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

대규모 공공택지가 들어 선 전북 완주 ‘삼봉지구’ 부동산 투기 의혹으로 지난 1일 경찰 소환 조사를 받은 한국토지주택공사(LH) 전북본부 직원 이아무개씨의 아내가 지구 지정에 앞서 사들인 땅은 택지 개발이 이뤄질 경우 주거용·상업용으로 용도 전환이 쉬운 곳으로 파악됐다. 이씨가 해당 지역 택지개발을 담당했고, 지구 지정 불과 7개월 전에 아내가 땅을 사들인데다 해당 필지가 인근 지역 택지 개발 때 기대 이익이 큰 곳이라는 점이 드러나면서 미공개 내부 정보를 이용한 부동산 투기 가능성에 한층 무게가 실린다. 전북지방경찰청 부동산투기사범전담수사팀이 내부 정보를 이용한 부동산 투기 혐의(부패방지 및 국민권익위원회 설치와 운영에 관한 법률 위반)로 소환 조사한 엘에이치 직원은 이씨가 처음이다.

2일 <한겨레> 취재 결과를 종합하면, 엘에이치 전북본부에서 삼봉지구 설계를 담당한 이씨의 아내 노아무개씨는 지인 2명과 함께 2015년 3월 삼봉지구 개발지역에서 불과 100여m 떨어진 전북 완주군 삼례읍 수계리의 3개 필지(총1300㎡)를 2억9800여만월 주고 사들였다. 삼봉지구 지정 최종 고시를 7개월 앞둔 시점이었다.

삼봉지구가 공공택지 부지로 처음 발표된 것은 2007년이다. <한겨레>가 인근 지역의 공시지가를 확인해보니 2007년부터 해당 지역의 땅값은 오름세를 보였지만, 개발 계획이 늦춰지면서 2015년부터는 하락세로 돌아섰다. 노씨가 땅을 매입한 시점이 바로 이 때다. 하지만 노씨가 땅을 사들이고 7개월 뒤인 같은 해 10월 삼봉지구 개발을 위한 지구 지정이 다시 이뤄지고 개발이 본격화하면서 해당 필지의 공시지가는 7만6100원(2015년)에서 최근 10만7600원으로 40% 이상 올랐다.

노씨가 매입한 토지들은 삼봉지구와 도로 하나만 사이에 둘 정도로 가까운 데다 인근 지역에서 택지개발이 이뤄질 경우 상업용지·주거용지로 변환이 쉬운 자연녹지지역이다. 삼봉지구가 들어설 경우 땅값 상승이 클 것으로 예상되는 곳으로 땅 주변은 대부분 자연녹지가 아닌 생산녹지지역이었다. 노씨가 매입한 필지의 지적도 등을 살펴 본 한 부동산 전문가는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노씨가 산 땅은) 도로를 끼고 있어 값어치가 크다. 또 해당 필지는 생산녹지지역에 둘러싸인 자연녹지지역으로 주변에 대규모 택지가 들어설 경우 생산녹지지역보다 우선적으로 주거용·상업용으로 전환되어 투자 가치가 높은 곳”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엘에이치 직원 가족이 지정 고시 전 해당 필지를 샀다면 내부 정보를 이용했을 가능성이 커 보인다”고 덧붙였다. 이씨는 현재 엘에이치에서 직무 배제된 상태다.

전북경찰청은 지난달 22일 엘에이치 전북본부와 직원의 집, 차량 등을 압수수색해 이씨가 내부 정보를 이용해 부동산 투기를 한 정황을 확인한 뒤 1일 소환 조사를 진행했다. 다만 이씨는 경찰 조사에서 이같은 혐의를 부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전북경찰청은 삼봉지구 뿐 아니라 엘에이치 전북본부 직원의 광명·시흥 신도시 ‘원정 투기’ 의혹 등을 폭넓게 살펴보며 수사를 벌이고 있다. 전북경찰청 관계자는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이씨 뿐 아니라) 전북과 광명·시흥 신도시의 투기 의혹을 전반적으로 들여다보고 있다”고 밝혔다.

이주빈 강재구 기자 yes@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