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은미 정의당 비상대책위원장 등 비교섭단체 의원 대표들이 17일 국회 의장실을 찾아 박병석 국회의장에게 국회의원 부동산 투기 전수조사 신속 추진을 위한 비교섭단체 소속 의원들의 개인정보제공동의서를 전달하고 있다. 왼쪽부터 용혜인 기본소득당 의원, 강 비상대책위원장, 박 국회의장, 강민정 열린민주당 원내대표, 조정훈 시대전환 대표. 연합뉴스
여야가 국회의원들의 부동산 투기 의혹을 규명할 ‘의원 전수조사’에 합의한 가운데, 배준영 국민의힘 의원과 그 가족이 ‘지분 쪼개기’ 방식으로 농지를 보유 중인 것으로 드러났다. 같은 당 서일준 의원의 가족도 같은 방식으로 임야를 갖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18일 <한겨레>가 공직자 재산등록 신고 내역과 등기부등본을 확인해보니, 배준영 의원은 충남 서산시 고북면의 토지(답) 1만5740.30㎡(4761평) 중 991㎡(약 299평)를 보유하고 있었다. 이 땅은 고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의 물막이 공사로 유명한 서산 간척지로, 한 영농조합법인이 2003년 12월 매입한 뒤 3개월 동안 배 의원을 포함한 16명에게 991㎡씩 지분 쪼개기 방식으로 판매했다. 배 의원은 이를 의원이 되기 전인 2004년 2월에 매입했고, 배 의원의 형제도 같은 날 지분을 샀다. 기획부동산을 통한 지분 쪼개기 매입은 개발 이익을 노린 투기 방식의 하나로 꼽힌다. 당시 서산 지역은 각종 관광단지 등 서해안 개발에 따른 기대감이 컸다.
서일준 의원의 어머니도 쪼개기 방식으로 임야를 매입한 사실이 확인됐다. 서 의원의 어머니는 2010년 8월 한 부동산회사로부터 경남 창원시 의창구의 임야를 사들였다. 각각 1959㎡ 크기의 두 필지 가운데 37㎡(747만원), 326㎡(6400만원)를 쪼개 산 것이다. 등기부등본을 살펴보면, 현재 이들 땅은 각각 38명, 10명이 공동 소유하고 있다. 이 땅의 공시지가는 1㎡당 2010년 2만300~2만500원에서 2020년 5370~5430원으로 폭락했다. 이 지역을 잘 아는 한 공인중개사는 “2010년 당시, 도시개발 기대감이 있어 기획부동산들이 이 일대 땅을 많이 사들였지만, 이후 개발지구에 편입되지 못한 곳들은 땅값이 많이 떨어졌다”고 설명했다.
이들 의원은 투기 목적으로 땅을 산 것이 아니라고 밝혔다. 배 의원은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공시지가 상승분을 보면, 투기 목적이라고 하기엔 미미한 실정”이라며 “당시 개정된 법에 따라 합법적으로 사들였다. 현재 이 땅은 영농법인이 위탁 관리를 하고 있으며 쌀농사를 해 매년 쌀을 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기준 이 땅의 공시지가는 1㎡당 1만1100원으로 그가 땅을 산 2004년(4400원)과 견주면 배 이상 올랐다. 배 의원이 토지를 매입한 시기는 주말·체험영농을 하려는 이들에게 1000㎡ 미만의 농지를 소유할 수 있도록 농지법이 개정된 이듬해다. 서 의원도 “지난해 재산등록을 하면서 해당 토지에 대해 처음 알게 됐다”며 “이 땅은 지난해 7월 동생에게 증여됐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이들 사례에 대해 시세차익을 노리고 땅을 산 의심이 든다고 짚었다. 한 부동산 전문가는 “두 경우 다 기획부동산을 낀 전형적인 투기 형태”라고 말했다. 농지법 전문가인 한 변호사도 “실제로 영농을 하려면 자신이 보유한 땅을 알아야 하는데 지분으로 농지를 사면 자기 땅이 어디부터 어디까지인지 알 수 없다”며 “투기가 아니라면 지분으로 쪼개 산 땅은 현실적으로 영농이 불가능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한 “공직 취임, 징집, 질병 등의 사유로 자경을 할 수 없는 경우 위탁을 할 수 있지만, 배 의원이 국회의원에 선출되기 전부터 위탁 경영을 했다면 농지법 위반이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주빈 강재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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