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사회 사회일반

‘시대의 어른’ 채현국 효암학원 이사장 별세

등록 2021-04-02 20:15수정 2021-04-03 02:37

자신을 ‘조명받을 가치가 없는 사람’으로 소개하던 채현국 효암학원 이사장. 2014년 12월23일 서울시 종로구 조계사 안에서 만난 그는 “쓴맛이 사는 맛”이라며 “요즘처럼 절망적일 때 신명을 내야 한다”고 말했다. <한겨레> 자료사진
자신을 ‘조명받을 가치가 없는 사람’으로 소개하던 채현국 효암학원 이사장. 2014년 12월23일 서울시 종로구 조계사 안에서 만난 그는 “쓴맛이 사는 맛”이라며 “요즘처럼 절망적일 때 신명을 내야 한다”고 말했다. <한겨레> 자료사진
‘시대의 어른’ 채현국 효암학원 이사장이 2일 오후 5시 노환으로 별세했다. 향년 86.

고인은 일제강점기인 1935년 대구에서 태어나 서울대 철학과를 졸업했다. 1961년 <중앙방송>(현 한국방송) 피디(PD)로 입사했으나, 3개월 만에 그만뒀다. 방송을 선전도구로 이용한 군사정권의 부당한 제작 지시에 불만을 품었기 때문이었다. 이후 아버지인 채기엽이 운영하던 강원도 삼척군 도계의 흥국탄광을 맡아 운영하며 굴지의 광산업자가 된다.

한때 소득세 납부 실적 전국 2위에 오를 정도로 거부가 됐지만, 1972년 10월 유신 이후 박정희 정권의 앞잡이가 돼야 하는 상황이 올까 우려해 이듬해 모든 사업을 접고 재산을 처분해 동업하던 친구들, 광부들에게 나눠 줬다.

민주화운동을 하며 도피 생활을 하는 이들을 숨겨주거나 자금을 지원하는 등 독재에 저항하는 이들의 든든한 ‘뒷배’가 돼주기도 했다. 언론인 임재경은 채 이사장이 <창작과 비평>의 운영비가 바닥날 때마다 뒤를 봐준 후원자였으며 셋방살이하는 해직기자들에게 집을 사준 “파격의 인간”이었다고 회고했다.

1988년 효암고등학교와 개운중학교를 둔 재단법인 효암학원의 이사장으로 취임해 줄곧 무급으로 일해왔다. 돈과 명예, 권력에 휘둘리지 않고 꼿꼿이 살아온 그의 삶은 2014년 <한겨레> 인터뷰를 통해 본격적으로 세상에 알려졌다. 당시 “노인들이 저 모양이라는 걸 잘 봐두어라”는 그의 말은 ‘꼰대’들을 향한 촌철살인으로 뜨거운 반응을 얻었다.

빈소는 서울대병원에 마련됐으며, 발인은 오는 5일 아침 9시다.

강재구 기자 j9@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사회 많이 보는 기사

전광훈 ‘지갑’ 6개 벌리고 극우집회…“연금 100만원 줍니다” 1.

전광훈 ‘지갑’ 6개 벌리고 극우집회…“연금 100만원 줍니다”

하늘이 영정 쓰다듬으며 “보고 싶어”…아빠는 부탁이 있습니다 2.

하늘이 영정 쓰다듬으며 “보고 싶어”…아빠는 부탁이 있습니다

‘윤석열 복귀’에 100만원 건 석동현…“이기든 지든 내겠다” 3.

‘윤석열 복귀’에 100만원 건 석동현…“이기든 지든 내겠다”

검찰, 김정숙 여사 ‘외유성 출장’ 허위 유포 배현진 불기소 4.

검찰, 김정숙 여사 ‘외유성 출장’ 허위 유포 배현진 불기소

‘장원영’이 꿈이던 하늘양 빈소에 아이브 근조화환 5.

‘장원영’이 꿈이던 하늘양 빈소에 아이브 근조화환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