지 않는 것은 형평성에 어긋난다.

또 자영업자의 탈루를 막는데 크게 기여할 것으로 평가되고 있는 간이과세 폐지도 제대로 이행할 수 있을지 불투명졌다. 그러나 소득세법 시행령 및 시행규칙 개정안을 통해 1인 이상 고용하는 모든 사업자는 종업원에 대한 인건비 지급내역서를 과세당국에 제출하도록 해 강제 과세 대상에 포함시켰다. 때문에 “자영업자와 부자, 고소득 전문직들의 세금 탈루 문제는 손을 못대고 ‘유리알 지갑’인 근로자들에게만 세금을 물리는 것이냐”는 비난이 힘을 얻고 있다.

이계진 한나라당 대변인은 지난 1일 정부가 1,2인 가구의 근로소득에 대한 추가공제 폐지 방안 검토 중인 것과 관련 “세금감면 축소는 물론 비과세 철회기도, 세율인상, 세금 신설 등이 잇따르고 있어 국민이 세금 노이로제에 걸릴 지경”이라며 “이런 식으로 가다가는 기업도, 서민도 경제활력을 잃으면서 국민적 세금 저항이 폭발할 지도 모른다”고 우려했다.

여성계도 “1~2인 가족에 대한 추가공제를 폐지하겠다는 방안은 아이를 적게 낳는 가족이 저출산 문제를 책임지라는 식”이라며 “맞벌이 부부가 자녀를 키우기 어려운 환경을 만들어 놓고 아이 없는 맞벌이 부부에게서 세금을 더 거두는 것에 찬성할 수 없다”는 입장을 표명한 상태다.

◇ “증세 안한다더니…국민이 바보냐?”

누리꾼들도 항의 대열에 동참했다. 재정경제부 홈페이지와 인터넷 포털사이트 등에는 정부 방침을 비난하는 누리꾼들의 항의글이 수천건 올라왔다. 재경부 홈페이지에 ‘맞벌이부부’는 “아이를 많이 낳게 하려면 아이를 둔 맞벌이부부에 대한 세금혜택을 오히려 강화해야 한다”고 지적했으며, ‘직장 맘은 봉'은 “맞벌이 가구에 대한 추가 공제 폐지는 직장 다니는 엄마들을 좌절시키는 정책”이라며 “한 달에 아이 보육료로만 많게는 70만원 이상 내는 직장 다니는 엄마들은 분통 터진다”고 말했다. ‘양심한국’도 “세금에 환장한 나라, 대한민국은 부자는 빼고 없는 자들 것만 빼앗아가려고 한다”고 성토했다.

누리꾼들은 포털사이트 기사댓글을 통해서도 불만을 표시하고 있다. <네이버>의 ‘engdw21c’는 “세금인상 없다더니 결국 변칙인상”이라며 “완전히 국민을 바보로 알고 있다”고 꼬집었고, ‘eogksalsrnra’는 “결국 봉급쟁이들만 쥐어짜서 부족한 세수를 메우겠다는 발상이 문제”라고 비난했다. <다음>에서 ‘ⓜⓐⓡⓘⓔ’는 “자영업 하는 사람들은 돈도 많이 버는데, 세금은 조금밖에 내지 않는다”며 “해도 해도 너무한다”고 불만을 표시했고, ‘컴백호옴’도 “대통령이 국민들 세금 늘어나는 일은 절대로 없을 거라더니, 현실로 나타나는구나”라고 개탄했다.

◇ 출산장려하려면 가족공제 오히려 확대해야

특히 1, 2인 가구의 소득공제 혜택 축소 방침으로 그동안 따로 소득공제 혜택을 받았던 맞벌이 부부가 세부담 직격탄을 맞을 것으로 전망되면서 이들의 불만은 최고조에 달했다. ‘hera7583’는 “맞벌이 부부는 자녀가 있어도 세금을 더 내야 하고, 없어도 더 내야 한다”며 “이게 무슨 출산 장려 정책인가. 차라리 자녀가 하나씩 늘어 날수록 지금 보다 더 자녀공제 혜택을 더 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kjy4150’는 “소수공제자 공제 혜택을 축소 하려면 부양가족 공제를 확대해야 한다”며 “의료보험료는 양쪽에서 떼면서 세금혜택은 어느 한쪽에만 주는 정부 정책은 모순”이라고 말했다.

◇ “월급쟁이만 ‘봉’?…세금탈루자, 고소득 전문직 및 자영업자 과세부터!”

소득이 투명하게 드러나는 서민(월급쟁이)들의 지갑만 털려 한다는 비난글도 속속 올라왔다. 재경부 홈페이지에 글을 올린 ‘맞벌이'는 “정말 소득이 있는 곳에 공평한 세금이 있는지 모르겠다”며 “고소득자의 세원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상태에서 소수 가구에게 주는 세제혜택마저 없애 재원을 마련하겠다는 것은 얕은 계산”이라고 항의했다.

이와 관련해 일부 누리꾼은 정부세출 축소, 체납세액 부과, 고소득 전문직과 자영업자들의 과세기준 마련 등 구체적인 대책을 요구하기도 했다. ‘이코노미스트’는 제경부 홈페이지에서 “급여 생활자가 무슨 봉이냐. 세금을 더 걷기 전에 정부세출을 줄여야 한다”며 “9조원에 달하는 체납 세액을 확실하게 걷거나 자영업자나 고소득 전문직들의 과표를 양성화해 정당한 세금을 부가하기 위해 노력은 해봤냐”며 형평성에 문제를 제기했다.

◇ 여 “소득세 감면 축소는 시나리오”, 정부 “자영업·고소득 전문직 세원 파악 노력”

국민들의 조세 저항 움직임이 거세지자, 열린우리당은 “시나리오에 불과하다”며 진화에 나섰다. 강봉균 정책위의장은 1일 확대간부회의에서 “추가공제 폐지는 저출산·고령화 사회 대비에 필요한 세입 확보를 위한 하나의 시나리오에 불과하다”며 “정부가 공식 발표한 내용도 아닌 만큼 당정 협의 결과를 지켜보며 비판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는 “추가공제 폐지는 정기국회에서 법을 고쳐야 하는 사안으로 정부와 여당이 합의하고 논의할 일이 남아 있다”며 “이를 가지고 ‘정부와 여당이 세금을 무리하게 올리려 한다’고 주장하는 것은 성급한 판단”이라고 한발 뺐다.

그러나 박병원 재정경제부 제1차관은 2일 “소수공제자 추가공제보다 이를 철회해 마련되는 재원으로 보육료 지원 등 저출산 대책을 늘리는 게 재원을 효과적으로 쓰는 방안이라고 확신한다”며 “100% 국회 통과가 가능하다”며 확고한 추진 의지를 밝혔다. 중장기 세제개편과 관련해서는 “고액탈세자 명단공개나 (탈세자나체납자에 대한) 징벌수준 강화방안도 포함돼 있으며, 2월 중순 공청회 등 여론수렴 과정을 거쳐 확정될 것”이라며 “자영업자나 고소득 전문직종의 세원 파악 확대를 위한 여러 가지 대안을 검토 중”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미디어다음> 아고라에서 ‘1~2인 추가공제 폐지’에 대한 의견을 물은 결과, 찬성은 12.1%에 그쳤으나 폐지 반대는 87.0%로 나와 반발이 심한 것으로 나와 ‘증세’를 둘러싼 논란의 불씨는 꺼지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한겨레> 온라인뉴스부 김미영 기자 kimm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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