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 오후 전국농민연대 정재돈 상임대표(가운데)와 문경식 전농의장(왼쪽) 등이 서울경찰청 기동단을 방문해 윤종기 1기동대장(오른쪽)을 만나 화해의 뜻으로 떡(쌀 1가마니분량)을 전경들에게 전달하겠다는 의사를 전달하고 있다. 강재훈선임기자 khan@hani.co.kr
시위 농민단체 전·의경에 ‘화해의 떡’
설을 앞두고 시위 때 물리적으로 충돌했던 농민단체들과 전·의경들이 화해의 손을 맞잡았다.
지난해 11월 서울 여의도 농민시위를 주최했던 전국농민단체총연맹(전농)과 전국농민연대 관계자 5명은 27일 서울지방경찰청 기동단 본부를 방문해 전의경들에게 인절미와 콩설기 등 떡을 전달했다.
이날 문경식 전농 의장은 “그동안 거리에서 식판에 밥을 먹는 전·의경을 보면 가슴이 아프고 항상 미안했다”며 “이번 기회를 전화위복의 계기로 삼아 서로의 감정을 녹여내자”고 말했다. 문 의장은 “불법 행위에 대해서는 반드시 책임지겠고, 앞으로 시위 문화를 바꾸겠다”고 약속했다.
이에 윤동기 제1기동대장도 “우리 대원들도 상당수가 농촌 출신인지라 농민분들 보면 부모님처럼 생각한다”며 “의장님 말씀을 믿고 앞으로는 가벼운 마음으로 만날 수 있기를 바란다”고 화답했다.
그러나 이날 농민단체의 떡 전달 소식을 듣고 기동단을 찾아온 ‘전의경부모모임카페’ 운영자 조완휘(32)씨는 “서로 잘못했으니까 앞으로 잘 하자는 게 말이 되느냐. 먼저 사과를 해야 할 것 아니냐”고 항의하기도 했다. 과격 시위로 인한 상처를 씻어내기가 쉽지 않다는 것을 다시 한번 보여준 셈이다.
이에 앞서 25일에는 전국농민단체협의회 등 농민단체 대표 16명은 경찰병원을 찾아 시위현장에서 다쳐 입원 중인 전·의경 14명을 위로하기도 했다. 이날 농민단체 대표들은 돼지고기 120㎏, 삶은 계란 1500개, 팽이버섯(5㎏) 10박스, 떡 50박스, 귤 100박스 등 풍성한 설 선물도 전달했다.
이정애 hongbyu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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