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용구 법무부 차관이 지난 16일 정부서울청사 브리핑실에서 공정경제3법 합동 브리핑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경찰이 22일 이용구 법무부 차관의 ‘택시기사 폭행 봐주기 논란’과 관련해 비슷한 사건에 특정범죄가중처벌법(특가법)을 적용하지 않은 법원 판례를 공개했다. 이 차관의 사례처럼 피해자가 처벌을 원하지 않아 법원이 공소를 기각한 사건들이다. 그러나 ‘운행 중 택시기사 폭행’에 대한 기준과 판결이 엇갈려 논란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대검찰청은 이날 법치주의바로세우기행동연대 등이 이 차관을 특가법 위반 혐의로 재수사해야 한다며 고발한 사건을 서울중앙지검에 배당했다.
이 차관 사건 적용 여부를 두고 논란이 되는 특가법 5조의10(‘운행 중인 자동차의 운전자를 폭행하거나 협박한 사람은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2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은 대중교통 운전자를 폭행한 경우 피해자의 의사와 상관없이 형사처벌하는 규정이다. 2015년 법이 개정돼 승하차 중 폭행도 처벌 대상에 포함됐다. 경찰은 이 차관이 아파트 단지 안 정차 중에 택시기사의 멱살을 잡았고, 피해자가 처벌을 원치 않는다는 의사를 밝혔기에 단순폭행으로 내사종결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경찰이 이 차관의 출석 조사 없이 사건을 마무리해 논란이 일었다.
이날 경찰이 공개한 판례는 ‘정차 중 운전기사 폭행’에 특가법 위반이 아닌 단순폭행 혐의를 적용했으나 피해자가 처벌을 원치 않아 법원에서 공소가 기각된 사건이다. 그러나 목적지에 도착한 뒤 이뤄진 폭행에 특가법을 적용한 판례도 확인되는 등 ‘운행 중 택시기사 폭행’에 대한 기준과 판단은 제각각이다. 이들 판결에서는 2015년 개정 전 특가법에 대한 대법원·헌법재판소 판례가 인용되기도 했다.
서울동부지법은 2017년 8월 서울 강동구 도로 앞에서 정차한 택시기사의 얼굴을 2차례 때린 사건에서 폭행죄 공소기각 판결을 했다. 이 판결에서는 “공중의 교통안전과 질서를 저해할 우려가 없는 장소에서 계속적인 운행 의사 없이 자동차를 주정차한 상태에 있는 운전자에 대한 폭행과 같이 보호법익의 침해가 예상되지 않는 경우에는 죄(특가법 위반)의 성립을 인정할 수 없다”는 2008년 대법원 판례를 인용했다. 광주지법도 2016년 9월 광주 서구청 앞 도로에서 잠시 정차한 택시기사의 어깨를 발로 걷어차 폭행죄로 기소된 사건을 공소기각했고, 이는 2017년 6월 대법원에서 확정됐다.
그러나 지난해 2월 광주지법은 목적지에 도착한 뒤에 발생한 폭행을 특가법으로 처벌했다. 광주 동구 아파트 앞 경비실에 도착한 뒤 택시기사의 멱살을 잡아 흔든 피고인에게 징역 1년6개월·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2008년 대법원 판례와 함께 “운행 중이란 운행 중 또는 일시 주정차한 경우로서 운전자에 대한 폭행으로 운전자·승객 또는 보행자들의 안전을 위협할 수 있는 상황을 의미한다”는 헌법재판소 판례(개정 전 특가법 헌법소원 사건)도 인용하며 유죄를 선고했다. “피고인이 운전석 문을 열고 택시기사의 멱살을 잡아 흔들었을 때 예기치 못하게 차량의 조향장치나 제동장치 등이 작동돼 사고로 이어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었다”며 ‘운행 중 폭행’으로 판단한 것이다.
조윤영 장예지 기자
jyy@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