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북도가 ‘충북 진천음성 혁신도시’(이하 혁신도시) 철도 건설을 추진하던 2018~2020년 사이 이수완 충북도의회 의원과 가족들이 혁신도시 인근 땅 다섯 필지를 매입한 것으로 나타났다. 매입 당시 이 의원이 철도 사업 관련 상임위 활동을 하며 사업 유치를 주장한 탓에 투기 의혹과 함께 이해충돌 소지가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30일 <한겨레> 취재를 종합하면, 2018년 10월 이 의원은 배우자, 아들 2명과 함께 공동명의로 충북 진천군 덕산읍 석장리의 밭(5815㎡)을 3억5천만원에 사들였다. 이 땅은 혁신도시와 직선거리로 600m가량 떨어져 있다. 이 의원의 아들 이아무개(29)씨도 지인 한명과 함께 2019년 12월 석장리 밭 두 필지와 이듬해 2월 임야 한 필지를 공동 매입했다. 두 사람이 토지 매입에 사용한 비용은 총 3억3천만원이다. 아들 이씨는 지난해 3월에도 석장리 내 밭(1659㎡) 지분의 절반을 1억7500만원을 주고 사들였다. 아들 이씨가 사들인 네 필지도 모두 혁신도시 경계에서 1㎞ 안에 있다.
이들이 땅을 사들인 시점 전후로 충청북도와 경기도 등 지자체들은 혁신도시와 청주 국제공항을 연결하는 철도 사업을 추진했다. 2019년 11월 경기도와 충청북도, 안성시 등 6개 지자체는 동탄-안성-충북혁신도시-청주공항을 잇는 ‘수도권 내륙선’ 사업을 공동 추진하는 협약을 맺었다. 충청북도와 음성군도 감곡면과 혁신도시, 청주공항을 지나는 ‘중부내륙철도 지선’ 연장을 요구했다. 혁신도시 인근으로 두 개의 철도 사업 추진이 이뤄진 것이다. 지자체들은 올해 상반기에 결정되는 제4차 국가철도망 구축계획에 해당 사업이 포함되도록 국토교통부 등 관련 부처에 반영을 촉구하고 있다. 혁신도시 인근의 한 부동산 중개인은 “철도 유치 기대로 주변 땅값도 올랐다”고 설명했다.
땅을 매입할 당시 이 의원은 충청북도의 철도 사업 등을 소관하는 건설환경소방위원회(건환소위) 소속이었다. 이 의원은 2018년 7월부터 2020년 6월까지 건환소위 위원장을 맡으면서 국가철도망 구축계획 대응 추진사항을 질의하거나 담당 공무원에게 철도 사업 관련 용역 내역서를 요청하기도 했다. 지난 11일 충북도의회 본회의 대집행기관 질의에선 “충청권 광역철도망 계획과 수도권 내륙선, 광역철도가 국가철도망 구축계획 안에 반영될 경우 청주공항은 명실상부한 거점공항이 될 것”이라고 발언했다. 김남근 참여연대 정책위원(변호사)은 “철도 건설과 관련된 의정 활동을 하면서 부지 선정을 염두에 두고 토지를 샀다면 이해충돌 소지가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이 의원은 <한겨레>와의 통화에서 기존에 갖고 있던 땅 주변 필지를 산 것일 뿐이라고 반박했다. 이 의원은 혁신도시 인근에서 오래전부터 축사를 운영하며 토지를 다수 보유하고 있다. 이 의원은 다섯 필지에 대해 “동네 어르신과 지인 등이 땅을 사달라고 해서 샀다. 아들이 산 땅은 나와는 관계없고 창고 부지 등으로 활용할 것이라 들었다”고 말했다.
강재구 이주빈 기자
j9@hani.co.kr
※부동산 투기 제보를 부탁드립니다
<한겨레> 부동산 투기 취재팀은 LH 직원의 3기 신도시 투기 의혹에서 시작된 한국 사회의 불공정한 재산 축적 문제에 대해 집중적인 취재와 보도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국회의원, 고위 관료를 비롯한 공직자나 토지 개발 관련 공기업 임직원 등의 부적절한 부동산 투기에 대한 많은 제보를 부탁드립니다. 제보해주신 분의 철저한 신원 보장을 위해 제보는 아래 링크를 통해 받고 있습니다. 독자분들의 소중한 제보가 더 공정한 사회를 위한 주춧돌이 될 것이라고 굳게 믿습니다. 많은 제보 기다리겠습니다.
제보:
https://bit.ly/3bCGOU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