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17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고(故) 백기완 통일문제연구소장 빈소를 조문한 뒤 나오고 있다.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이 17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백기완 선생(통일문제연구소 소장)의 빈소를 찾아 조문했다. 문 대통령이 직접 빈소를 찾은 것은 2019년 1월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고 김복동 할머니를 조문한 이후 2년 만이다.
‘노나메기 세상 백기완 선생 사회장 장례위원회(장례위)’는 이날 오전 9시17분께 문 대통령이 유영민 비서실장, 탁현민 의전비서관 등 청와대 비서실 관계자들과 빈소를 찾아 유족들에게 애도의 뜻을 전했다고 밝혔다. 방명록은 따로 남기지 않았다. 문 대통령은 백기완 선생 영정 앞에 헌화하고 목례를 한 뒤 “술 한잔 올리고 싶다”며 술잔을 올린 것으로 전해졌다. 그 뒤 상주들을 만나 “평소 백기완 선생님을 여러 차례 만나 뵙고 말씀을 들었다. 술도 나눈 적도 있고, 집회 시위 현장에서도 늘 뵈었다. 그래서 많이 안타깝다”며 위로의 뜻을 전했다. 이에 백기완 선생의 딸 백원담 성공회대 중어중국학과 교수는 “선생님의 뜻인 세월호 진상규명이 안 되면서 사회적 우려들이 많다. 제대로 된 진상규명이 될 수 있도록 힘써주시면 좋겠다”고 말했고 문 대통령은 “유족들이 원하는 방향대로 진상규명이 좀 더 속시원하게 아직 잘 안되고 있는 것 같아서 안타깝다”고 답한 것으로 전해졌다.
문 대통령은 빈소에서 백기완 선생이 생전 문재인 정부에게 남긴 당부의 말이 담긴 영상도 시청했다. 2018년 4월 남북정상회담을 앞두고 병상에서 촬영된 영상에서 백기완 선생은 “문재인 정부는 바로 이 땅의 민중들이 주도했던 한반도 평화운동의 그 맥락 위에 서 있다는 깨우침을 가지길 바란다”고 말했다. 영상을 끝까지 본 문 대통령은 비서실을 통해 동영상을 잘 챙겨달라고 지시했다.
유족들은 빈소를 떠나는 문 대통령에게 백기완 선생의 유품인 흰 손수건과 마지막 저서인 <버선발이야기>를 전달했다. 장례위원회 관계자는 “흰 손수건은 백 선생님이 남북통일이 되면 어머니를 만나러 가실 때 사용하려 했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양기환 장례위원회 대변인은 장례위의 입장으로 “선생님이 마지막 글로 남기신 말씀이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 김진숙 힘내라, 노나메기 세상, 노동해방”이라며 “선생님의 뜻인 김진숙 복직에 관심을 가져달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고개를 끄떡이며 “잘 알겠다”고 답한 것으로 전해졌다.
장례위는 “문 대통령이 조문을 마치고 장례식장을 나서는 자리에 김소연 장례위 상임집행위원장(비정규노동자의집 꿀잠 운영위원장), 김수억 비정규직이제그만 공동대표와 유흥희 집행위원장, 박성호 한진중공업 전 열사추모사업회 대표 등이 ‘비정규직 피눈물’, ‘노동존중이 어디 있습니까?’라는 글귀가 쓴 종이를 들고 서 있었다. 김수억 공동대표가 '문재인 대통령, 노동존중은 어디로 갔습니까? 비정규직의 피눈물이 보이십니까?'라고 외쳤다. 문 대통령은 잠깐 멈춰 종이에 쓰인 글귀를 보고, 자리를 떠났다”고 밝혔다.
■문재인 대통령이 17일 백기완 선생 빈소에서 본 영상
장필수 기자 fee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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