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들의 광명·시흥 신도시 사전 투기 의혹에 대한 경찰 수사가 속도를 내고 있고 경기도 광명시와 시흥시 공무원 등 공직자의 투기 의혹도 불거지고 있지만, 실제 처벌로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업무연관성이나 그들이 내부 정보를 이용해 투기를 했다는 점을 수사기관이 입증해야 하는데, 현실적으로 쉽지 않기 때문이다. 관건은 이들에게 미공개 정보를 넘긴 주체가 누구인지를 파악해야 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10일 법조계 설명을 종합하면, 택지개발 업무를 하는 공직자나 공공기관 임직원의 투기를 막거나 처벌할 수 있는 법규는 크게 부패방지 및 국민권익위원회의 설치와 운영에 관한 법률(부패방지법)과 공공주택특별법(공특법)이다. 부패방지법은 공직자가 업무처리 중 알게 된 비밀을 이용해 재물 또는 재산상의 이득을 얻지 못하도록 하고 있다. 공공주택특별법도 업무처리 중 알게 된 정보를 목적과 달리 사용하는 것을 금지한다.
이런 이유에서 법조인들은 ‘업무 관련성’을 입증하는 것이 수사의 핵심이라고 꼽는다. 신도시 지정과 관련한 업무를 하면서 알게 된 정보로 땅을 사 사적 이익을 얻거나, 제3자에게 땅을 사도록 해 이득을 취하게 한 정황을 포착해야 혐의를 입증할 수 있다는 것이다. 부패방지법의 적용을 받으면, 7년 이하 징역이나 5천만원 이하 벌금을 물릴 뿐 아니라, 취득한 재산이나 재산상의 이익은 몰수나 추징될 수 있다. 공특법 처벌 수위도 5년 이하 징역 또는 5천만원 이하 벌금이다.
문제는 투기 의혹을 받는 엘에이치 직원이나 광명·시흥시 공무원이 신도시 지정과 관련한 업무를 하지 않았다면, 직무 연관성과 미공개정보 이용을 입증하기가 쉽지 않다는 점이다. 실제로 엘에이치 직원의 경우, 다수가 신도시 지정이 아닌 수도권 지역에서 보상업무를 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김태근 변호사(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민생경제위원장)는 “문제가 된 엘에이치 직원들이 광명·시흥 신도시 (지구 지정에 대해) 업무상 비밀이 아니라고 주장하면서 ‘나는 보상업무만 했다’고 하면 현행법상 처벌이 어려울 수 있다”며 “공사 직원이 본인의 업무와 무관하게 내부 정보를 이용해 투기행위를 했다면 공직자 윤리법상 이해충돌방지의무위반이 되지만, 이와 관련해서는 형사처벌 규정이 없다 보니 단순 징계로 끝날 수 있다”고 말했다. 수사 경험이 많은 검찰 출신의 한 변호사는 “공무상 비밀을 누설했다거나, 업무상 취득한 정보로 투기를 했다는 점은 증거를 찾기도 쉽지 않고 실제 법정에서 입증하기도 대단히 어려워 보인다”며 “결국 입증 및 처벌은 농지 취득 자격을 허위로 기재한 대목과 차명으로 토지를 취득했을 때 적용할 수 있는 행정법규 위반 정도에 그칠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이에 법조계에서는 현재 투기 의혹을 받고 있는 직원들에게 미공개 개발 정보를 누설한 주체가 누구인지, 또 누설된 정보의 범위는 어느 정도인지를 규명하는 것이 수사의 관건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신도시가 들어선다는 이야기를 해 준 국토교통부 또는 엘에이치 직원이나 이를 듣고 땅투기를 한 직원 모두 처벌할 수 있기 때문이다. 결국, 투기 의혹을 받는 엘에이치 직원이 어떤 경위로 투자에 나선 것인지 파악하는 것이 경찰의 우선 과제다. 검사 출신의 또다른 변호사는 “뇌물죄의 경우 업무 관련성을 엄격하게 입증해야 하지만 이번 엘에이치 사건처럼 미공개 정보 이용과 관련한 업무의 범위는 그보다 넓게 볼 수는 있다”면서도 “(이번 수사에서) 어려운 점은 누가 해당 정보를 누설했는지, 또 해당 정보와 투기 내용 간의 연관성을 밝히는 일이 될 것”이라고 짚었다. 지방검찰청의 한 차장검사는 “정부 조사보다 수사가 선행됐어야 한다”며 “수사에 앞서 정부 조사를 겪게 되면 직원들이 말을 맞추는 등 사실상 ‘수사방해’를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장예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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