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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세계 최초’ 트랜스젠더 의원 “국회 넘어서 관료까지 진출해야”

등록 2021-04-01 10:33수정 2021-04-01 10:39

‘국회로 진출한 트랜스의 목소리’ 온라인 컨퍼런스
조지나 베이어 뉴질랜드 전 의원 발표
뉴질랜드 지난해 12명 성소수자 의회 진출
뉴질랜드의 조지나 베이어(Georgina Beyer) 전 노동당 의원이 31일 ‘국회로 진출한 트랜스의 목소리’ 온라인 컨퍼런스에 영상을 통해 기조 발표를 전했다. 줌(ZOOM) 화면 갈무리
뉴질랜드의 조지나 베이어(Georgina Beyer) 전 노동당 의원이 31일 ‘국회로 진출한 트랜스의 목소리’ 온라인 컨퍼런스에 영상을 통해 기조 발표를 전했다. 줌(ZOOM) 화면 갈무리

“성소수자는 당신들로부터 아무것도 빼앗아 가지 않습니다.”

1999년 뉴질랜드에서 ‘세계 최초 트랜스젠더 국회의원’으로 당선된 조지나 베이어(Georgina Beyer) 전 노동당 의원이 의회 활동 내내 강조했던 명제다. 그는 성소수자 의제에 보수적인 농촌 지역구에서 당선됐다. 그러면서도 의회에서 활동하며 성소수자가 받는 억압과 차별을 개선할 수 있는 것이라면 뭐든 찬성했다. 자칫 지역구의 여론과 어긋날 수 있는 활동을 하면서도 재선에 성공할 수 있었던 이유에 대해 그는 “소수자를 악마화·비인간화 하는 것은 너무나 손쉬운 도피이자 회피라고 계속 이야기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31일 ‘국제 트랜스젠더 가시화의 날’을 맞아 국제앰네스티 한국지부, 성별이분법에 저항하는 사람들의 모임 여행자, 트랜스해방전선 등이 개최한 ‘국회로 진출한 트랜스의 목소리’ 온라인 콘퍼런스가 열렸다. 조지나 베이어 전 의원은 이 행사에서 기조 발표를 맡았다. 한국에서는 트랜스젠더를 대표해 지난해 총선 비례대표 후보로 출마했던 임푸른 정의당 성소수자 위원회 부위원장, 박한희 변호사(공익인권변호사모임 희망을만드는법)가 참여했다. 뉴질랜드 국회 성소수자 네트워크 공동대표인 엘리자베스 케리케리(Elizabeth Kerekere) 녹색당 의원과 장혜영 정의당 의원도 연대 발언을 했다.

지난해 치러진 뉴질랜드 총선에서 전체 120명 중 10%인 12명의 성소수자가 의회에 진출했다. 전 세계 국회에서 가장 높은 비율로 알려져 있다. 베이어 전 의원은 이에 대해 “우리(성소수자)는 이미 대표성을 갖고 있다”며 이제는 국회를 넘어 “정치인들에게 정보와 조언을 제공하는 정부, 관료 사회로 진입해야 한다. 그들은 소위 곳간 열쇠를 쥔 사람들”이라고 말했다. 뉴질랜드에서는 장관 20명 중 3명이 성소수자다. 아울러 지방자치단체에서도 “다양한 활동을 추진해 우리의 존재를 드러낼 수 있었다”며 “우리는 실제로 사회에 받아들여지고 있다”고 했다.

물론 그 과정이 순탄하기만 한 것은 아니었다. 베이어 전 의원은 자신이 처음 당선된 1999년, 국회에는 트랜스젠더인 자신과 동성애자 남성 두 명뿐이었다고 했다. 그는 2005년 동성 커플에게 법적 권리를 인정하는 ‘시민결합’이 뉴질랜드에서 도입될 때 역할을 했다. 그는 “모두에게 공정하고 자유로운 사회를 만들기 위해 노력했다. 많은 어려움이 있었지만 뉴질랜드인의 과반이 동의하게 했다”고 회고했다. 시민결합에 앞서 인권법(1993년)이 있었고 그 뒤로는 동성결혼법(2013년) 등 소수자의 인권을 보장하는 법안들의 제정이 이어졌다. 그는 “(우리는) 뉴질랜드 사회에서 우리에게 중요한 순간이 어디였는지 정확히 짚을 만큼 전환점을 만들어냈다”고 평했다. 이어 “법 사이마다 상당한 기간이 있었지만 앞으로 계속 전진할 수 있다는 것을 시민들에게 확인받았다는 것에 큰 의미가 있다”고 밝혔다.

그는 성소수자 권리를 억압하려는 흐름에 우려를 표하며 연대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베이어 전 의원은 “트럼프식 증오가 일부 사람들의 불만을 부추기며 성소수자들에게 정말 위험한 사회를 만들고 있다”며 “떠난 이들을 추모하고 그들이 꿈꿨던 것들 쟁취하기 위해 우리의 운동 계속돼야 한다”고 했다. 아울러 이럴 때일수록 공직자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영향력이 있는 임명·선출된 사람들이 이런 상황을 바꿀 기회를 꼭 잡아야 한다. 계속 공론화해서 사회가 이 문제들을 다루도록 노력해야 한다.”

이주빈 기자 ye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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