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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화장품 용기의 운명? ‘재활용 안되는 예쁜 쓰레기’

등록 2021-04-07 04:59수정 2021-04-07 07:34

화장품 빈 용기 재활용 분류 체험
“개인 노력으로 해결 어려워…기업도 책임 져야”
5일 오후 서울 마포구 알맹상점에서 화장품 어택 모니터링 요원 참가자들이 다 쓴 화장품 용기들을 분류하고 있다. 이들은 화장품 용기를 브랜드에 따라 재활용 가능 여부등을 판단해 분류하고 기록한다. 백소아 기자 thanks@hani.co.kr
5일 오후 서울 마포구 알맹상점에서 화장품 어택 모니터링 요원 참가자들이 다 쓴 화장품 용기들을 분류하고 있다. 이들은 화장품 용기를 브랜드에 따라 재활용 가능 여부등을 판단해 분류하고 기록한다. 백소아 기자 thanks@hani.co.kr

“화장품 효능과 상관없는 왕관 모양, 하트 모양 플라스틱 장식이 된 용기가 왜 이렇게 많을까요?”

“투명 유리병은 재활용할 수 있는데, 이건 반투명에 은은한 반짝이까지 있어서 재활용이 안 돼요. 용기 만들 때 예뻐 보이는 것만 고려하나 봐요.”

지난 5일 오후 서울 마포구 제로웨이스트(zero waste)숍 알맹상점에서 진행된 ‘화장품 어택 모니터링’에 참여한 ‘요원’들의 불만이 쏟아졌다. 화장품 어택은 ‘화장품 어택 시민행동(녹색연합·알맹상점 등)’이 다 쓴 화장품 용기를 모아 화장품 회사에 전달하며 재활용이 가능한 용기 제작을 요구하는 캠페인이다. 지난 2월 2주만에 전국의 제로웨이스트숍 등에서 약 370kg에 달하는 빈 용기 8000여개를 모았고, 지난달 31일까지 빈 용기를 추가로 수집했다.

화장품 어택 모니터링 요원은 이렇게 모은 빈 용기를 오는 15일 화장품 회사에 전달하기 전에 용기를 회사별로 분류하고 재활용 가능 여부를 확인하는 자원봉사자다. 이날 오후 4시간가량 자원봉사자 6명과 모니터링에 함께했다. 먼저 고금숙 알맹상점 대표로부터 교육을 받았다. 용기 소재가 같은 플라스틱이라도 모두 재활용되는 것이 아니다. 제품에 고밀도폴리에틸렌(HDPE)·저밀도폴리에틸렌(LDPE)·폴리프로필렌(PP)이라고 표시된 용기는 재활용이 가능하고, 페트(PET)는 투명한 재질만 재활용이 가능하다. 페트 재질의 용기 중에 페트지(PET-G)가 섞여 있으면 재활용이 안 되기에 별도의 표시가 없으면 재활용 여부를 ‘모름’으로 표시하라는 설명도 들었다. 유리는 투명·초록·갈색으로 된 것만 재활용할 수 있다.

설명이 복잡하게 느껴져 걱정이 앞섰다. 그러나 포댓자루와 비닐, 상자 등에 담긴 기초화장품과 색조 화장품 빈 용기 수백개를 바닥에 쏟아붓고 하나씩 살펴보니 쓸데없는 걱정을 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대부분 용기를 ‘재활용 불가능’이나 ‘모름’으로 구분하면 됐기 때문이다. 재활용이 안 되는 이유는 각양각색이다. 재활용이 가능한 플라스틱처럼 보이지만 기타 아더(OTHER) 재질이거나, 투명하지 않고 색깔이 들어간 페트 재질이라 재활용이 불가능한 용기가 많았다. 이날 모니터링 요원으로 참여한 김경민(17)양은 “평소 자주 사용하는 스킨 제품 용기를 항상 플라스틱으로 분리해 배출했는데, 모니터링을 위해 살펴보니 재활용이 불가능한 제품이어서 놀랐다”고 말했다.

5일 오후 서울 마포구 알맹상점에서 화장품 어택 모니터링 요원 참가자들이 다 쓴 화장품 용기들을 분류하고 있다. 이들은 화장품 용기를 브랜드에 따라 재활용 가능 여부등을 판단해 분류하고 기록한다. 백소아 기자 thanks@hani.co.kr
5일 오후 서울 마포구 알맹상점에서 화장품 어택 모니터링 요원 참가자들이 다 쓴 화장품 용기들을 분류하고 있다. 이들은 화장품 용기를 브랜드에 따라 재활용 가능 여부등을 판단해 분류하고 기록한다. 백소아 기자 thanks@hani.co.kr

유리 용기는 그라데이션, 반짝이 처리가 돼 있거나 화려한 색상이 입혀진 경우 재활용이 불가능했다. 재활용이 가능한 줄 알았던 투명한 유리 파운데이션은 용기가 분리되지 않는 일체형 용기인데 금속·플라스틱 등 다른 재질이 섞여 있어 재활용이 불가능하기도 했다. 특히 해외 고가 브랜드 제품이 일체형 용기가 많았다.

재활용 정보가 표시되지 않은 제품도 많았다. 투명 페트는 ‘페트지’ 재질인지 알 수 없어 모두 재활용 가능 여부를 ‘모름’으로 표시해야 했고, 어떤 제품에는 파라벤 등 유해 성분이 없다는 내용과 화장품 효능이 4개 언어로 친절하게 적혀있었지만 재질 등 재활용 관련 정보는 찾을 수 없었다. 아예 분리 배출 표시가 없는 용기도 눈에 많이 띄었다. 1㎖ 향수 샘플, 4.2g 립스틱, 5.5㎖ 립밥, 6㎖ 컨실러, 15g 쿠션팩트, 15㎖ 아이크림 등 작은 화장품 용기는 회사로 보내는 대신 바로 종량제 봉투에 버리기로 했다. 내용물 용량이 30g 이하인 제품은 분리 배출 표시 의무 대상에서 제외되기 때문에 샘플이나 용량이 작은 제품은 대부분 분리 배출 정보가 표시돼 있지 않다. 7㎖에 불과한 아이브로우를 포장하기 위한 파우치 등으로 ‘과대포장’한 것도 눈에 띄었다. 작은 립스틱 등만 담았는데 순식간에 50ℓ 종량제 봉투를 가득 채웠다.

“혼자 사용한 화장품 용기 몇 개만 보다가 여러 사람이 사용한 빈 용기들을 한꺼번에 보니 많은 양에 충격을 받았어요.”(직장인 김혜리(30)씨)

이날 종량제 봉투에 버린 용기를 제외하고 737개를 골라내 화장품 회사에 보내기로 했다. 1일부터 이날까지 분류한 용기 2428개의 재활용 여부를 보면 재활용이 불가능한 것은 65.8%, 가능한 것은 18.2%, ‘모르겠다’는 16%였다. 재활용 불가능 이유는 불투명·반투명 페트 재질(35.5%), 기타 아더 재질(31.3%), 분리배출 표시 없음(18.9%·중복 응답) 등의 순이었다. ‘재활용 가능’으로 표기한 것 중에도 튜브형 등 내용물을 깨끗이 세척하기 어려운 용기는 사실상 재활용이 어렵다.

5일 오후 서울 마포구 알맹상점에서 화장품 어택 모니터링 요원 참가자들이 다 쓴 화장품 용기들을 분류하고 있다. 이들은 화장품 용기를 브랜드에 따라 재활용 가능 여부등을 판단해 분류하고 기록한다. 백소아 기자 thanks@hani.co.kr
5일 오후 서울 마포구 알맹상점에서 화장품 어택 모니터링 요원 참가자들이 다 쓴 화장품 용기들을 분류하고 있다. 이들은 화장품 용기를 브랜드에 따라 재활용 가능 여부등을 판단해 분류하고 기록한다. 백소아 기자 thanks@hani.co.kr

4시간 동안 쪼그려 앉았다, 일어났다를 반복해 다리와 허리가 아픈 요원들이 분류를 마치고 기지개를 켰다.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화장품 용기 재활용은 기업의 노력이 반드시 있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대학생 손하연(21)씨는 “스킨, 로션 등 기초화장품은 사용량을 줄이기 어려운 제품인 만큼 개인의 노력만으로는 해결하기 어려운 구조”라고 말했다. 자영업자 전주영(39)씨도 “환경 보호를 위해 색조 화장은 하지 않고, 기초화장품도 가져온 용기에 담을 수 있는 리필제품만 산다”며 “하지만 현실적으로 모든 소비자가 이런 방식으로 화장품을 살 수 없는 만큼, 기업이 재활용률을 높이고 사회적 책임을 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혜리씨는 “개개인이 무심코 사용한 플라스틱이 모여 환경에 악영향을 미칠 것 같아 걱정이 든다”고 말했다.

고금숙 알맹상점 대표는 “애초에 재활용이 안 되도록 만들어진 것들은 시민들이 재활용을 위해 노력해도 소용이 없다는 점이 안타까웠다”며 “결국 기업의 참여와 제도적 뒷받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5일 오후 서울 마포구 알맹상점에서 화장품 어택 모니터링 요원 참가자들이 다 쓴 화장품 용기들을 분류하고 있다. 이들은 화장품 용기를 브랜드에 따라 재활용 가능 여부등을 판단해 분류하고 기록한다. 백소아 기자 thanks@hani.co.kr
5일 오후 서울 마포구 알맹상점에서 화장품 어택 모니터링 요원 참가자들이 다 쓴 화장품 용기들을 분류하고 있다. 이들은 화장품 용기를 브랜드에 따라 재활용 가능 여부등을 판단해 분류하고 기록한다. 백소아 기자 thanks@hani.co.kr

5일 오후 서울 마포구 알맹상점에서 화장품 어택 모니터링 요원 참가자들이 다 쓴 화장품 용기들을 분류하고 있다. 이들은 화장품 용기를 브랜드에 따라 재활용 가능 여부등을 판단해 분류하고 기록한다. 백소아 기자 thanks@hani.co.kr
5일 오후 서울 마포구 알맹상점에서 화장품 어택 모니터링 요원 참가자들이 다 쓴 화장품 용기들을 분류하고 있다. 이들은 화장품 용기를 브랜드에 따라 재활용 가능 여부등을 판단해 분류하고 기록한다. 백소아 기자 thanks@hani.co.kr

김윤주 기자 kyj@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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