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24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검찰청 기자실에서 윤석열 검찰총장 감찰 결과와 관련해 징계 청구 및 직무 배제의 이유를 설명하고 있다. 연합뉴스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24일 윤석열 검찰총장의 징계 청구와 직무배제를 동시에 단행한 것을 두고 뒷말이 나오고 있다. 앞서 외부 감찰위원회의 자문을 반드시 받도록 한 감찰규정을 임의 조항으로 바꾼 것이 윤 총장의 직무배제를 겨낭한 조처가 아니었느냐는 것이다. 자문위원회를 거치지 않은 직무배제 조처는 윤 총장이 법적 대응을 할 경우 주요 쟁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앞서 추 장관은 지난 3일 법무부 감찰규정 제4조(법무부 감찰위원회의 자문)를 개정했다. 개정 전 제4조는 ‘법무부 감찰위원회 규정에 따라 중요사항 감찰에 대해 법무부 감찰위원회의 자문을 받아야 한다’고 돼 있었다. 이를 ‘법무부 감찰위원회 규정에 따라 중요사항 감찰에 대해 법무부 감찰위원회의 자문을 받을 수 있다’로 변경한 것이다. 이에 따라 윤 총장에 대한 징계 수위 결정도 감찰위원회를 거치지 않아도 가능하게 됐다. 법무부 감찰위원회는 위원 7~13명으로 구성되며 학계 등 외부 인사가 3분의 2 이상이다. 대통령령인 ‘법무부 감찰위원회 규정’에 따르면 법무부 감찰위원회는 ‘중요 감찰·감사 사건의 조사 방법·결과 및 그 조치에 관한 사항, 법무부 장관이 감찰·감사에 관해 자문을 요청한 사항’ 등에 대해 폭넓게 자문·권고할 수 있다.
윤 총장이 행정소송을 낼 경우 법무부 감찰위원회 관련 규정 변경이 쟁점이 될 수 있다. 장관의 감찰권 남용을 막기 위한 ‘안전장치’를 없앤 것이 윤 총장 직무배제 직전에 이뤄졌다면 고의성이 있다고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이는 추 장관의 직무배제 조처가 적법하지 않다고 판단할 수 있는 근거가 될 수도 있다. 윤 총장의 징계 필요성에 대한 적법한 판단 없이 서둘러 직무배제를 했다면 행정소송 등에서 윤 총장에게 유리한 결과가 나올 수 있다.
한편 이날 추 장관의 발표 뒤 대검과 검찰 내부에서는 “전혀 예상치 못한 발표”라며 향후 추이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분위기다. <한겨레>가 대검 간부 10여명에게 입장을 듣기 위해 전화했지만, 전화를 피하거나 받더라도 말을 아끼는 분위기였다. 한 간부는 “너무 갑작스러운 상황이다. 좀 더 상황을 파악하고 (대응을) 고민해야 할 문제”라며 말을 아꼈다.
추 장관이 밝힌 직무배제 사유를 조목조목 비판하며 법적 판단을 받아봐야 한다는 의견도 있었다. 대검에 근무했던 한 관계자는 “(재판부를 사찰했다는데) 중요 사건 담당 판사의 재판 스타일이나 편향성 등을 보고해서 공판 전략을 맞추거나 기피 신청 여부를 검토할 수도 있다. 윤 총장의 정치적 중립 문제도 특정 정당을 지지한다고 선언한 적도 없지 않냐”며 직무배제가 부당하고 주장했다. 이춘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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