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 음성군이 8일 고병원성 AI H5형 AI 확진 판정을 받은 금왕읍 소재 메추리 농장 주변의 출입을 통제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달 말 전북 정읍 오리농장에서 처음 발생한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가 경북과 전남에 이어 경기, 충북지역 가금류 농장으로도 퍼지고 있어 농가와 방역당국에 비상이 걸렸다.
조류인플루엔자 중앙사고수습본부(본부장 김현수 농림수산식품부 장관)는 지난달 26일 전북 정읍의 오리농장을 시작으로 경북 상주, 전남 영암, 경기 여주, 충북 음성 가금류 농가에서 H5N8형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가 산발적으로 발생했다고 8일 밝혔다. 이날 전남 나주의 또다른 오리농장과 경기 여주 메추리 농장에서도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 의심 사례가 발견돼 10㎞ 내 농장에 대해 이동을 제한하고 정밀 검사를 실시 중이다.
중앙사고수습본부는 “2016~2017년에는 초기 중부지방에서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 항원이 검출되고 전남·경남 등 남부지방으로 확산했는데, 올해는 지난 10월21일 충남 천안의 야생조류에서 항원이 처음 나온 이후 호남과 영남, 제주 등 전국으로 퍼지는 추세”라고 진단했다. 또 “철새도래지를 중심으로 바이러스 오염원이 전국적으로 확산되어 있는 상태에서, 농장의 소독·방역실태가 조금이라도 미흡할 경우 발생 위험이 매우 높다”며 철새 유입이 1월까지 늘어나면서 농장에서의 발생 위험성은 계속 커질 것으로 예상했다.
정부는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 발생농장 반경 3km 농장에서 사육하는 가금류는 예방적 살처분 조치하고, 반경 10km 내 가금농장에는 30일간 이동제한과 조류인플루엔자 일제 검사를 진행 중이다. 또 철새도래지 예찰을 강화하고 무인헬기·드론·살수차 등을 동원해 집중 소독을 하고 있다. 아울러 농장들의 소독·방역 실태와 방역수칙 이행 점검에 나섰고, 전국 모든 가금류는 출하 전 검사를 하도록 했다.
농림부 박병홍 식품산업정책실장은 “바이러스가 가금농장 주변에 이미 널리 퍼져 있는 상황인데도 발생 농장 역학조사 결과 기본적인 농장 차단 방역수칙을 지키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농장주는 자신의 농장을 바이러스로부터 지키기 위해 방역수칙을 철저히 이행해달라”고 밝혔다.
지자체들에서도 비상이 걸렸다. 김원설 충북도 AI방역팀장은 “추가 확산을 막는 선제 조처로 오리 농가가 신청하면 (일정기간 사육을 중단하는) 휴지기제를 받아줄 계획”이라고 말했다. 553곳 농가에서 닭·오리 등 2744만3천여마리를 사육하고 있는 충북에서는 2016년 조류인플루엔자가 발생해 85개 농가에서 390여만마리의 닭·오리를 매몰 처분하고, 이듬해 오리 휴지기제를 시행한 바 있다.
한편 달걀과 닭, 오리의 가격은 조류인플루엔자 확산에도 큰 변화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농식품부는 “산란계 등 사육 마릿수가 평년보다 많고, 닭고기와 오리고기 냉동 재고 물량도 많아 공급 여력은 충분한 상황”이라고 밝혔다. 최근 살처분 마릿수는 산란계와 육계는 1% 미만이고, 오리는 3.7% 수준이다. 달걀 소비자가격은 1856원(특란 10개 기준)으로 전년 같은 달보다 4% 높았고, 닭고기는 4965원(1㎏)으로 전년보다 3.2% 떨어졌다. 오리고기 역시 큰 차이는 없었다.
이정훈 오윤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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