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재사망 유가족 및 시민사회 회원들이 29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제대로 된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을 촉구하며 릴레이 2400배를 올리고 있다. 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법안심사소위에서 중대재해기업처벌법(중대재해법) 심사가 진행되던 29일 오전, 국회 정문 앞 인도 위로 방석이 하나둘 깔렸다. “노동자, 시민의 이름으로 다시 한번 촉구합니다. (중대재해법) 연내 제정을 위해 즉각 나서십시오. 1배.” 사회자의 구호에 맞춰 산재 유가족과 시민단체 관계자 6명이 한줄로 방석 앞에 서서 국회를 향해 큰절을 했다. 이들 주변엔 어린이 신발 30여 켤레가 가지런히 놓였다. 중대재해법이 가족, 아이들의 생명을 지키는 법이라는 의미를 담아 시민들이 보낸 신발이다.
전날 정부가 처벌 유예 범위가 확대되고 처벌 수위가 낮아지는 등 원안보다 후퇴한 중대재해법 수정안을 국회에 제출하자 이날 노동계와 산재 유가족 등은 ‘중대재해기업면죄부법’이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이들은 “한해 2400명의 노동자가 산재로 꼬박꼬박 죽어간다. 정치권은 노동자와 시민들이 발의한 중대재해법을 훼손하지 말고 ‘온전한’ 중대재해법을 제정하라”며 이날부터 매일 국회 앞에서 2400배를 이어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건설현장에서 추락해 숨진 건설노동자 김태규씨의 누나 김도현(30)씨는 “정부와 민주당이 수많은 노동자와 유족의 피눈물이 섞인 중대재해법을 후퇴시키고 있다. 본인들의 목숨값이 430만원(기업이 산재 산고로 내는 벌금 평균)이면 이렇게 만들지 않을 것”이라며 “제대로 된 중대재해법을 만들어 돈과 목숨을 저울질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호소했다.
민주노총도 이날 ‘2400배 투쟁’이 진행되던 국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산재 사고의 대다수가 50인 미만 사업장에서 벌어지는데 처벌을 4년간 유예한다면 노동자들이 목숨을 잃는 걸 방관하라는 것”이라며 “대안도 없이 시행만 유예하면 작은 사업장에서 일한다는 이유만으로 죽어도 좋다고 말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고 정부 수정안을 비판했다.
강재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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