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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아동 학대 지켜본 형제자매 ‘마음의 상처’ 누가 돌보나요

등록 2021-02-09 04:59수정 2021-02-09 07:31

정인이 언니 아보전 관리 받지만
물리적 외상 없으면 놓치기 일쑤
“학대아동 넘어 가족단위 개입해야”
16개월 영아 정인이를 학대해 숨지게 한 혐의를 받고 있는 양부모의 첫 재판 이틀 전인 지난달 11일 오전 서울 양천구 서울남부지방법원 정문 인근에서 대한아동학대방지협회 관계자들이 여러 지역에서 온 근조화환 펼침막을 펼치고 있다. 김혜윤 기자 unique@hani.co.kr
16개월 영아 정인이를 학대해 숨지게 한 혐의를 받고 있는 양부모의 첫 재판 이틀 전인 지난달 11일 오전 서울 양천구 서울남부지방법원 정문 인근에서 대한아동학대방지협회 관계자들이 여러 지역에서 온 근조화환 펼침막을 펼치고 있다. 김혜윤 기자 unique@hani.co.kr

16개월 영아 정인이를 학대해 숨지게 한 혐의 등으로 기소된 양부모의 첫 재판을 하루 앞둔 지난달 12일, 한 언론이 정인이 학대 정황이 담긴 폐회로텔레비전(CCTV) 영상을 공개했다. 양모 장아무개씨가 정인이가 타고 있던 유모차를 거칠게 밀어 유모차가 벽에 부딪히고, 옆에 있던 5살 친딸(정인이 언니)에게 삿대질하며 소리치는 듯한 모습이 보였다. 현재 정인이 언니는 조부모 가정에서 생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인이 언니를 담당하는 아동보호전문기관(아보전)은 최근 <한겨레>에 “정인이 언니는 지난달 초부터 우리 기관이 서비스를 담당하고 있다. 주 1회 정도 상담을 진행했고, 이제부터 심리치료에 들어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정인이 언니의 경우 아보전의 관리를 받게 됐지만, 학대를 옆에서 지켜본 형제자매를 사후에 보호하는 지원 체계가 여전히 부실해 이를 강화하는 게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학대 아동의 형제자매들을 다수 심리치료한 이영애 숙명여대 심리치료대학원 교수는 “형제자매들은 폭력에서 살아남기 위해 말을 잘 들어야 한다는 정신적 압박감을 받는다. 또 학대받는 형제에 대한 죄책감도 느낀다”고 설명했다. 그는 “문제 해결 방식을 ‘폭력’으로 배워왔기 때문에 그런 방식을 나중에 자라 반복할 수도 있다”며 “심리적 서비스를 필수적으로 제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겨레> 취재를 종합하면, 실제 학대 현장에서 이러한 조처는 쉽게 이뤄지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문가들과 아동학대 예방 기관 관계자들은 현장에서 피해 아동의 형제자매들을 피해자로 판단하는 것부터 벽에 부딪힌다고 토로한다. 서울의 한 아동학대 전담 공무원 ㄱ씨는 “신고가 들어오면 피해 아동만 조사하는 게 아니라 가족 전체를 조사한다. 물리적인 외상이 없다면 보통 형제자매가 겪는 학대 유형은 정신적 학대나 방임인데, 이를 현장에서 판단하기가 굉장히 어렵다”고 토로했다. 초기부터 전문가의 판단이 병행돼야 한다는 이야기다.

공무원들이 아동을 신체학대·정서학대·방임·성학대·단순사례종료 등으로 구분해 아보전에 넘기면 그곳에서 아이에게 맞는 서비스를 제공하게 되는데, 1차 판단에서 ‘단순사례종료’로 분류되면 형제자매들은 심리치료를 받기 어렵다. 이런 이유로 학대 피해 아동의 형제자매를 관리하는 시스템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현재는 3명의 형제 중 1명이 신체적 학대, 또 다른 1명이 정서적 학대를 받았다고 판단될 경우 2개의 아동학대 사건으로 분류돼 별도로 처리된다. 이렇게 되면 학대로 포함되지 않은 아동 1명은 정부 통계에 따로 잡히지 않고 관리에서 소외될 수 있다. 정익중 이화여대 교수(사회복지학)는 “개별 아동 단위로 관리되면 그 형제자매가 있는 경우 학대 피해로 인한 문제가 잠재되어 있어도 개입이 쉽지 않다”며 “아동학대는 가족 전체의 문제다. 개별 아동 단위가 아니라 가족 단위로 신고받고 가족 단위로 개입할 수 있도록 체계를 개선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주빈 기자 ye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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