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심에 따라 병역을 거부했다면 법원이 반드시 구체적인 소명자료를 받아 양심의 진정성을 따져 유·무죄 판결을 내려야 한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 2부(주심 노정희 대법관)는 병역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ㄱ씨의 상고심에서 징역 1년6개월을 선고한 원심판결을 깨고 사건을 서울북부지법으로 돌려보냈다고 3일 밝혔다.
ㄱ씨는 2016년 11월 현역병 입영 통지서를 받고도 입영하지 않은 혐의로 기소됐다. ㄱ씨는 법정에서 “국가가 개인의 자유를 침해하고 최저임금에도 미치지 못하는 급여를 지급하는 강제징집제도는 위헌”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1심은 “양심의 자유를 제한하더라도 이는 헌법상 허용된 정당한 제한이어서 국민의 양심의 자유가 부당하게 침해된다고 할 수 없다”며 “군인의 보수를 정하는 관계 법령이 그 보수 수준보다 낮은 봉급월액을 규정하고 있다고 해 재산권을 침해한다고 볼 수는 없다”며 징역 1년6개월을 선고했다.
ㄱ씨는 항소심에서 “대체복무제를 도입하지 않은 채 입영 또는 소집에 응하지 않은 양심적 병역거부자에 대해 일률적으로 형벌을 과해 기본권을 침해한다”며 위헌법률심판제청을 신청했다. 그러나 2심도 “병역자원의 확보와 병역부담의 형평을 기하고 궁극적으로 국가의 안전보장이라는 헌법적 법익을 실현하고자 하는 것”이라며 “입영을 기피하는 현역 입영대상자에 대해 형벌을 부과함으로써 현역복무 의무의 이행을 강제하고 있으므로 입법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적절한 수단을 택하고 있다”며 위헌법률심판제청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하지만 대법원의 판단은 달랐다. 대법원은 “양심의 구체적인 내용이 무엇이고, 그런 양심의 형성 동기와 경위 등에 관해 구체적인 소명자료를 제시하도록 한 다음 이에 따라 추가로 심리, 판단하지 않은 채 양심의 자유를 이유로 병역을 거부하는 것이 ‘정당한 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며 “원심의 판단에는 ‘정당한 사유’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거나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않은 채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고 밝혔다. 다만 재판부는 “나머지 상고 이유에 관한 판단을 생략한 채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게 하기 위해 환송하기로 했다”고 덧붙였다.
조윤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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