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민엔 노인복지·농업엔 경쟁력 강화를”
“현재 농업이 경쟁력이 없다고 포기해서는 안 됩니다. 절망 속에도 항상 희망은 있습니다. 라이언 일병 구하듯 국가와 국민이 나서서 농업을 구해야 합니다.”
25일 서울 잠실 롯데호텔에서 ‘농업전망 2006 발표대회’를 여는 최정섭 한국농촌경제연구원(농경연) 원장은 24일 “쌀 관세화유예협상, 도하개발의제(DDA) 협상, 자유무역협정(FTA) 등 밀려드는 개방 압력으로 올해 농업에 대해 희망을 얘기하기가 힘든 상황”이라면서도 “역설적으로 시장이 열리면 우리도 나갈 수 있는 길이 그만큼 넓어진다는 것을 뜻한다”고 말했다. 그래서 올해를 ‘농정의 패러다임을 바꾸는 원년’으로 규정하고 전망대회 주제를 ‘세계 속의 한국 농촌’으로 정했다.
농업전망대회는 한마디로 농업의 미래를 예측하고 전망하는 행사다. 법에 정해진 농산물 26개 품목과 밤·표고버섯 등 임산물 3개 품목의 수급 전망을 짧게는 매월, 길게는 1년 단위로 내놓는다. 사업을 지원하는 농림부에서는 “꼭 그렇게 어렵다는 전망을 내놔야 하느냐”고도 하지만 최 원장은 “냉정한 객관적·중립적 예측은 농업에 오히려 도움이 된다”고 역설한다.
“관측 결과는 틀려야 성공한 겁니다. 가령 마늘이 과잉생산될 것 같다고 전망해서 농민들이 다른 품목으로 돌리도록 하는 것이 목적이기 때문입니다.”
지난해 3월에도 농경연이 양파가 과잉생산될 것이라는 관측을 내놓자 농림부는 양파농가가 3만t을 자율폐기하도록 유도해 1㎏에 410원 하던 양파값을 455원까지 끌어올렸다. 그대로 놓아뒀을 때보다 전체 농가 수입이 200억여원 늘어나는 효과를 봤다. 올해는 추곡수매제가 폐지된 지 1년이 지난 점을 고려해 쌀을 예비 관측품목에 넣었다.
최 원장은 “환갑이 넘은 농업 경영주가 전체의 60%, 칠순 이상 노인이 23%에 이른다는 점을 고려해 농민정책과 농업정책은 분리돼야 한다”며 “농민정책은 노인문제로 바라보고 사회 형평성 차원에서 해결해야 한다”고 말했다. 농민들이 평균 2억4천만원의 자산가라 하여 각종 복지혜택에서 소외되는 일은 개선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그러나 농업에 평균화 정책을 펼쳐서는 안 된다”며 “전면 시장개방을 전제로 경쟁력을 키우는 방향으로 모든 정책이 세워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서울농대 출신으로 20여년 동안 농촌경제연구원에서 연구직만 맡았던 최 원장은 2003~2004년 도하개발의제 협상 당시 농림부 농업통상정책관으로 정부협상 대표에 참여하는 ‘외도’를 했다. 그는 협상 전망에 대해 “시장접근 분야의 핵심인 관세 감축과 관세상한 설정에서 진전이 없는 상황”이라며 “일부 부문이 가닥이 잡힌다 해도 일괄타결 원칙이기 때문에 타결 자체가 불투명하다”고 진단했다. 최 원장은 “중국이 2004년부터 우리 농산물 최대 공급국으로 자리잡았음에도 중국을 위협으로 느끼는 것이 부족하다”며 “동북아 식량 안보를 생각할 때 중국 변수를 주의 깊게 모니터링해야 한다”고 말했다.
글 이근영 기자 kylee@hani.co.kr 사진 이종근 기자 root2@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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