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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뉴스AS] 스토킹은 가벼운 범죄? ‘노원구 세모녀 피살’에 여론 들끓는 이유는

등록 2021-03-31 11:07수정 2021-03-31 13:37

“몇달간 집요하게…” “동호수 알려준 적 없는데…”
피해자 지인 증언에 온라인 여론 들끓어

“스토킹은 강력 범죄 전조현상” 여성들 요구에
‘최대 징역 5년’ 스토킹 처벌법 국회 통과됐지만
올 9월부터 시행되더라도 피의자에 적용 못 해
스토킹 범죄. 게티이미지뱅크
스토킹 범죄. 게티이미지뱅크

‘노원구 세 모녀 피살 사건’을 두고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 온라인에서 “가해자의 신상을 공개하라” “엄벌에 처해야 한다”는 등의 여론이 들끓고 있습니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노원 일가족 3명 살인 사건의 가해자 20대 남성 신상공개 촉구 바랍니다’는 제목으로 청원글이 올라온 지 3일 만에 18만8000여명(31일 기준)이 동의했습니다. 잔혹한 범죄이기도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이사건이 주목받는 이유는 피의자의 범행 동기가 ‘여성을 향한 스토킹’일 수 있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스토킹 범죄 가능성에 여성들을 중심으로 피의자를 엄벌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습니다.

이 사건은 엿새 전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지난 25일 저녁 모녀 관계인 세 여성이 자택인 서울 노원구의 한 아파트에서 목 부위에 큰 자상을 입고 살해됐습니다. 용의자로 지목된 20대 남성 ㄱ씨는 사건 현장에서 자해를 시도하다 중상을 입은 채 경찰에 체포됐고 병원으로 후송됐습니다. 현장에는 범행에 사용된 것으로 보이는 흉기가 발견됐고, 아파트 엘리베이터 폐회로 티브이(CCTV)에는 ㄱ씨가 23일 오후 5시35분께 세 모녀의 집으로 향하는 장면이 담겼습니다.

서울 노원경찰서는 사건 발생 다음 날인 26일 “ㄱ씨가 범행을 자백했고, 즉시 체포영장을 신청해 수술을 마친 뒤 신병을 확보할 예정”이라며 “피해자들과의 관계와 범행 동기 등은 추후 수사할 예정”이라고 밝혔습니다. 병원 응급실에서 살인 혐의를 인정한 ㄱ씨는 현재 병원에서 회복 중입니다. 법원으로부터 체포영장을 발부받은 경찰은 의료진의 소견을 들어본 뒤 영장 집행 여부를 결정할 방침이라고 합니다. 경찰 관계자는 30일 <한겨레>와의 통화에서 “전날 의료진들로부터 (피의자가) 추가적인 치료가 필요해 경과를 지켜보고 퇴원을 결정하자는 답변을 받았다. 생명에 지장은 없다”고 설명했습니다.

이번 사건을 많은 사람들이 주목하는 이유는 피의자 ㄱ씨와 세 모녀 중 큰 딸인 ㄴ씨의 관계를 놓고 여러 의혹이 제기됐기 때문입니다. 특히 ㄱ씨가 ㄴ씨를 몇 달간 집요하게 스토킹(상대방 의사에 반해 접근하는 행위)했다는 ㄴ씨 지인의 증언이 나오면서 온라인 여론이 끓어오르기 시작했습니다. <에스비에스>(SBS)는 ㄴ씨의 친구들이 “ㄴ씨가 ㄱ씨의 집요한 스토킹으로 힘들어했다. 아파트 동호수 등을 알려준 적이 없는데 (ㄱ씨가) 찾아왔다더라”고 말했다고 보도했습니다.

그간 여성들은 “스토킹은 강력 범죄의 전조 현상”이라며 처벌법 제정을 요구해왔습니다. 지난 24일 스토킹을 하면 최대 징역 5년에 처하도록 처벌 수위를 높인 ‘스토킹 범죄 처벌법’이 국회 문턱을 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그동안 스토킹이 ‘가벼운 일’로 다뤄지고, 처벌에 관대했던 사회적 배경 속에 ㄴ씨를 포함한 세 모녀가 법의 보호를 받지 못했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스토킹 처벌법이 올해 9월부터 시행돼 ㄱ씨가 스토킹을 했다 하더라도 법 적용 대상에서 제외된다는 점 또한 누리꾼들의 분노를 사고 있습니다.

‘여성을 겨냥한 스토킹 범죄’로 추정되는 여러 정황이 드러나면서 ㄱ씨의 신상공개와 엄벌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습니다. 트위터에는 “이번 사건을 보다 보니 더더욱 움츠러들게 된다.”, “계획된 범죄였고 스토킹이었기에 신상을 공개해야 한다” 등의 의견이 올라오고 있습니다. 스토킹 범죄에 대한 공포가 이번 사건에 투영되고 있는 것입니다.

경찰은 두 사람의 관계와 ㄱ씨의 스토킹 여부를 파악하는 데 수사를 집중하고 있습니다. 지난 30일에는 ㄱ씨의 서울 강남구 주거지를 압수수색해 휴대전화를 찾아냈고 디지털 포렌식 의뢰를 검토중입니다. 경찰 관계자는 “정식으로 (ㄱ씨를 상대로) 피의자 조사도 진행되지 않았고 (스토킹 여부는) 확인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두 사람의 관계를 잘 아는 지인들의 조사는 마쳤다”며 “진술 외에 (관계를 설명할 수 있는) 다른 정황을 찾고 있고 이런 부분에 대한 확인이 끝나면 두 사람 관계가 어땠는지 말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장필수 기자 fee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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