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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마약 거래’ 증거 달래서 샀더니 재판 넘겨진 제보자…2심서 ‘무죄’

등록 2021-03-12 11:45수정 2021-03-12 11:57

1심서 유죄 받은 마약 거래 제보자, 2심서 무죄 왜?
<한겨레> 자료 사진
<한겨레> 자료 사진

경찰관에게 마약 거래 증거자료를 확보해달라는 요청을 받고 실제 마약을 샀다가 1심에서 유죄 판결을 받은 제보자가 2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서울고법 형사5부(재판장 윤강열)는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기소된 카자흐스탄 국적의 교포 ㄱ씨에게 징역 2년6개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한 1심 판결을 깨고 무죄를 선고했다고 12일 밝혔다.

ㄱ씨는 2018년 10월 경찰에 자신의 집 근처에서 외국인들이 마약을 거래하고 있다는 제보를 했다. 그러나 경찰은 “제보만으로는 명확하게 조사할 수 없다”며 통역인을 통해 ㄱ씨에게 사진 등 증거자료를 확보해달라고 요청했다. 이에 ㄱ씨는 통역인에게 “증거자료로 약물을 가져다 드리면 되는 건가요? 오늘 그쪽에 잠입해 약물을 구매해보도록 하겠습니다”고 문자메시지를 보낸 뒤 실제 5만원을 주고 마약을 샀다. ㄱ씨는 휴대전화로 마약 사진을 찍어 통역인에게 보낸 뒤 화장실 변기에 넣어 폐기했다. ㄱ씨의 협조 덕분에 경찰은 외국인 8명을 구속했다. 그러나 ㄱ씨는 마약류 취급자가 아닌데도 마약을 거래했다는 이유로 재판에 넘겨졌다.

1심은 “다른 사람의 범행을 증명하기 위한 증거를 수집할 목적으로 마약을 매매한 것이더라도, 수사기관의 지시나 위임을 받지 않고 매매행위로 나아간 이상 마약 매매 범행의 범의가 인정된다”며 유죄로 판단했다. 반면, 항소심은 “마약류 매매에 관한 고의가 인정된다고 보기 어렵다”며 “ㄱ씨로서는 수사기관의 구체적 위임과 지시를 받아 마약을 매수하는 것으로 인식하고 있었을 것으로 보인다”며 1심 판단을 뒤집었다. 재판부는 “개인적 목적으로 마약을 매수한 것이라면 매수 직전에 매수 예정 사실을 통역인에게 보고하거나 매수 직후에 사진을 촬영한 다음 경찰관에게 전송할 아무런 합리적 이유가 없다”고 덧붙였다.

조윤영 기자 jy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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