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27일 오후 경기 정부과천청사에서 열린 법무부 장관 이임식을 마치고 청사를 떠나며 손을 흔들고 있다. 연합뉴스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취임 뒤 391일 만에 장관직에서 물러났다. 법조계에선 추 장관의 임기 동안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설립과 수사권 조정의 토대를 마련했다는 평가와 함께 검찰총장 징계와 수사지휘권 남발 등의 나쁜 선례를 남겼다는 비판이 공존한다.
추 장관은 27일 정부과천청사에서 열린 이임식에서 공수처 출범과 검·경 수사권 조정 등의 성과를 언급하며 “국민 성원과 법무 가족의 노력으로 역사에 남을 검찰개혁의 기틀을 마련할 수 있었다”고 자평했다. 수사지휘권 발동과 관련해서는 “사문화됐던 장관의 검찰에 대한 민주적 통제 권한을 행사한 선례”라며 “개혁에 저항하는 크고 작은 소란도 있었지만, 정의와 민주주의를 갈망하는 시대정신의 도도한 물결은 이제 그 누구도 거스를 수 없을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추 장관 임기 동안 법무부와 검찰의 갈등은 극한으로 치달았다. 취임 직후 인사에서 검찰총장의 의견을 듣도록 한 검찰청법을 사실상 무시하고 윤석열 총장의 대검 참모진을 대거 지방으로 좌천시켰다. ‘윤석열 사단’이 독식한 인사를 정상화한다는 명분이었지만 정경심 동양대 교수를 기소해 공판에도 참여해야 하는 강백신 부장검사를 통영지청으로 보내는 등 ‘보복인사’라는 비판도 거셌다. 검사장 출신 변호사는 “지난 1년 검찰 인사를 보면 정권 관련 수사를 하면 지방으로 쫓아내면서 정권 쪽에 줄을 설 수밖에 없는 분위기를 만들었다”고 지적했다.
지난해 4월 불거진 ‘검·언 유착’ 사건 국면에선 윤 총장과 갈등의 골이 더 깊어졌다. 추 장관은 검·언 유착 의혹에 이어 라임 로비 의혹, 윤 총장 가족사건 등에 수사지휘권을 남발하며 윤 총장을 압박했다. 김한규 변호사(전 서울변호사회장)는 “정부의 뜻에 따라 검찰 수사에 제동을 걸 수 있는 명분을 주는 나쁜 선례를 남긴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른바 추-윤 갈등은 헌정사상 첫 검찰총장 징계라는 초유의 사태로 이어졌다. 재판부 사찰, 검·언 유착 의혹 감찰·수사 방해, 정치적 중립 의무 위반 등을 근거로 법무부 검사징계위원회가 ‘정직 2개월’을 결정했지만 법원이 집행정지를 인용하면서 추 장관의 무리수가 확인됐다. 윤 총장 징계 청구 시기에 시작된 서울동부구치소 내 코로나19 감염에 적극적으로 대응하지 못해 교정시설 집단감염을 키운 것도 큰 실책이었다.
옥기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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