텔레그램에 ‘박사방’을 열고 미성년자를 포함한 여성들을 대상으로 성착취 범죄를 저지른 ‘박사’ 조주빈(24)이 지난 3월 검찰에 이송되고 있다. 연합뉴스
26일 1심 선고를 앞둔 텔레그램 ‘박사방’ 운영자 조주빈이 지난 24일 공범인 강훈(닉네임 부따)의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했다. 강군은 조씨의 핵심 공범으로 지목된 인물이다. 강군이 조씨의 지시를 받아 성착취물을 만들거나 퍼뜨렸고, 가상화폐로 받은 범죄수익금의 환전 업무를 대신 해주는 대가로 조씨에게 수고비 명목의 돈을 받았다는 게 검찰 수사 결과다. 조씨는 강군에게 텔레그램 그룹방 관리를 맡겼다. 강군이 지난해 11월 강제추행죄 등 다른 범행으로 붙잡혀 이아무개(닉네임 태평양)에게 대신 그룹방 관리를 맡길 때까지 조씨는 강군을 측근으로 대우했다.
그런 강군에게 조씨는 잘못을 인정하고 반성하라고 따끔하게 충고했다. 조씨는 “부따(강군)에게 미룰 책임이 없는 만큼 떠안을 책임도 없다”며 “서로 좋아서 (범행을) 했다”고 주장했다. 강군의 변호인이 강군이 성착취물을 보려고 조씨에게 자신의 중요 신체 부위를 찍어 사진을 보냈다가 협박을 당해 범죄에 가담하게 됐다고 주장했지만, 조씨는 “(허위) 시나리오”라고 일축했다. 강군이 먼저 ‘지인 능욕(지인의 사진을 나체 사진과 합성해 음란물로 만들어 유포하는 디지털 성범죄)을 도와달라’며 연락했고, 학생이어서 돈이 부족해 자발적으로 텔레그램 그룹방 운영을 도왔다고 반박했다. 조씨는 “솔직하게 말하고 반성하는 것이 맞다”며 “나도 범죄인으로서 생각해봤는데 거짓말을 한번 하면 끝이 없다”고 다그쳤다. 이어 “추궁하는 (강군 쪽) 변호사도 알 텐데 무의미해 보이고 솔직하게 말하는 게 좋을 것 같다”며 타이르는 듯한 발언도 했다.
강군 쪽 변호인이 유료 회원들이 보낸 가상화폐를 환전해 조씨에게 전달한 것은 맞지만 성착취물을 팔아서 벌어들인 범죄수익금인 줄은 몰랐다고 집중 추궁했으나 조씨는 “영상(성착취물)이 유포되는 것 자체도 나쁜 짓이라는 것을 알지 않느냐”며 “무의미한 건데 인정해야 할 때인 것 같다”고 나무랐다.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재판을 받던 윤장현 전 광주시장에게 “재판에서 유리한 결과를 받게 해주겠다”고 속여 1천여만원을 가로챈 혐의(사기)와 관련해 피해액이 서로 엇갈리자, 조씨는 “강군이 진술을 번복해 진술의 신빙성은 제가 더 높은 것 같다”며 “이제는 부인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고 되레 큰소리치기도 했다. 조씨의 태도는 적반하장의 느낌이 들 정도로 당당했다.
지난 19일 자신의 결심 공판에서 검찰이 무기징역을 구형하자 “피해자분들께 죄송하다는 말밖에는 드릴 말씀이 없다”던 조씨는 공범의 재판에서도 ‘반성 모드’를 유지했다. 하지만 공범에게 책임을 떠넘기려는 듯한 태도는 진정성이 느껴지지 않았다. 그의 반성은 과연 진심일까.
조윤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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