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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뉴스AS] 서울시 직원 성폭행 재판에 ‘박원순 문자’ 등장한 이유

등록 2021-01-17 16:30수정 2021-03-15 13:39

“‘외상 후 스트레스장애’ 박 시장 때문“ 주장에
재판부, 피해자 정신과상담기록 등 제출받아
<한겨레> 자료사진
<한겨레> 자료사진
동료 직원을 성폭행한 혐의로 기소된 전직 서울시장 비서실 직원 사건에서 법원은 고 박원순 전 서울시장이 피해자에게 보낸 문자 메시지를 공개하며 “(피해자가) 고 박원순 시장의 성추행으로 정신적 고통을 받은 것은 사실인 것으로 보인다”고 판단했다. 박 전 시장에 대한 성추행 고소 건은 그의 사망으로 불기소 처분(공소권 없음)됐는데 전혀 별개의 사건에서 법원이 박 전 시장의 성추행 의혹을 사실로 판단한 것이다. 피해자의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원인을 둘러싼 법정 공방 때문이었다.

이 사건의 피고인인 정아무개씨는 서울시장 비서실에서 의전 업무를 담당했던 이다. 지난해 4월 총선 직전 만취한 동료 직원을 성폭행하고 피해자에게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TSD)를 입힌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이 사건 피해자는 박 전 시장의 성추행 의혹 사건의 피해자와 같은 인물인데, 정씨는 재판에서 ‘피해자의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의 원인은 박 전 시장’이라며 혐의를 부인했다. 피해자 쪽에서 2015년 7월부터 4년간 박 전 시장의 성추행이 있었다고 한 만큼, 피해자의 정신적 외상은 박 전 시장이 원인이지 자신의 준강간행위 때문이 아니라는 주장이었다. 이를 입증하겠다며 정씨 쪽은 피해자의 정신과 상담기록 일체에 대해 문서제출명령을 신청했다.

이에 따라 서울중앙지법 형사31부(재판장 조성필)는 정씨의 주장이 타당한지를 판단하기 위해 △박 전 시장의 성추행이 실제로 있었는지 △성추행이 실제 있었다면 피해자의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는 정씨가 아니라 박 전 시장이 원인인 건지를 살펴볼 필요가 있었다. ▶재판부는 기록을 토대로 박 전 시장이 보낸 문자메시지 등을 살폈지만, 피해자의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의 원인은 정씨의 준강간치상 때문이라고 판단했다.◀ (*편집자주 : 이 문장은 2021년 3월8일자 언론중재위원회의 시정권고 결정문에 따라 수정되었습니다. 언론중재위는 “고 박원순 전 서울시장이 성추행 피해자에게 보낸 문자내용을 보도한 것인데, 이는 가해자의 가해수법을 상세히 게재한 것으로 성추행 피해자에게 2차 피해를 야기할 우려가 있다고 판단된다”고 밝혔습니다. <한겨레>는 권고를 받아들여 기사 문장에서 해당 내용을 삭제하였습니다.)

재경지법 형사부의 한 판사는 “피고인 쪽에서 박 전 시장이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의 원인이라고 주장했으니 재판부에서는 우선 박 전 시장의 성추행 사실이 있었는지에 대한 판단이 전제되어야 한다”며 “재판부도 (선고에 대해) 피고인을 설득해야 하지 않나. 피고인의 주장처럼 박 전 시장의 성추행으로 피해자가 정신적 충격을 받았다는 점에 부합하는 증거들이 일부 나왔으나, 그럼에도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란 결과는 피고인의 행위 때문이라는 점을 밝히기 위해 (박 전 시장의 성추행 사실을) 판시한 것”이라고 했다. 재판에서 드러난 박 전 시장의 문자 메시지는 피해자의 정신과 치료과정에서 언급된 내용이긴 하나 재판부는 충분히 믿을만한 내용으로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고등법원의 한 부장판사는 “진료기록인 만큼 (박 전 시장의 성추행이) 진실한 내용일 가능성이 크다고 본 것 같다”고 했다.

피해자 쪽에서는 묻힐 뻔한 박 전 시장의 성추행 의혹이 일부라도 사실이라고 판단받은 점에 의의가 있다고 말한다. 박 전 시장 고소 건이 ‘공소권 없음’ 처리된 데 이어, 서울시 부시장·비서실장 등이 성추행을 방조했다는 의혹에 대해 경찰은 지난해 말 증거 부족이라며 불기소 의견으로 송치했다. 박 전 시장 성추행 피소 사실 유출 의혹을 수사한 서울북부지검에서는 “박 전 시장이 서울시 젠더특보에게 ‘피해자와 문자를 주고받은 것이 있는데, 문제를 삼으면 문제가 될 소지가 있다’는 취지로 말했다” 정도로만 밝혔다. 피해자 대리인인 김재련 변호사는 “박 전 시장 관련해 피해자가 고소했지만 법적으로 호소할 기회를 잃었는데 재판부가 일정 부분 판단해줬다는 게 피해자에게는 조금이라도 위안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신민정 기자 shi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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