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들의 3기 새도시 부동산 투기 의혹을 규명하기 위해 여당이 제안한 특별검사제(특검) 도입을 야당이 받아들이면서 특검 출범이 가시화하고 있다. 법조계에서는 특검 장기화에 따른 변호사들의 특검 기피나 파견검사의 수사권 문제 등 변수가 많을 거라는 분석이 나온다.

1차적으로 예상되는 문제는 ‘구인난’이다. 역량 있는 변호사들이 특검 합류를 기피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특검 경력이 있는 한 변호사는 “실력 있는 변호사들이 장기간의 수임 포기와 경력 단절을 감수하고 올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말했다. 국정농단·드루킹 특검법의 경우, 관련 사건의 상고심 확정까지 특별검사의 영리행위와 겸직을 막아놨다. 특히 국정농단 특검은 대법원이 국민연금의 삼성 합병 개입 의혹 사건의 선고를 미루면서, 2016년 출범 이후 4년 넘게 유지되고 있다. 백혜련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해 11월 ‘상고장 접수 뒤 2년이 지나도 선고되지 않으면 특검은 사건을 검찰에 인계하고 퇴직한다’는 내용의 특검법 개정안을 발의했지만, 2년도 긴 시간이라는 게 법조계의 시각이다.

‘특검을 해도 성과 내기 쉽지 않다’는 전망도 구인난이 예상되는 이유다. 특별수사 경험이 많은 검찰 출신의 한 변호사는 “공직 분위기가 많이 달라져서 1, 2기 신도시 때처럼 공직자들이 대놓고 부정을 저지르지 않는다. 있더라도 죄다 차명거래이거나, 내부 정보 활용을 입증하기가 결코 쉽지 않아 선뜻 나설 사람을 찾기 쉽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특검에 파견될 현직 검사의 수사권을 어디까지 허용할 수 있을지를 두고도 의견이 갈린다. 올해부터 시행된 검경 수사권 조정으로 검찰의 직접수사 범위가 6대 범죄(부패·경제·공직자·선거·방위사업·대형참사)로 제한됐기 때문이다. 검사장을 지낸 한 변호사는 “파견검사의 수사권을 두고 논란의 여지가 있을 수 있다”며 “피의자 또는 피고인 쪽에서 파견검사의 직접수사를 문제 삼을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반면 지방검찰청의 한 검사는 “특검 명의로 수사·공소유지를 하기 때문에 검경 수사권 조정에 따른 검찰의 직접수사 축소와는 전혀 상관이 없다”고 주장했다. 의견이 갈리면서 특검법에 검경 수사권 조정 상황을 반영하자는 목소리도 나온다. 판사 출신의 한 변호사는 “현재 규정상으로는 파견검사의 직접수사를 문제 삼을 여지가 있다”며 “특검법에 ‘특검에 파견된 검사의 수사 범위는 제한하지 않는다’ 등의 조항을 마련하면 논란을 피할 수 있다”고 말했다.

현재 수사를 진행 중인 경찰은 공식적인 반응을 보이진 않았지만, 내부적으로는 당혹스러워하거나 반발하는 기류도 감지된다. 한 경찰 관계자는 “중요한 사건인 만큼 경찰도 심혈을 기울여 수사하고 있는데, 특검 이야기가 나와 당황스럽다. 특검은 시간이 오래 걸리지 않느냐”고 말했다. 경찰은 특검이 정식 출범하기 전까지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고, 그 전에라도 가시적인 성과를 내기 위해 총력을 기울인다는 방침이다.

배지현 기자 beep@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