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울산시장 선거 개입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이 이진석 청와대 국정상황실장을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기소하기로 방침을 정한 것은, 그가 사회정책비서관 시절, 2018년 지방선거에서 송철호 울산시장의 당선을 도우려고 상대 후보 공약의 예비타당성 조사 발표 시점을 조정하는 데 관여했다고 결론을 내렸기 때문이다. 검찰이 이 실장을 재판에 넘기기로 하면서, 2019년 11월 서울중앙지검이 수사에 착수한 이 사건은 김기현 전 울산시장 관련 범죄 첩보를 보고받은 것으로 조사된 이광철 청와대 민정비서관 등의 기소 여부만 남게 됐다.
이 사건은 문재인 대통령의 오랜 친구인 송 시장 당선을 위해 청와대가 조직적으로 나섰다는 의혹이 핵심이다. 지난해 1월 검찰은 상대 후보였던 김기현 당시 울산시장 비리 의혹 수사에 경찰이 나서고 그의 공약이었던 산재모병원 예타 탈락 발표 시점을 조정하는 과정에 청와대 인사들이 개입했다고 결론 내렸다. 청와대의 백원우 전 민정비서관, 박형철 전 반부패비서관과 한병도 전 정무수석과 황운하 전 울산지방경찰청장(이상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 송 시장 등 13명이 기소됐다.
이들의 공소장에는 송 시장이 산재모병원 예타 결과를 2018년 지방선거에 활용하려는 계획을 세우고 이를 이 실장 등과 논의했다고 적혔다. 2017년 10월 당시 예비후보였던 송 시장이 장환석 대통령균형발전비서관실 선임행정관을 만나 “공공병원 공약이 구체적으로 수립될 때까지 산재모병원에 대한 예타 결과 발표를 연기해달라”고 부탁했고, 장 선임행정관은 “(산재모병원이 예타를) 통과하지 못할 것이므로 문 대통령 대선공약인 공공병원을 추진하는 것이 더 유리하다”고 조언했다는 것이다. 이 실장은 송 시장에게서 같은 부탁을 받았고, 장환석 선임행정관, 한병도 정무수석과 함께 지방선거를 앞두고 산재모병원 예타 결과를 발표하기로 결정했다는 게 검찰의 수사 결과다. 이에 따라 김 시장의 공약이었던 산재모병원 예타 탈락 결과는 지방선거가 임박한 2018년 5월에 발표됐다.
송 시장 측근이었던 송병기 전 울산 경제부시장의 업무수첩에도 비슷한 정황이 담겼다. 검찰이 확보한 이 수첩에는 2017년 10월13일자에 ‘산재모병원 좌초’, ‘비에이치(BH) 방문’과 함께 담당자로 이 실장의 이름이 적혀 있다고 한다. 송 전 부시장은 같은 날 공공병원 공약 수립 관련 자료를 지원하는 도움을 줬던 연구원에게 “엊그제 비에이치 담당 비서관들과 협의해 공공병원을 추진하는 데 시간적 여유를 확보했고, 절대적 지원을 확약받았다”는 내용의 전자우편을 보내기도 했다.
검찰은 산재모병원 예타 결과 발표에 개입한 한 전 수석과 장 전 선임행정관을 기소했지만, 이 실장을 상대로는 보강 수사를 진행해왔다. 이 실장은 문재인 대통령의 핵심 참모 그룹이었던 ‘광흥창팀’ 멤버로 김용익 국민건강보험공단 이사장과 함께 ‘문재인 케어’의 핵심 설계자로 꼽힌다. 문재인 정부 출범과 함께 2017년 5월 청와대 사회정책비서관으로 발탁됐으며, 정책조정비서관을 거쳐 지난해 1월 청와대 핵심 요직인 국정상황실장으로 승진했다. 이 실장 기소 방침에 대해 청와대 관계자는 “검찰 수사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청와대 울산시장 선거 개입 의혹’ 사건은 지난해 1월 13명 기소 뒤 아직 수사가 종결되지 않은 상황이다. 지난해 1월 임종석 당시 청와대 비서실장과 이광철 민정수석실 선임행정관(현 비서관)을 소환 조사했고, 4월 총선 뒤 기소 여부를 결정할 방침이었으나 9월 검찰 인사에서 수사팀이 교체되면서 보강수사가 진행 중이다. 이미 기소된 피고인들의 공판준비기일도 코로나19 확산 탓에 미뤄지면서 공판은 한차례도 열리지 않았다.
배지현 서혜미 이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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