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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법원, 국정원·국방부에 ‘베트남전 민간인 학살’ 자료 처음 요청

등록 2021-04-12 20:20수정 2021-04-13 02:39

대리인단 “행정기관에 민간인 학살사건
관련 자료 일체 사실조회 요청은 처음”
민변의 베트남 티에프(TF) 관계자들이 지난해 4월21일 서울중앙지법 앞에서 베트남전쟁 한국군 민간인 학살 국가배상청구 소장 접수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민변의 베트남 티에프(TF) 관계자들이 지난해 4월21일 서울중앙지법 앞에서 베트남전쟁 한국군 민간인 학살 국가배상청구 소장 접수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법원이 국가정보원과 국방부에 베트남전 당시 한국군에 의한 민간인 학살 관련 자료를 보내달라고 요청했다. 법원이 행정기관에 베트남전 민간인 학살사건 자료 일체를 요청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서울중앙지법 민사68단독 박진수 부장판사는 12일 ‘퐁니·퐁넛 사건’의 민간인 학살 피해자 응우옌티탄이 한국 정부를 상대로 낸 첫 국가배상 소송의 두번째 변론기일에서 “응우옌티탄 쪽 대리인단이 대한민국·국정원·국방부를 상대로 사실조회를 신청한 사안들이 있으나 아직 답장이 오지 않았다”며 “실제 자료 제출 여부는 결과를 지켜보겠다”고 밝혔다. 법원이 피해자 쪽의 사실조회 신청을 받아들인 것이다.

응우옌티탄 쪽 대리인단은 재판이 끝난 뒤 기자들을 만나 “법원이 행정기관에 (베트남전 당시 한국군의 민간인 학살사건과 관련된) 사실조회를 요청한 것은 처음”이라며 “재판부도 두 자료가 와야 사건 쟁점에 대한 구체적인 심리가 가능하다고 판단한 것으로 풀이된다”고 설명했다.

‘퐁니·퐁넛 사건’은 1968년 2월 한국군 청룡부대가 베트남 꽝남성 디엔반시 디엔안구 퐁니마을 주민 70여명을 살해한 사건을 일컫는다. 당시 8살이던 응우옌티탄은 집 주변에서 청룡부대 1대대 1중대 군인들이 쏜 총에 왼쪽 옆구리를 맞아 중상을 입었고, 수술로 목숨은 건졌으나 지금까지 후유증에 시달리고 있다. 당시 그의 가족 5명이 목숨을 잃었고, 14살 오빠는 크게 다쳤다. 한국군은 1964년 9월부터 1972년까지 31만2천여명을 베트남에 파병했고, 이 기간에 한국군에 의한 민간인 학살사건은 80여건, 피해자 수는 9천여명에 이른 것으로 추산된다.

이에 응우옌티탄 쪽 대리인단은 지난해 4월 한국 정부를 상대로 첫 국가배상 소송을 냈다. 이후 재판부에 국정원이 청룡부대 1중대의 세 소대장 등 중대 간부를 조사한 뒤 남긴 신문조서와 보고서 등에 대한 사실조회를 신청했다. 앞서 국정원은 지난 5일 해당 문서들의 목록을 공개하라는 대법원 확정판결 뒤 최영언 부산, 이상우 강원, 이기동 서울’이라고 적힌 문서들의 목록을 공개한 바 있다.

또한 응우옌티탄을 포함한 민간인 학살 피해자 103명이 2019년 4월 진상조사와 공식사과 등을 요구하며 한국 정부에 전달한 청원서에 대해 국방부가 검토한 자료들도 함께 요청했다. 당시 국방부는 “국방부 보유 자료에서는 한국군에 의한 민간인 학살 관련 내용이 확인되지 않고, 한국 쪽 단독 조사가 아닌 베트남 당국과의 공동조사가 선행돼야 하나, 한국-베트남 정부 간 공동조사 여건이 아직 조성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밝혀 시민사회단체 60곳이 반발하기도 했다.

변론기일에 앞서 한국 정부 쪽은 소멸시효 완성과 상호보증 원칙 등 법리에 대한 준비서면을 법원에 제출했다. 민사소송인 국가배상 소송은 불법행위가 벌어진 날부터 5년 안에 내야 하지만 소멸시효가 지난 데다 한국인이 베트남 법원에 국가배상 소송을 제기할 수 있어야만, 베트남인도 한국 법원에 국가배상 소송을 낼 수 있는 ‘상호보증 원칙’에도 어긋난다는 취지다. 이에 응우옌티탄 대리인단 쪽은 “불법행위로 인한 국가배상 소송에서 소멸시효를 주장하는 것은 권리 남용”이라며 “상호보증 원칙을 엄격하게 적용하는 것도 적절하지 않다”는 내용의 반박 서면을 냈다.

조윤영 기자 jy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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