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내 성폭력 혐의로 검찰에서 무혐의 처분을 받았더라도 해당 학생을 학교가 학칙에 따라 징계하는 것은 정당하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 3부(주심 민유숙 대법관)는 ㄱ씨가 서울대를 상대로 낸 정학 처분 무효 확인 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패소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5일 밝혔다.
서울대 대학원생 ㄱ씨는 2018년 6월 회식 자리에서 만난 후배 ㄴ씨가 술에 취하자 모텔로 데려가 함께 잠을 잔 뒤, 다음 날 아침 성행위를 시도했다. 당시 폐회로텔레비전(CCTV) 영상에는 ㄱ씨가 ㄴ씨를 데리고 모텔로 가는 과정에서 ㄴ씨가 비틀거리거나 몸을 가누지 못하는 모습이 찍혀 있었다. ㄴ씨는 술에 취한 심신상실 상태에서 ㄱ씨가 성폭행 또는 성추행을 했다며 서울대 인권센터와 경찰에 신고했다.
그러나 검찰은 ㄱ씨가 성행위를 시도했을 때 ㄴ씨가 5시간 정도 잠을 잔 뒤 화장실에서 세수를 할 정도라고 한다면 심신상실 또는 항거불능 상태에 있었다고 판단되지 않는다며 무혐의 처분했다. 반면 서울대 인권센터는 ㄱ씨 행위가 자체 규정에 따른 ‘성희롱’ 내지 ‘성폭력’에 해당한다고 판단해 정학 12개월의 처분을 요구했다. 이에 서울대가 정학 9개월의 처분을 내렸고, ㄱ씨는 재심의를 요청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자 정학 처분 무효 확인 소송을 냈다.
1심 재판부는 “ㄴ씨의 묵시적인 동의 하에 신체 접촉을 했다고 봄이 타당하므로 징계사유는 존재하지 않는다”며 정학 처분을 무효로 판단했다. 반면 2심은 “내부 규정에 따라 적법하게 이뤄진 징계로서 절차적 하자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며 “검찰의 무혐의 처분이 있더라도, ㄱ씨가 적어도 ㄴ씨의 동의 없이 성적 자율권을 침해하는 행위를 했다”고 판단해 1심 판결을 뒤집었다.
대법원도 “민사책임과 형사책임은 지도이념과 증명책임, 증명의 정도 등에서 서로 다른 원리가 적용된다. ㄱ씨의 행위가 서울대 인권센터 규정에 정해진 ‘성희롱’에 해당하므로 징계사유가 존재한다고 판단한 것은 정당하다”며 상고를 기각했다.
조윤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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