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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10년간 10억3500만원’ 자신과 약속 지키고 떠난 ‘키다리 아저씨’

등록 2020-12-23 20:44수정 2020-12-24 15:56

대구공동모금회 2012년부터 ‘꼬박’
“올해 마지막…많은 키다리 나오길”
부인과 함께 전달…끝내 ‘익명’ 고수
익명의 키다리 아저씨가 지난 22일 대구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 전달한 메모지와 마지막 기부 수표. 사진 대구사회복지공동모금회 제공
익명의 키다리 아저씨가 지난 22일 대구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 전달한 메모지와 마지막 기부 수표. 사진 대구사회복지공동모금회 제공
‘대구 키다리 아저씨'가 올해도 어김없이 나타났다. 하지만 그는 자신과 한 ‘10년 익명 기부' 약속에 따라 마지막 익명 기부금을 내놨다.

대구사회복지공동모금회는 22일 사무실 인근의 한 식당에서 만난 키다리 아저씨로부터 5천4만원짜리 수표와 메모지가 든 봉투를 전달받았다. 모금회 관계자는 “먼저 전화로 ‘함께 저녁 식사를 하자’고 요청해 부인과 함께 만났다”고 23일 밝혔다.

그는 2012년부터 한 해도 거르지 않고 거액을 내놓고 사라져 지역의 대표적인 기부천사로 유명했다. 그는 메모지에 “이번으로 익명 기부는 그만둘까 합니다. 저와의 약속 10년이 되었군요. 함께하는 사회가 되길 바라면서 저와 같은 생각을 하시는 많은 분(키다리)들이 참여해 주시길 바랍니다. 나누는 즐거움과 행복함을 많이 느끼고, 배우고, 고맙게 생각하고 있습니다”라고 적었다.

키다리 아저씨는 이번에 처음으로 나눔을 실천하게 된 사연도 공개했다. 경북에서 태어나 1960년대 학업을 위해 대구로 온 그는 아버지를 여의고 일찍부터 가장으로서 생업을 위해 직장을 다녀야 했다. 결혼 뒤 단칸방에서 가정을 꾸리고 근검절약하는 생활을 하면서도 수익의 3분의1을 소외된 이웃과 나누는 원칙을 지켜왔다. 그뒤 작은 회사를 경영하며 위기를 겪을 때마다 기부 중단을 권유하는 직원도 있었지만, 그는 처음부터 수익 일부분을 미리 떼어놓고 “이 돈은 내 돈이 아니다”는 생각으로 나눔을 이어왔다.

그의 부인은 “두번째 기부할 때까지는 남편이 키다리 아저씨라는 사실을 알지 못했다”며 “세번째 기부 때 신문에 난 필체를 보고 남편임을 짐작해 물어서 알게 됐다”고 했다. 부부의 자녀와 손자들도 소외된 이웃을 돕는 일에 앞장서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2012년 1월 처음 대구모금회를 찾아 익명으로 1억원을 전달한 그는 그해 12월 또 다시 1억2천여만원을 내놓았고, 이후 2018년까지 연말이면 어김없이 1억2천여만원씩을 기부했다. 지난해 2천여만원을 전한 그는 “나누다 보니 적어서 미안하다”고 메모를 남기기도 했다. 이로써 지금까지 10차례에 걸쳐 그가 기부한 성금은 10억3500여만원에 이른다.

김일우 기자 cooly@hani.co.kr,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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