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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경찰 “‘꼬우면 이직하든가’ 게시자 수사 착수”…처벌 가능할까?

등록 2021-03-15 14:59수정 2021-03-15 15:15

LH 모욕·명예훼손·업무방해로 고발했지만
피해자 특정 안 되고 명예훼손 여부 의문
글 작성자 찾아내기 어렵다는 점도 문제
지난 9일 직장인 익명 앱 ‘블라인드’에 LH 직원으로 추정되는 이가 올린 글
지난 9일 직장인 익명 앱 ‘블라인드’에 LH 직원으로 추정되는 이가 올린 글

경찰이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의 3기 새도시 투기 논란과 관련해 온라인 커뮤니티에 조롱글을 올린 작성자를 파악하기 위한 수사에 착수했다. 엘에이치의 고발에 따른 조처다. 하지만 법조계에서는 “실제 처벌로 이어질 수 있을지는 미지수”라는 분석이 나온다. 피해자가 뚜렷하지 않은 데다 작성자를 찾아내기도 쉽지 않다는 이유에서다.

경남경찰청은 “엘에이치가 지난 14일 경남 진주경찰서에 고발한 공사 관련 익명 게시글 사건을 경남경찰청 사이버수사과가 넘겨받아 직접 수사에 나섰다”고 15일 밝혔다. 지난 9일 직장인 커뮤니티인 ‘블라인드’의 익명게시판에는 ‘내부에서는 신경도 안 씀’이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한국토지주택공사 직원이 쓴 것으로 추정되는 글이었다. 글쓴이는 “니들이 암만 열폭해도 난 열심히 차명으로 투기하면서 정년까지 꿀 빨면서 다니련다. 이게 우리 회사만의 혜택이자 복지인데 꼬우면 니들도 우리 회사로 이직하든가”라고 적었다. 이 글이 온라인에 공개되면서, 누리꾼들의 공분을 샀다. 이 글은 15일 현재 블라인드 익명게시판에서 삭제된 상황이다.

이에 엘에이치는 글 작성자를 정보통신망법상 명예훼손 및 형법상 모욕, 업무방해 혐의로 수사기관에 고발했다고 지난 14일 밝혔다. 엘에이치는 “해당 게시물의 부적절한 언사로 전 국민을 모욕하고 명예를 훼손했을 뿐만 아니라 부정여론 확산을 조장해 3기 신도시 등 핵심 정부정책 추진을 방해했다”며 작성자가 엘에이치 직원으로 밝혀질 경우 즉각 파면하고 민사상 손해배상 청구도 강구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법조계에선 처벌이 쉽지 않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우선 형법상 모욕죄를 적용하려면 피해자를 특정해야 한다. 하지만 이 글로 피해를 봤다고 할 만한 이는 ‘국민’이기 때문에 피해자가 특정되지 않는다는 문제가 있다. 모욕죄는 피해자의 고소가 있어야 하는 친고죄라는 점도 범죄 성립을 어렵게 한다. 정완 경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작성자가 국민을 상대로 모욕한 것이기 때문에 (피해를 봤다는) 국민 누군가가 고소해야 한다”며 “현재로썬 모욕죄가 성립되긴 어려워 보인다”고 짚었다.

정보통신망법상 명예훼손으로 처벌하기도 쉽지 않을 거란 전망도 나온다. 사이버범죄에 정통한 한 변호사는 “작성자가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표현을 쓴 건 맞지만, 엘에이치 구성원 한 명이 부적절한 행동을 했다고 해서 엘에이치 회사의 명예가 훼손됐다고 하긴 어렵다”며 “작성자를 징계하거나 회사 이미지 실추로 민사소송을 제기할 수는 있겠으나, 형사처벌로 다룰 문제인지는 의문”이라고 말했다.

다만 업무방해 혐의에 대해선 수사결과에 따라 적용할 수 있을 것이란 분석이 있다. 김가연 오픈넷 변호사는 “업무방해 혐의를 적용하려면 작성자의 글로 엘에이치에 실질적 손해가 얼마나 있었는지를 파악해야 한다”고 했다.

한편에서는, 블라인드의 특성상 작성자를 찾아내기 쉽지 않아 경찰이 불기소 의견으로 송치할 가능성도 제기됐다. 블라인드 운영사 ‘팀 블라인드’는 서버를 미국에 둔 회사로, 이 회사 이용약관을 보면 “계정정보를 포함해 이용자가 당사에 제공하는 모든 정보는 암호화되어 저장되며, 이러한 정보가 시스템에 저장된 이후에는 누구의 정보인지 확인할 수 없다”고 되어 있다. 팀 블라인드 관계자는 “수사요청이 오면 회사도 필요한 절차에 따라 협조할 것”이라면서도 “회사 안에 (개인정보를 특정할) 데이터가 없다. 작성자가 누구인지는 회사도 알 수 없다”고 말했다. 서초동의 한 변호사는 “작성자가 자수하거나 주변 지인이 작성자를 특정해주는 게 아니라면 수사기관도 일반적 통신수사 방식으로 작성자를 찾아내긴 어려울 것”이라며 “엘에이치 입장에선 뭐라도 해야겠다고 생각했겠지만, 투기 문제같이 더 큰 문제에 집중해야지 익명 커뮤니티에 글 쓴 직원을 형사처벌하겠다고 나선 건 바람직하지 않아 보인다”고 지적했다.

신민정 기자 shin@hani.co.kr

※ 부동산 투기 제보를 부탁드립니다

<한겨레> 부동산 투기 취재팀은 LH 직원의 3기 신도시 투기 의혹에서 시작된 한국 사회의 불공정한 재산 축적 문제에 대해 집중적인 취재와 보도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국회의원, 고위 관료를 비롯한 공직자나 토지 개발 관련 공기업 임직원 등의 부적절한 부동산 투기에 대한 많은 제보를 부탁드립니다. 제보해주신 분의 철저한 신원 보장을 위해 제보는 아래 링크를 통해 받고 있습니다. 독자분들의 소중한 제보가 더 공정한 사회를 위한 주춧돌이 될 것이라고 굳게 믿습니다. 많은 제보 기다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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