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

“아이 교육에 무관심한 편이었습니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 후보자는 지난해 9월2일 국회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이렇게 말했다. 자녀 입시비리와 사모펀드 투자 의혹에 휩싸인 조 전 장관 인사청문회가 무산된 날이었다. 그는 이날 오후 3시 반부터 이튿날 새벽 2시까지 11시간 넘게 이어진 기자회견에서 “(딸의) 단국대 논문 1저자 등재 문제에서도 제가 그 교수님(장아무개 교수)께 또는 저희 가족 누구도 연락드린 바 없다. 교수님 아이 이름도, 얼굴도 모른다”고 했다. 딸 조아무개(29)씨의 서울대 공익인권법센터 인턴에 대해선 “서울대 센터는 학교 (인권)동아리에서 센터 행정실에 연락해 간 것으로 확인됐다”고도 했다.

그러나 정경심 교수 사건 1심 재판부의 판단은 조 전 장관의 해명과 전혀 달랐다. 24일 공개된 판결문을 보면,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2부(재판장 임정엽)는 “장 교수가 조 전 장관 딸을 단국대 논문 제1저자로 등재해주는 대신 조 전 장관은 (그 보답으로) 장 교수 아들에게 (서울대) 공익인권법센터 인턴 확인서를 주기로 하는 스펙 품앗이를 약속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정 교수가 작성한 7개 허위 서류 중 서울대 공익인권법센터와 부산 아쿠아펠리스 호텔 인턴 확인서는 “조 전 장관과 공모했다”고 판단했다. 조 전 장관의 딸과 장 교수의 아들이 인턴 활동을 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당시 센터장이었던 한인섭 한국형사정책연구원장 허락도 없이 인턴 확인서를 위조했다는 것이다. 또 딸의 호텔경영학과 진학을 위해 허위로 호텔 인턴 확인서를 만든 뒤 호텔에 방문해 법인 인감을 받았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조 전 장관이 딸 입시에 관심을 갖지 않았다고 주장하나, 정 교수와 조 전 장관은 딸의 학사, 스펙 관리에 많은 관심을 가졌고 실제로 좋은 대학과 대학원에 진학할 수 있게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고 판단했다.

재판부가 정 교수의 자녀 입시비리 혐의를 모두 유죄로 인정함에 따라 부산대 의학전문대학원에 최종 합격한 딸이 업무방해 혐의로 기소될 가능성도 있다. 조씨가 서울대·부산대 의전원에 제출한 허위 서류들은 평가위원들에게 다른 응시자들보다 높은 전문성과 성실성을 가졌다고 착각할 수 있게 하는 내용이었기 때문이다. 앞서 쌍둥이 딸에게 시험 답안을 유출한 숙명여고 전 교무부장 현아무개씨가 1심에서 징역 3년6개월을 선고받고 2개월 뒤에 쌍둥이 자매도 업무방해 혐의로 기소된 사례가 있다. 퇴학 등 행정 처분과 별개로 부모의 입시비리 관련 범행으로 실질적인 이익을 얻은 자녀에게도 형사 책임을 지운 것이다. 쌍둥이 자매는 지난 8월 1심에서 각각 징역 1년6개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받았다. 서울중앙지법 형사12단독 송승훈 부장판사는 “숙명여고 학생들 간의 공정한 경쟁의 기회를 박탈한 것은 물론 공교육에 대한 신뢰를 무너뜨리는 결과를 초래했다”고 밝혔다.

정 교수 1심 재판부는 “대부분의 부산대 의전원 지원자들은 대학교 총장 이상의 표창장 수상경력이 없기 때문에 동양대 총장 명의의 표창장은 서류평가에 긍정적인 요소로 작용했다”며 “딸 조씨의 최종 점수와 최종 합격을 하지 못한 16등의 점수 차이는 1.16점에 불과하므로 동양대 총장 표창장의 수상경력이 없었다면 부산대 의전원에 합격하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 위조된 동양대 표창장이 조씨의 부산대 의전원 합격에 결정적 요인이었을 수 있다는 재판부의 판단이다.

한편 대한소아청소년과의사회는 이날 한국보건의료인 국가시험원장을 상대로 “조씨의 의사 국가시험 필기시험 응시 효력을 입시비리 관련 재판의 판결이 확정될 때까지 정지해달라”는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서를 서울동부지법에 냈다. 현재 부산대 의전원 4학년인 조씨는 지난 9월 의사 국가시험의 실기시험에 합격했고 내년 1월7∼8일 필기시험을 앞두고 있다.

조윤영 기자 jyy@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