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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중대재해법 단식 1주일…“조항 하나라도 빼면, 그만큼 사람 죽어가”

등록 2020-12-17 20:36수정 2020-12-18 02:42

‘중대재해법 촉구’ 단식 1주일째
자식 잃은 부모들 ‘누더기 법’ 우려
“세부조항 무력화시킬까 두렵다”
17일 서울 영등포구 국회 본청 앞에서 고 김용균씨의 어머니 김미숙씨(왼쪽부터), 고 이한빛씨의 아버지 이용관씨, 이상진 민주노총 부위원장이 <한겨레>와 인터뷰하고 있다. 이주빈 기자
17일 서울 영등포구 국회 본청 앞에서 고 김용균씨의 어머니 김미숙씨(왼쪽부터), 고 이한빛씨의 아버지 이용관씨, 이상진 민주노총 부위원장이 <한겨레>와 인터뷰하고 있다. 이주빈 기자

최저기온이 영하 11도까지 내려갔던 17일, 서울 영등포구 국회의사당 본관 앞은 칼바람이 얼굴을 때렸다. ‘중대재해기업처벌법 국민의 요구입니다’라고 쓰인 천막과 주변에 있는 텐트는 추위와 바람을 막기에 허술해 보였다.

하지만 자식을 잃은 부모들은 이날 7일째 단식을 이어갔다. 중대재해기업처벌법(중대재해법) 제정을 요구하며 추위와 배고픔을 견딘다. 이들의 투쟁은 국회를 움직였다. 하지만 태안화력발전소 하청노동자 고 김용균씨의 어머니 김미숙씨의 마음은 조마조마하다. 2년 전 이맘때 국회에서 산업안전보건법(산안법) 개정안 통과를 지켜봤지만, ‘김용균 없는 김용균법’이라는 결과를 마주해야 했기 때문이다. “산안법처럼 (중대재해법도) 뺄 거 다 빼서 살리지 못할까 봐 그게 제일 걱정돼요. 몇명 살리자고 제가 단식하는 게 아니에요. 한해 11만명이 죽고 다치잖아요. 조항 하나라도 빼면 그만큼 사람을 죽게 하는 거예요.”

중대재해법이 제정되지 못하는 것도 두렵지만, 법이 ‘누더기 법’이 될까 봐 우려하는 것이다. 방송계의 ‘초장시간 노동’ 현실을 고발했던 고 이한빛 피디의 아버지 이용관씨도 힘겨운 표정으로 “재계가 (법 제정 논의 과정에서) 중대재해법 세부 조항들을 무력화시킬까 봐 두렵다. 산업 현장에서 수많은 죽음으로 인해 만들어진 조항이다. 어느 조항 하나 소중하지 않은 조항이 없다”고 말했다.

이들이 한파를 이겨내는 힘은 중대재해법 제정에 우호적인 시민들의 여론이다. 김미숙씨는 “최근에는 ‘법이 당연히 제정돼야 한다’ ‘힘내라’며 응원을 해주시는 분이 많아졌다”고 말했다. 이날 오전에도 교수 등 학계 연구자와 의사와 변호사, 간호사 등 각계 전문가 2164명이 공동선언문을 내어 중대재해법 제정을 촉구하며 단식농성을 하는 이들에게 힘을 실었다. 공동선언문은 법안의 세부 쟁점이 되고 있는 ‘징벌적 손해배상’ 조항을 법안에 포함하고 ‘50인 미만 사업장 유예’ 없이 법을 전면 적용하라고 촉구했다.

김미숙·이용관씨를 비롯해 강은미 정의당 원내대표, 이상진 민주노총 부위원장 등은 법 제정까지 단식농성을 이어가겠다고 의지를 다진다. 단식농성 첫날인 지난 11일 “밥을 굶어본 적이 없어 무섭기도 하고 잘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던 김미숙씨는 오늘도 되뇐다. “이 법을 만들려고 왔다. 그러지 않고서 어떻게 끝내겠느냐.”

이들이 있는 천막 한쪽에는 ‘정의당이 중대재해기업처벌법 발의한 날(2020년 6월11일)로부터 오늘까지 퇴근하지 못한 노동자 595명’이라고 적힌 팻말이 놓여 있었다.

이주빈 기자 ye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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