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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갭투기꾼의 그 은밀한 거래, 국토위원에게 물어봤습니다

등록 2021-05-04 10:39수정 2021-05-04 11:07

[뉴스AS] 국회 국토위 30명 중 9명 답변
대부분 집주인 변경시 ‘임차인에 의무 고지 필요’ 의견
사기 고의성 입증 쉽지 않아…‘처벌 조항’ 강화에 동의
서울 마포구 공덕동 한 전봇대에 붙어 있는 갭투자 홍보물. 이정아 기자 leej@hani.co.kr
서울 마포구 공덕동 한 전봇대에 붙어 있는 갭투자 홍보물. 이정아 기자 leej@hani.co.kr

지난 2월 <한겨레>는 ‘갭투기대응시민모임’(시민모임)의 도움을 받아, 수도권에 흩어져 있는 피해 임차인 108명의 목소리를 들어봤습니다. (관련기사: 수백채 집부자 뒤엔 ‘깡통전세’…보증금 못받고 신용불량 위기) 신축 빌라 등 다세대주택을 중심으로 벌어진 ‘갭투기’에 주로 20~30대 사회초년생·신혼부부들이 고통을 호소하고 있었습니다.

갭투기는 집주인이 부동산중개업자·건축주·분양대행사 등과 공모해 매매 가격과 전세금의 격차가 적은 주택을 다량 매수한 뒤 임차인을 희생양 삼아 이익을 챙기는 ‘은밀한 거래’입니다. ‘갭투기꾼’에게 전세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해 금전적·정신적 피해에 시달리는 이들의 고통은 현재진행형이지만 정부와 정치권은 이들을 구제한 법과 제도의 미비를 이유로 사실상 이에 대해 손을 놓고 있습니다.

<한겨레>는 3월12일부터 4월11일까지 ‘갭투기대응시민모임’(시민모임)과 함께 부동산 정책을 관할하는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의원 30명에게 갭투기 피해 관련한 제도적 개선 방안에 대한 의견을 물어봤습니다. 국토위 소속 의원 30명 중 9명이 질의서에 회신했고, 의원 한 명은 별도 의견을 냈습니다. 답변을 한 대다수 의원들은 “갭투기 처벌 조항이 필요하고, 임대인 변경 시 고지 등 임차인에게 알 권리 보장이 필요하다”고 답했습니다.

 “임대인 바뀌었을 때 임차인에게 알려야”

현행 민간임대주택법상 임대사업자는 주택을 다른 사람에게 양도를 하더라도 임차인에게 이 사실을 고지할 의무가 없습니다. 이로 인해 전세 계약 뒤 갭투기를 노린 임대사업자가 집을 사들여도 임차인은 알 길이 없습니다. 2019년 2월 경기도 부천의 한 빌라에 입주했던 이아무개(35)씨가 그렇습니다. 이씨와 전세 계약 체결을 했던 집주인은 어느날 591채(지난해 6월 기준)를 소유한 임대사업자 진아무개씨로 바뀌었습니다. 하지만 이씨에게 고지는 없었습니다. 지난해 10월 이씨가 진씨와 첫 통화를 했을 때 들었던 내용은 “집이 압류됐다”는 말이었습니다. 이씨는 진씨에게 전세금 1억5천만원을 돌려받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씨는 다행히 주택도시보증공사(HUG·허그)가 제공하는 전세보증금반환보증(전세금반환보증)에 가입해 보증금을 받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씨는 “보증금을 돌려주지 못한다는 말을 들었을 때부터 하루하루가 고통이었다. 은행과 관련 기관을 수십차례 드나들었다”고 토로합니다. 갭투기 피해자들은 사전에 아무리 꼼꼼히 살펴보고 계약해도 ‘갭투기꾼’으로 집주인이 바뀌는 상황을 쉽게 알아차리지 못하는 현실을 고려해 ‘임차인의 알 권리’를 정부가 보장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질의서에 답변한 대다수의 의원들도 임대인 변경 고지의 필요성에 대해 동의했습니다. 질의서에 답한 의원 9명 중 8명(강준현‧김상훈‧문정복‧문진석‧소병훈‧심상정‧장경태‧전용기 의원)은 임대매물에 문제가 생기거나 임대인이 바뀌는 경우 의무적으로 고지하는 것이 필요하냐는 질문에 “필요하다”고 답했습니다.

임대인 변경 사실을 알게 된 뒤에도 문제는 여전히 남습니다. 지난해 민간임대주택법이 개정되면서 임대사업자는 계약 시 국세‧지방세의 체납사실 등을 임차인에게 설명하고 확인 받아야 합니다. 하지만 임차인들은 여전히 임대사업자의 부채나 다른 임차인들에게 보증금을 돌려주지 않은 사실은 확인할 길이 없습니다. 보증금 미반환으로 임대사업자가 가진 여러 채의 주택이 가압류를 당해 또 다른 임차인들이 피해를 받을 수 있음에도 사전에 알 길이 없습니다.

신용정보 제공 수준의 차이는 있지만, 의원 대다수는 임차인 보호를 위해 필요한 임대인의 정보 제공이 필요하다고 답했습니다. 임대인에게 임대인의 부채 등 신용정보를 제공 해야하는지를 묻는 질문에 9명중 의원 5명 (강준현‧문정복‧문진석‧소병훈‧심상정 의원)은 “필요하다”고 답했습니다. 기타의견으로 김상훈 국민의힘 의원은 “신용정보는 법 체계상 (제공이) 어렵고 임대인의 변제능력을 판별할 수 있는 별도 기준이나 지표 정보 마련이 필요하다”고 답했습니다. 장경태 민주당 의원은 “신용정보 제공 필요성은 인정하지만 개인정보라 정보의 범위, 정보제공 절차 등에 대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답했습니다.

소병훈 민주당 의원은 지난해 11월 전세금을 돌려주지 않은 임대사업자의 신용정보를 국토부가 지자체 등에 제공해 임차인을 보호할 수 있도록 하는 민간임대주택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습니다. 발의안에는 임대인 변경 시 지자체가 임차인에게 변동 사실을 알려주는 내용도 담겼습니다. 이 법안은 현재 국토위에 계류돼 있습니다.

 “갭투기 행위 처벌 조항 필요”

피해는 분명하지만 처벌은 요원합니다. 임대인들이 보증금을 돌려주지 않아도 사기죄로 처벌 내리는 경우는 드뭅니다. 사기죄가 성립하려면 고의성이 인정돼야하는데 입증이 쉽지 않기 때문입니다. 피해자들은 여러 변호사 사무실에 문의해도 형사소송 진행이 어렵다는 받는 경우가 다반사라 호소합니다. ‘시민모임’이 갭투기 피해 임차인 108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를 보면, 응답자의 88.7%(중복 응답)는 전세금반환소송을 준비 중이었지만, 형사소송을 준비한다는 응답은 6.8%에 불과했습니다. 한 부동산 전문 변호사는 “갭투기의 경우 고의성 입증이 않아 형사 처벌이 거의 이뤄지지 않는다”며 “만약 형사처벌이 이뤄지면 임대인에게 심리적 압박으로 작용해 임차인이 전세금을 돌려받기 수월해질 것”이라고 말합니다.

질의서에 답변한 대부분의 의원들도 처벌의 필요성에 동의했습니다. 의원 7명(강준현‧김상훈‧문정복‧문진석‧소병훈‧심상정‧장경태 의원)은 “법적 근거가 없다면 피해 정도에 따라 갭투기 행위를 처벌할 수 있는 조항을 만들어야한다”고 답했습니다. 장경태 민주당 의원은 “갭투기는 임대차가 채권이라는 점을 악용한 사례로 이에 대한 처벌규정 신설 등이 필수적이다”고 했습니다. 기타의견을 낸 진성준 의원은 “악성 임대인에 대한 조치로 명단공개, 고발 등을 검토하겠다”고 답했습니다.

 전세 보증금 돌려 받기 위해선…

전세금을 돌려받지 못한 임차인을 사후적으로 보호해주는 장치가 있긴 합니다. 대표적으로 주택도시보증공사(HUG·허그)가 제공하는 전세금반환보증입니다. 전세금반환반환보증에 가입한 임차인이 임대인에게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한 경우 허그가 우선 임차인에게 보증금을 돌려준 뒤 임대인에게 보증금을 청구하는 방식(대위변제)입니다.

하지만 모든 임차인이 전세금반환보증에 가입할 수 있는 건 아닙니다. 불법증축이 됐거나 가압류 된 건물 등 임차인은 가입이 불가능합니다. 임대인이 상습적으로 보증금 미반환 사고를 내 소위 ‘블랙리스트’ 명단에 오른 경우 또한 전세금반환보증 가입이 어렵습니다. 피해자 설문조사를 보면, 피해자들의 82.4%가 전세금반환보증에 가입하지 않았습니다. 이 중 22.2%는 임대인 문제로, 34.4%는 임대 매물의 문제로 보험에 가입하지 못했습니다. 기관조차 임대인에게 보증금을 회수 못할 우려가 있기 때문입니다. 피해자들은 ‘안전한 매물만 보호해주는 제도’라 지적합니다.

제도의 사각지대에 놓인 임차인들은 반환소송이란 지난한 싸움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이들은 시간적‧금전적 피해를 보는 건 물론이며 전세금 대출 연장이 안 돼 신용불량자로 내몰리는 위기에 처하기도 합니다. 설문조사 응답자의 81.5%는 대출을 받았고, 17.5%는 대출금을 반환하지 못해 신용불량 위기를 겪었다고 답했습니다.

질의서에 답변한 의원들도 임차인 보호를 위한 제도 개선에 동의하는 의견이 많았습니다. 문정복‧심상정‧장경태‧전용기 의원은 “전세금반환보증의 허점이 있다면 검토해 보완해야한다”고 답했습니다. 강준현‧문진석‧소병훈 의원은 “전세금반환보증이 아니더라도 임차인의 보증금이 보호받을 수 있는 정책적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했습니다. 질의서 답변 대신 별도의견을 낸 허영 민주당 의원은 “전세금반환보증제도 허점 개선 및 사각지대 해소 방안과 임차인을 보다 두텁게 보호할 있도록 사전조치와 사후 관리를 강화하는 방안 등 해법을 모색하겠다”고 밝혔습니다.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한 이들은 단순히 ‘운 나쁜’ 피해자들이 아닙니다. 김상훈 국민의힘 의원이 허그로부터 받은 ‘주택유형별 전세금반환보증 현황’을 보면, 2016년 26억원(23건)에 불과했던 대위변제 금액(건수)은 2018년 583억원(285건), 2020년 4415억원(2283건)으로 늘어 5년 사이 169배(금액기준)로 늘었습니다. 보증금 미반환 사례가 계속 늘고있는 셈입니다. 2019년 기준 전체 가구의 43.6%는 무주택 가구임을 고려하면, 건강한 전세 시장을 형성하고 임차인을 두텁게 보호하는 일은 국민 절반 가까이와 연관된 문제이기도 합니다.

피해자들은 “피해자들이 내집 마련의 꿈은커녕 한순간에 생존까지 위협받게 된 게 모두 개인의 불운일 뿐인지, 부동산 정책과 제도를 책임지는 정부와 국회에 묻고 싶다”고 말합니다. 이제 정부와 국회는 피해자들의 질문에 답해야 할 차례입니다.

강재구 기자 j9@hani.co.kr

▶바로가기: 수백채 집부자 뒤엔 ‘깡통전세’…보증금 못받고 신용불량 위기
https://www.hani.co.kr/arti/society/society_general/983903.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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